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초,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절멸종 ‘다이어울프’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다이어울프가 정말 돌아왔는지’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어떻게 다이어울프를 복원했는지, 그 기술적인 측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이어울프의 귀환.”
2025년 4월 7일자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특집기사 제목이다. 이들은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복원한 다이어울프(Aenocyon
dirus)를 전면 표지로 실었다. 또 표지에 ‘멸종’이라는 뜻의 ‘Extinct’란 단어를 쓴 뒤, 단어 위에 빨간 줄을 그었다. 기타 세계 유수 언론들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발표를 특종으로 보도했다. 한편 과학계에서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한 일은 다이어울프 복원이 절대 아닙니다.”
5월 12일, 베르트랑 조르당 프랑스 유전체학 진흥협회 회장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그는 2022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절멸종 복원 계획을 리뷰하는 논문을 쓴 바 있다. doi: 10.1051/medsci/2022046 이런 입장은 한국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직은 이벤트성 발표로 보입니다.” 5월 7일, 화상으로 만난 문정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팀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유전학자로 한국의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왜 연구자들은 다이어울프 복원 소식에 부정적일까.
DNA 추출→편집→핵치환… 절멸종 복원 기술
과학자들은 절멸종을 복원하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역교배’와 ‘복제’, 그리고 ‘유전자 편집’이다. 베스 샤피로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유전학 연구소에 몸담던 8년 전, 절멸종 복원에 관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doi: 10.1111/1365-2435.12705
먼저 ‘역교배’는 절멸종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의 개체 중 절멸종과 최대한 비슷한 생물을 찾아 선택적으로 교배시키는 방법을 뜻한다. 말하자면, 절멸된 야생 소를 되살리기 위해 현대의 소 중 덩치가 크고 뿔이 길며 성격이 사나운, 즉 ‘가장 야생 소 같은’ 소들을 모아 교배시키는 방법이다. 그런데 역교배는 현생 종 중에 절멸종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종이 있어야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인 ‘복제’는 절멸종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이용해 절멸종을 복제하는 ‘체세포핵치환(SCNT)’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 예가 2003년 복원이 시도된 이베리아아이벡스의 아종인 ‘부카르도’다. 유럽 공동 연구팀은 부카르도의 마지막 개체의 피부 세포에서 세포핵을 추출했다. doi: 10.1016/j.theriogenology.2008.11.005 이후 가까운 친척인 염소의 난모 세포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부카르도의 핵을 집어넣어 배아를 만들었다. 이후 이 배아를 대리모 염소의 자궁에서 키워 부카르도를 복원했다. 그러나 실제로 체세포핵치환을 통해 건강한 동물을 복제하기
란 쉽지 않다. 두 번의 실험 동안 총 439개의 부카르도 배아를 만들었지만 그중 단 한 마리가 태어났고, 이마저도 폐 기형으로 출생 직후 죽었다.
결정적으로, 역교배나 복제는 절멸종의 살아있는 세포핵이나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이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다. 즉 다이어울프처럼 수천 년 전에 사라진 절멸종들에게는 도입하기 힘들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그래서 마지막 방법인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했다.

매머드 부활이 목표인 유전공학 회사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절멸종 복원을 목표로 2021년 설립된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이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눈에 띄는 소식을 전한 것은 2025년 3월의 일이었다. 유전공학 기술을 사용해 풍성한 길이의 털을 가진 생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공개된 생쥐는 매머드와 비슷한 색깔의 긴 털로 덮여있었다. 그들은 이 성과를 3월 4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게재했다. doi: 10.1101/2025.03.03.641227
하이라이트는 한 달 후인 4월 8일이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최초로 절멸종인 다이어울프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며, 2024년 10월 1일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이름의 다이어울프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추가로 ‘칼리시’라는 이름의 새끼가 한 마리 태어나, 총 세 마리의 다이어울프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다이어울프를 복원하는 데 사용된 유전 공학 기술은 크게 두 가지, 고대 DNA(aDNA) 추출과 유전체 편집 기술이다. 먼저 고대 DNA 추출은 오래된 화석이나 사체에서 추출한 불완전한 DNA를 분석해 완전한 유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측은 “1만 1500년 전과 7만 2000년 전 화석의 고대 DNA로부터 완전한 다이어울프 유전체를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복원된 다이어울프 유전체를, 다이어울프와 가장 가까운 현생 회색 늑대의 유전체와 비교했다. 어떤 염기서열의 차이가 늑대와 다이어울프의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알아보는 단계다. 콜로설 연구팀은 다이어울프와 회색 늑대의 유전자가 약 99.5% 같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중 몸 크기, 털색 등 다이어울프를 만드는 유전자 변이를 선정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한 것은 다음 단계다. 연구팀은 가장 가까운 친척인 회색 늑대의 세포를 채취한 후, 14개 유전자의 20개 염기서열 부위를 다이어울프의 변이로 편집했다. 이후 체세포핵치환 기술로 배아를 만든 후, 대리모 개의 자궁에 이식해 키웠다. 그 결과 다이어울프의 유전자 특징을 가진 새끼가 태어났다.

