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원님, 7월에 한국에서 오로라를 볼 수…” 운을 떼기 무섭게 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태양권관측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마를 짚었습니다. “도대체 그 소문이 왜 난 거죠?” 이 책임연구원에게 ‘7월 오로라 관측설’을 물어본 건 저뿐만이 아녔습니다. 가까운 지인부터 방송국 작가까지 ‘정말 7월에 오로라를 볼 수 있냐’는 질문을 해왔죠. “심지어는 남편까지 지난주에 7월에 오로라 볼 수 있는 거 맞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모두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본 사람들입니다. 저처럼 말이죠.
2025년 7월이 태양 극대기 정점이라던데요
‘2025년 7월 오로라 관측설’에 불이 지펴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금이 태양 극대기라는 겁니다. 태양은 약 11년을 주기로 활동량이 주기적으로 증가하고 감소합니다. 활동량은 주로 흑점 수, 태양 플레어, 코로나물질방출(CME), 자기장 반전 등의 지표로 측정합니다. 태양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극대기는 태양 활동 주기 내에서 보통 1~2년간 지속됩니다. 활동량의 증감을 판단할 때, 관측하는 흑점 수가 최고치를 찍고 플레어와 CME 빈도가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극대기죠.
이처럼 태양 극대기에는 태양으로부터 고에너지 입자가 더 자주 그리고 더 강력하게 분출됩니다. 이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타고 들어오면, 극지방을 중심으로 오로라가 더 자주, 더 넓은 위도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지금은 ‘태양 활동 주기 25’입니다. 25주기는 2019년 11월에 시작했고 2030년까지 이어집니다. 2019년 말에 시작해 2030년까지 25주기라니. 느낌이 오지 않나요? 25주기의 한가운데가 바로 2025년 7월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5년 7월에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실제 NASA는 ‘2025년 7월 또는 그 즈음이 태양 활동 주기 25의 정점일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습니다. 태양 활동 극대기니까 오로라를 볼 확률도 높다는 거죠.
“그렇다면 7월 오로라 관측설이 완전 터무니없는 이야긴 아닌 거네요?” 기자는 기대에 차서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 책임연구원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저는 7월에 한국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을 1%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 태양 극대기의 정점임에도 1% 이하라뇨. 잔인하고 각박한 수치에 기자의 동공이 흔들렸습니다. 이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오로라를 보기 힘든 이유를, 오로라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따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거 오로라 보기 위한 조건, 너무 빡빡한 거 아니요?
조건 1. 극대기 정점이라고 ‘CME’가 터지는 건 아니다
중위도 지역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강한 CME로 플라스마와 태양 물질이 방출돼야 합니다. CME는 태양 표면의 자력선이 깨지며 고에너지 입자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현상이죠. 물론 CME가 터지지 않고도 오로라는 매일 만들어지지만 오로라가 적도 방향으로 크고 넓게 팽창돼 한반도에서 관측할 수 있으려면 강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극대기 정점이라고 반드시 CME가 터지는 건 아닙니다.
24번째 주기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당시 2014년 4월이 극대기의 정점이었죠. 그런데 CME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적으로 많이 방출됐습니다. 실제로 25번째 주기의 정점이라는 현재, 강한 CME는 감감무속이지만 이미 2023년, 2024년 지구 각지에서 평소와 다른 오로라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중위도 지역에서 오로라가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나타났죠. 2023년부터 극대기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살짝 곤란해졌습니다. 이렇게는 두 달 전부터 ‘오로라를 보고 와서 기사를 쓰겠다’고 했던 기자의 큰 소리가 무색해집니다.
