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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관측전문가가 칠레에서 직접 전하는 베라 루빈 망원경 첫 관측 현장

2025년 6월 23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11시(한국 시간 6월 24일 0시), 최강의 차세대 지상 망원경으로 기대를 모은 베라 루빈 망원경의 첫 관측(First Look) 영상들이 전 세계에 공개됐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처녀자리 은하단(M49, 왼쪽 사진), 석호성운과 삼열성운(M8&M20)은 기존 망원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베라 루빈 망원경의 초광각 우주 영상에 담겼습니다. 앞으로 베라 루빈이 보여줄 우주가 얼마나 깊고 광대할지 기대하기에 충분했죠. 이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RubinObs/NSF/DOE/NOIRLab/SLAC/AURA/T. Lange
베라 루빈 망원경에 장착된, ‘인류 최대의 카메라’ ‘LSST(아래). 보름달 45개 면적의 밤하늘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베라 루빈 망원경의 압도적인 관측 범위는, 1.65m의 거대한 렌즈와 32억 화소의 센서를 자랑하는 LSST 카메라 덕분이다.

 

우주를 위해 준비된 안데스산맥의 천문대, 베라 루빈


베라 루빈 천문대의 출근버스에 올라 광활한 안데스산맥의 파노라마를 한 시간쯤 보노라면, 어느새 저 멀리 산중에 요새 같은 천문대가 거짓말처럼 나타납니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그 운영 기관인 천문학연구대학연맹(AURA)의 지상 연구소가 있는 도시, 라세레나에서도 차로 2시간이나 걸립니다. 인위적인 불빛 한 점 없는 고산지대에 웅장하게 자리 잡은 최첨단 천문대를 만나면, 광활한 우주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인류의 의지를 구현한 듯해 경외감이 들곤 합니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지구 남반구인 칠레 북부의 해발 2647m인 세로파촌산에, 각각 구경 8.1m, 4.1m인 제미니 사우스 망원경, 남방 천체물리학 연구 망원경(SOAR)과 함께 있습니다.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에 있는 칠레의 세로파촌산은 높은 고도와 건조한 기후가 어우러져 천문 관측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특히 이 지역은 도시의 인공적인 빛들에 의한 광공해의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말 그대로 밤하늘을 오롯이 관측하는 데 최적인 세계 최우수 관측소 중 하나입니다.

 

▲NSF–DOE Vera C. Rubin Observatory
베라 루빈 망원경의 첫 관측 영상 중 석호성운과 삼열성운(M8&M20). 중앙 사진의 분홍색 강낭콩 모양 성운이 M8이고 오른쪽 위부터 산개 성단 M21, M20, 산개 성단 보훔 14, 구상 성단 NGC 6544. 베라 루빈 시야각의 약 1.3배인 이 영상은, 기존 대형 망원경보다 훨씬 넓고 세밀한 우주를 더 효율적으로 관측하는 강점을 과시했다.

 

한 번에, 넓고 깊게 광활한 우주를 담는 망원경


베라 루빈 천문대의 이름은 우리우주를 이루는 물질 중 8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관측적 증거를 최초로 제시한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C. 루빈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현대 우주론 및 관측천문학의 선구자인 베라 루빈을 기리는 의미는 물론, 암흑물질의 지도를 그려 그 비밀을 밝히는 것이, 베라 루빈 천문대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인 까닭입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의 공식 명칭은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서베이, 즉 남반구 전천(전체 하늘)을 지도처럼 그릴 탐사 특화 망원경이죠. 베라 루빈은 대형 망원경과 소형 망원경의 장점을 모두 갖춘, 차세대 하이브리드 망원경이기 때문입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은 주경(거울)의 구경이 8.4m인 8~10m급 대형 망원경 계열로, 대형 망원경답게 집광력이 우수해서 더 깊은 우주의 미세한 빛까지 포착해 세밀히 관측할 수 있습니다. 베라 루빈의 비장의 무기는 더 있어요. 망원경에 장착된 인류 최대 카메라입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이 ‘LSST 카메라’는 1.65m의 거대한 렌즈, 제임스 웹 망원경 적외선 카메라의 100배인 32억 화소의 센서를 자랑합니다. 


시야각은 망원경이 하늘을 관측하는 범위를 뜻합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의 시야각이 기존 대형 망원경을 가뿐히 제친 건 이 LSST 카메라의 압도적 규모 덕분입니다. 베라 루빈의 시야각은 3.6°로 보름달 약 45개를 덮을 수 있죠. 같은 8m급인 제미니 망원경의 시야각인 10′(분·°의 60분의 1)의  20배, 관측 면적으로는 460배에 달합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은 큰 주경의 높은 집광력 덕에 더 어두운 천체나 먼 우주까지 세밀히 관측 가능하며, 넓은 시야각 덕에 기존의 대형 망원경이 탐사하지 못한 넓은 하늘 영역도 효율적으로 탐사할 수 있습니다. 보다 ‘깊고 넓은’ 우주 지도를 선사할 지상 최강 망원경입니다.

 

흑백 우주에서 찬란한 우주까지, 꿈을 이룬 관측전문가


베라 루빈 프로젝트엔 지금까지 30여 개국의 과학자, 기술자, 공학자 등 총 2000여 명이 참여 중입니다. 저는 관측전문가(Observing Specialist)팀의 박사후 연구원입니다. 관측전문가팀은 베라 루빈 망원경이 향후 10년간 진행할 남반구 전천 탐사에 꼭 필요한 관측 수행과 망원경 작동 및 운영 전반을 담당합니다. 베라 루빈 프로젝트의 주요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핵심적인 팀 중 하나죠.


