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집 근처 국립중앙과학관을 놀이터 삼아 자주 드나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신기한 전시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중앙과학관 한쪽의 쉼터에서 만난 ‘과학동아’ 한 권이 마치 운명처럼 내 인생을 바꿨다.
과학동아가 이어준 미생물과의 첫 만남
그날 중앙과학관에서 읽은 과학동아 기사는 극한 환경의 미생물에 관한 것이었다. 영하 수십 ℃인 남극의 빙하 속은 물론, 300℃가 넘는 해저의 열수구에서도 살아남은 이 작디작은 생명체들의 이야기는 어린 내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이렇게 강인하고 신비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아주 큰 매력을 느꼈다. 미래엔 나만의 미생물을 발견하리란 꿈을 꾸게 해준 기사다. 어려운 최신 과학도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게 해설해주는 과학동아의 매력을 처음 확인한 경험이기도 하다.
이 순간 문득 ‘그렇다면 화성 같이 환경이 척박한 곳에도 미생물이 살고 있지 않을까? 미래에 화성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이런 극한 환경 미생물들이 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바로 미생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나는 한국 농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팜한농에서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오파지 등을 연구하며, 기후위기와 식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미생물학자로 진로를 정한 덕분에 중, 고교 시절엔 자연스럽게 생물, 화학에 가장 큰 흥미를 느끼며 꾸준히 미생물학 전공을 준비해갔다. 대학교에선 미생물학의 기초를 다지고, 한국생명과학연구원(KRIBB) 및 학교 연구실에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의 효소 활성 분석과 유전자 발현 실험을 수행했다. 이후로 현장 연구자로서 걷게 될 길을 밀도 있게 체험했던 시기이다.

더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호기심을 향해
대학원에 진학해 합성생물학과 대사공학에서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미생물의 신비로운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다양한 미생물을 접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내 과학적 시야도 꾸준히 넓어졌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수백 개의 형질 전환 균주를 제작하고, 발효기도 직접 운영하며 미생물의 배양 공정을 A부터 Z까지 온몸으로 익혀나갔다. 배양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새운 수많은 밤들이 내 인내심과 집념을 한 겹 한 겹 단단히 쌓아 올린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 미생물 연구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연구실의 지도교수이신 이성국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님은 합성생물학의 전문가이다. 또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화학물질 생산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 친환경 화학물질 생산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 기존 석유화학공업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이 교수님은 해결할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진정한 연구자의 길임을 일깨워주셨다. 내가 단순히 타인의 실험을 따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연구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는 자세를 지켜온 것은 그런 가르침 덕분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연구자의 마음가짐’은 연구실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이다. 실험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중요한 건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느냐"라는 격려를 받은 기억도 여전히 깊이 남아 있다.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런 태도가, 내가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며 독립적,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역량의 바탕이 됐다.
미생물학자로서 내 연구 철학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인류에 어떤 도움이 될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배운 결과이다. 내 연구와 논문으로 한국 농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데, UNIST 대학원에서의 경험들은 큰 힘이 됐다.
대학원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할 때면 도서관에서 과학동아를 펼쳐보곤 했다.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낯설고 복잡한 과학 지식을 독자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주는 점이 과학동아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요즘도 연구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는 통로로 과학동아를 즐겨 읽는다.

미생물이 열어줄 풍요의 문
현재는 한국 농업의 근간인 그린바이오 기업 팜한농에서 다양한 미생물 기술을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백 L에서 수 톤(t)에 이르는 규모로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오파지 등 식물에 이로운 생명체를 대량 배양하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산업용 발효조를 통한 배양 규모 확대부터 균주 선발, 여과와 건조 과정까지 모두 농업, 생명공학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실용적 연구다.
그중에서도 뿌듯한 성과는 미생물 기반 작물보호제 ‘무름헌터’ 연구에 참여한 것이다. 이 제품은 화학적 성분 대신 미생물이 작물의 뿌리와 잎을 지키도록 설계됐다. 내가 배양한 미생물을 처리한 식물에서 약효와 생장 향상 효과를 확인할 때마다 성취감에 가슴이 벅찼다. 최근엔 국립농업과학원과 협업해 작물의 병원성 세균만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박테리오파지 연구도 시작했다. 파지 배양, 정제 및 보존 기술을 개발하며, ‘살아있는 항생제’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 배양의 매력과 난관을 동시에 체험 중이다.
이번 박테리오파지 연구가 성공하면 기존의 화학농약 사용은 크게 줄이면서 작물의 병해충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게 될 것이다. 제품 등록의 엄격한 심사과정이 처음엔 낯설고 버거웠지만, 이젠 신제품 등록 실무를 직접 익히며 기업 현장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허들 앞에서 ‘실험이 계속 실패하면 어쩌지’란 두려움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풀어낼까’란 설렘이 크다.
평범한 호기심은 없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폭염과 혹한 등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강인하게 살아남는 미생물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활용해, 기온 변화를 극복하는 작물보호제, 병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매년 병충해로 손실되는 작물이 전 세계 생산량의 최대 40%에 달하며, 2050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추가 손실도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미생물이 앞으로 농업 현장을 혁신하는 열쇠가 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다. 내가 일조한 친환경 미생물 기술이, 더욱 지속가능하며 모두에게 힘이 되는 미래 농업의 문을 열기를 바란다.
과학자는 천재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편견이다. 아인슈타인도 “상식이란 18세까지 얻은 편견의 집합”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과학자가 되려면 천재적인 머리가 아닌 호기심과 끈기, 그리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어릴 때나 지금이나 평범하다. 과학관에서 본 과학동아의 미생물 기사에 호기심을 느꼈을 뿐이다. 그 작은 호기심을 꾸준히 키워서 지금에 이르렀다. 독자 여러분이 매일 흘려보내는 작은 궁금증 끝에도, 자신만의 길,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한 특별한 꿈이 기다릴 수 있다.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고 깊이 파고들길 바란다. 당신의 아이디어 하나가 기후 위기 속 작물을 살리고, 누군가의 식탁을 지켜줄 수도 있다. 과학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모두의 것이다.

나만의 과학동아 활용법
Q.과학동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처음 읽은 극한 환경 미생물을 다룬 기사죠. 남극 빙하와 설원, 그리고 해저 열수구에서 발견된 새로운 생명체의 이야기가 제가 미생물 연구자가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그때 느낀 경이로움과 호기심이 여전히 제 연구의 원동력입니다.
Q.과학동아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미생물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농업, 환경, 바이오 기술 분야의 기사들에서 제 연구 분야와 연결점을 찾곤 합니다. 때론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 방법이 제 연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죠. 최신 과학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과학은 경계가 없음을 늘 일깨워줍니다.
Q.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학동아를 읽으며 느낀 호기심을 소중히 여기길 바랍니다. 기사 한 줄, 한 편에서 우리의 인생을 바꿀 질문이 시작됩니다. 여러분 모두, 과학자가 될 자격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꿈을 과학동아와 함께 키워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도 미생물의 힘으로 인류 모두의 식탁이 풍요로워질 날을 꿈꾸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