조건 2. 지구 자기장 안으로 침투해야 한다
CME가 터졌다고 반드시 오로라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CME가 지구를 향해 터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구를 향해 CME가 터졌다고 하더라도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는 지구 자기장에 부딪친 뒤 바깥으로 흘러 지나갑니다. 자기장이 지구를 둘러싼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구 자기장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반면 태양에서 방출되는 자기장 덩어리는 다양한 방향을 갖고 있죠. 그중 지구 자기장과 반대 방향을 가진,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태양 자기장을 갖고 지구로 날아온 플라스마 덩어리에게만 오로라를 만들 기회가 생깁니다. 서로 방향이 다른 자기장이 합쳐지는 현상인 자기 재연결’(magnetic reconnection)’을 통해야만 태양에서 출발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자기장 내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장 내에서 고에너지 입자는 자기력선을 따라 이동합니다. 그리고 극지방은 자기력선이 수직으로 모여 있는 곳이죠. 고에너지 입자는 극지방 대기와 충돌합니다. 캐나다나 아이슬란드 등 북극과 가까운 나라에서 오로라를 쉽게 관측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조건 3. 구름 없는 밤에 오로라가 빛나야 한다
오로라를 보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관측 가능한 환경입니다. 우선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이어야 하죠. 오로라가 머리 바로 위에서 너울대고 있다한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에는 오로라를 볼 수 없습니다. 또 이 맑은 하늘은 까만색이어야 합니다. 오로라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지만 태양 빛이 강렬한 낮에는 오로라가 아무리 강하게 생성되더라도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하니까요.
정리하면, 성공적인 오로라 관측을 위해선 태양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나고 CME가 관측돼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CME가 지구로 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김수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태양권연구센터장은 “태양 정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지구로 올 확률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구까지 도달하는 약 하루에서 이틀의 시차에 맞춰서 어두운 지역을 찾아 떠나야 한단 겁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오로라 관측 확률이 고작 ‘1% 이하’밖에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납득을 하려고 천문연 문을 두드린 게 아녔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지구를 향하는 방향의 강한 CME 발생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CME가 오로라 관측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지만 어쨌든 CME는 한국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한 필요조건이니까요. 하지만 김 센터장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플레어는 약 3일 정도 전에 예측할 수 있지만 CME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플레어가 터진다고 CME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서요.”
“그나마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긴한데요.” 실망한 기자에게 이 책임연구원이 조언을 건넸습니다. “한국과 지자기 위도가 비슷한 미국 남부나 멕시코에서 오로라를 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최대한 어두운 북쪽으로 달려가 보세요.” 결국 답은 소셜미디어였던 걸까요?
오로라 헌팅을 위해 살핀 태양 흑점

한반도에 허락된 오로라는 희미한 붉은 빛
조건과 조건이 맞아떨어져 한반도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환경’이 기적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볼 수 있는 오로라는 우리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고 이 책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오로라는 초록색입니다. 초록색 오로라는 지상에서 약 90km부터 150km 사이의 상공에서 형성됩니다. 산소 원자에 의해 557.7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파장으로 방출된 빛입니다. 초록색 오로라 끝단엔 보라색 띠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보라색 오로라는 산소가 아닌 질소 분자랑 부딪혀 방출된 거예요.” 이 책임연구원은 보라색 오로라가 가장 강한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라 설명합니다. 아주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자기력선을 타고 내려오며 산소 원자와 부딪혀 붉은색, 초록색 오로라를 만들어내고도 에너지가 남으면 90km 이하까지 침투해 질소 분자와 충돌하기 때문이죠.
반면 초록색 오로라 상단에서는 붉은 오로라가 빛납니다. 붉은색 오로라는 고도가 높고 대기 밀도가 낮은 200km 이상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에서 보던 초록색, 보라색 오로라가 아닌 붉은색 오로라일 거예요.” 이 책임연구원은 아무리(?) 태양이 노력해도 한반도에서 초록색 오로라를 보는 것은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각도’ 때문입니다.
자북극은 북극해를 기준으로 북서쪽, 캐나다 북쪽 바다에 위치합니다. 대략 북위 85도, 동경 139도 부근이죠. 때문에 지리적 위도로 서울 위도는 37도, 부산은 35도지만, 지자기 위도를 기준으로 한국은 약 30~35도 정도에 걸쳐 있습니다(2025년 기준). 오로라는 보통 지자기 위도 65~75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오로라 여행지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지자기 위도는 약 67도 내외, 캐나다 주요 오로라 여행지도 지자기 위도 66~69도 사이에 분포해 있죠.