저는 9살 때 아버지의 서재에서 흑백 백과사전의 은하와 별 사진을 본 후로 줄곧 관측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젠 그 꿈의 연장선에서,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은하 진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건조한 고산지대에서 밤낮을 바꿔 살고, 변화무쌍한 기상과 여러 조건에 맞춰서 관측 임무를 정밀히 수행하는 것은 분명히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관측 천문학의 최전선에서 천문학 발전을 이끌어나간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연구 중입니다.  


저는 2024년 12월부터 베라 루빈 망원경의 시운전에 참여했고, 올해 6월에 공개된 첫 관측(First Look)에도 함께했습니다. 역사적인 첫 관측 결과 공개 당일엔, 첫 영상을 함께 관측했던 동료들과 그 관측실에 있었습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이 직접 관측한 당시엔 단일 필터 영상이라 흑백이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된 첫 관측 영상은 여러 필터 영상들에 빛의 삼원색을 입히고 결합한,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아름다운 삼색 영상이었습니다. 무수한 색의 은하를 담은 M49의 첫 영상이 모니터에 을라오자, 관측실의 모두가 환호했죠. 백과사전의 흑백 우주에서 키운 어린 시절의 꿈이 긴 시간을 지나 선명하고 다채로운 우주로 나타난 것 같아서, 저는 이 순간이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현민희
2025년 4월 칠레 베라 루빈 천문대의 필자(위)와 베라 루빈 천문대의 관측자 숙소에서 본 안데스산맥의 석양(오른쪽). 필자는 한국천문연구원(KASI)-미국 스탠퍼드대 카블리 입자 천체물리 우주론연구소(KIPAC)의 관측전문가 펠로우십에 선발돼, KIPAC 소속으로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연구 중이다.

 

세계를 사로잡은 베라 루빈 망원경의 데뷔


2025년 6월 23일 베라 루빈 망원경이 공개한 첫 영상들은 M49 영역, 삼열성운과 석호성운 영역을 담았습니다. 각 영상은 2025년 4~5월 중에 각각 7일, 5일간 관측한 내용의 일부만 합친 아주 초기 자료였는데도, 태양계 소행성들, 거문고자리 RR 변광성, 별들이 탄생하는 장소인 성운의 세밀한 구조부터 먼 우주의 ‘초기 우주 은하’들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이 영상들은 각각 약 3.5조, 2조 화소의 데이터를 처리한 것으로, 하늘 면적은  24 deg²(평방도), 13 deg²에 해당합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과 비슷한 가시광 영역을 관측하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WFC3 카메라가 담는 하늘 면적이 0.0013 deg²란 걸 생각해보면, 베라 루빈 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하늘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첫 관측 영상은 넓은 영역을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는 베라 루빈의 강점과 잠재력, 그 자체였습니다.


이번 공개 영상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줌 인-아웃 영상입니다. 수많은 천체가 융단처럼 빛나는 영상을 계속 확대해도, 그 속에서 더욱 더 작고 세밀한 천체들이 끝없이 쏟아지는 영상의 장엄함에 전 세계가 감탄했습니다. 이 영상은 기존 망원경들이 이루지 못했던, 방대한 우주를 가장 빠르고 넓게,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측천문학의 시대가 열렸음을 공표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민희

 

과학자들이 베라 루빈 망원경으로 규명하려는 천문학의 질문들
우주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무엇일까?
우주의 물질은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가?
우리은하는 어떻게 형성됐는가?
태양계 천체의 완전한 목록을 만들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10년 간 밤하늘의 밝기가 수억 번 넘게 변하는 밝기 기록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태양계 소천체부터 암흑물질까지 다루는, 온 우주의 천문대


향후 10년간 베라 루빈 망원경은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볼 수 있는 남반구 전천을 탐사해 광대한 우주 지도를 그릴 계획입니다. 이 망원경은 매일 밤 15~20TB의 데이터를 확보하며, 향후 10년간 총 500PB의 심우주 데이터를 축적할 것입니다. 500PB는 지금까지 인류가 세상에 존재한 모든 언어로 기록한 데이터의 총량과 비슷한 값입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은 거울 두 개를 하나로 결합한 독특한 주경 형태 덕에 일반적인 망원경보다 훨씬 밀집된 구조라, 회전과 구동이 매우 빠릅니다. 베라 루빈은 가동 속도와 초광각 시야각 덕에 단 3일이면 남반구 전천의 방대한 관측 자료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류는 3일에 한 번씩 전천을 훑는 유례없는 초광각, 초고화질의 우주 타입랩스 영상을 얻을 것입니다. 앞으로 10년간 베라 루빈 천문대에선 이 방대한 천체 데이터로부터 약 170억 개의 별, 200억 개의 은하, 수백만 개의 변광 천체에 대한 정교한 목록화 작업을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근원적 의문을 풀 수 있는 여러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베라 루빈 망원경의 궁극적 목표는 전 우주를 아우릅니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지구 근접 천체를 비롯한 태양계 내 소천체부터 우리은하의 다양한 천체, 암흑물질의 정체를 향한 단서까지, 천문학 전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류는 차세대 최강 망원경 베라 루빈 망원경과 함께, 우리가 사는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 진화 과정을 탐구하는, 관측 천문학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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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현민희 베라 루빈 천문대 관측전문가팀 박사후 연구원
  • 에디터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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