일반적으로 오로라는 지자기 위도 65~75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만약 매우 강한 지자기 폭풍이 발생하면 오로라가 남쪽 중위도까지 확장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확장이 한반도 상공까지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위도 40도 내외의 지역까지 확장되는 정도죠. 그렇기에 한반도에서의 오로라 관측은 고개를 들어 머리 바로 위에서 넘실대는 오로라를 올려다보는 게 아닌, 관측이 가능한 거리까지 확장된 오로라를 비스듬한 각도로 보는 형태입니다. 그게 200km 이상에서 춤추는 붉은 오로라입니다. 즉 중위도에 확장된 오로라 중 낮은 상공에 만들어진 초록 오로라는 못보고, 높은 곳에 있는 붉은 오로라를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셈입니다.
한편, 붉은 오로라를 맨눈으로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2024년 용인 어린이천문대, 2003년 극지연구소 등 한국에서 관측한 오로라는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용인 어린이천문대가 강원도 화천에서 오로라를 촬영했을 때, 맨눈으로는 전혀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책임연구원은 “한반도 상공 위까지 오로라가 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원이 멀리 있어 카메라 노출을 길게 조절해 누적된 빛으로나마 관측할 수 있었던 겁니다.

로키츠, 나 대신 오로라를 마음껏 내려봐 줘!
이제 이론은 완벽합니다. 비록 확률은 낮지만 언제, 그리고 어떻게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적은 확률이더라도 오로라가 만들어질 수 있는 태양 활동이 있길 바라야 합니다. 태양 흑점이 크고 복잡할수록 CME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우선 태양 흑점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게 어제 태양 흑점 사진이에요.” 기자는 오로라 관측에 강한 열망을 품고 3주 동안 무려 3번이나 이 책임연구원과 만났습니다. 6월 26일, 7월 4일 그리고 7월 9일에요. 그리고 이 책임연구원의 모니터로 확인한 태양 흑점 사진을 보고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흑점이 정말 너무 작았거든요. 일부러 약 일주일씩 간격을 두고 문을 두드렸으나 6월 26일과 7월 4일 태양 흑점은 2024년 5월, 용인 어린이천문대에서 촬영한 흑점의 12분의 1 정도의 크기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7월 9일 마지막 희망으로 살펴본 태양은 작은 흑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이렇게 깨끗할 수도 있군요….” 만약 태양 흑점 크기가 어느 정도 컸다면 그다음으로 자기장 지도를 분석해 보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림도 없는 크기’였죠. 힘이 쭉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기자에게 이 책임연구원이 “7월만 날이 아니”라고 달래듯 말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까지 태양 극대기는 이어질 테니, 오로라 관측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기자의 2025년 7월 오로라 헌팅기는 이렇게 실패했지만, 7월 중순이나 하순에 또 태양 활동이 급격하게 활발해질 수 있으니 독자분들의 오로라 관측은 아직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오로라를 관측하지 못했더라도 소셜미디어 속 검증되지 않은 ‘오로라 관측 가능성’에 우리 모두 휘둘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나름의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오로라는 아름다운 외양만큼 쓰임도 확실합니다. 우주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가 어디서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2025년 11월로 예정된 4차 누리호 발사에 오로라 대기광 카메라, 로키츠(ROKITS)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로키츠 내부를 정면에서 보면 개구리처럼 보입니다. 커다란 두 개의 렌즈 사이에 작은 렌즈가 있어 두 눈과 입처럼 보이거든요. 큰 렌즈는 각각 초록색, 붉은색 오로라를 관측합니다. 작은 렌즈는 별도 필터 없이 모든 오로라를 관측하고요.
특히 로키츠는 한국 최초로 넓은 시야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오로라의 모습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이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에서 만든 지구 관측 카메라는 특정 지역 촬영을 목표로 좁은 시야각을 갖지만, 로키츠의 시야각은 90도라 남한 면적이 카메라의 한눈에 담긴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도 600km의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오로라도, 지상에서 올려다본 것만큼 아름다울까요? 로키츠가 찍어 보낼 사진이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