절멸종을 복원하는 세 가지 방법
01. 역교배 오록스
① 오록스는 현생 가축 소의 조상이 되는 야생 소다. 오록스를 복원하기 위해 여러 현생 소 중 가장 오록스와 비슷한 소들을 골랐다.
②큰 뿔과 몸, 공격적인 성격 등 오록스와 닮은 소 B와 소 C를 골라 교배시킨다.
③ 교배가 꾸준히 진행되면 결과적으로 오록스와 비슷한 소가 탄생한다.
02.복제 부카르도
① 멸종되기 전 살아있던 부카르도에서 체세포의 핵을 채취한다.
② 부카르도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염소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부카르도 체세포의 핵을 넣어 배아를 만든다.
③ 부카르도 핵이 들어간 배아를 대리모 염소의 자궁에서 키운다.
④ 이렇게 키운 배아가 탄생하면 이론적으로 체세포를 가지고 온 부카르도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부카르도가 만들어진다.
03. 유전자 편집 다이어울프
① 다이어울프의 화석에서 조각난 유전자를 채취해, 염기서열을 분석한다. 그후 가장 가까운 친척인 회색 늑대와 비교해 유전자의 차이를 분석한다.
② 회색 늑대의 세포를 채취해 분석한 다이어울프의 유전자와 같아지도록 14개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③ 편집된 세포핵을 핵이 제거된 개의 수정란에 넣어 배아를 만든다.
④ 다이어울프로 편집된 배아를 대리모 개의 자궁에서 키운다.
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이렇게 탄생한 생물을 ‘다이어울프의 복원’이라 발표했다.

복원된 늑대, 진짜 다이어울프일까
이렇게 태어난 생물들을 ‘복원된 다이어울프’라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연구자가 고개를 젓는 우선적인 이유는 다이어울프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색 늑대와 다이어울프를 구성하는 2만여 개의 유전자 중에서 무엇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까? 조르당 회장은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늑대 유전체에서 단 14개의 유전자만 변형하여 다이어울프를 만들어냈다”며, “그들은 (증거 없이) 이 유전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아마도 관련 있는 다른 유전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늑대는 다이어울프가 아니라, 약 2만 개에 달하는 유전자 중 14개의 ‘다이어울프’ 유전자를 가진 늑대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 설명했다.
만약 두 동물의 유전적 차이를 더 명확히 분석하게 된다 치더라도, 유전자 편집 기술 또한 아직 불완전하다. 예를 들어 매머드, 그리고 매머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코끼리는 약 500만 년 전에 분기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둘의 유전체 차이는 염기서열 140만 개에 달한다. 이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을 안정적으로 모두 바꿀 수 있는 기술은 등장하지 않았다.
실제로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발표가 화제가 되자, 4월 18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산하 종생존위원회의 갯과 동물 전문가 그룹 분류학 검토 태스크포스는 ‘야생 갯과 동물의 유전자 편집에 관한 보존적 관점’이라는 논평을 통해,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만든 새 동물은 다이어울프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태스크포스는 이 성명문에서 “첫 번째로, 이 유전자 변형 동물들이 회색 늑대와 다르고 다이어울프와 비슷한 표현형을 가졌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둘째로, 다이어울프가 이미 멸종해 다이어울프의 행동, 표현형, 생태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여기서 상상력을 확장해, 회색 늑대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다이어울프와 똑같도록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생명체는 절멸된 다이어울프의 부활이라 볼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한 생물의 전체 유전체에는 세포핵 말고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도 포함됩니다.” 문 팀장은 설명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세포핵의 유전자를 다이어울프와 비슷하게 편집해서 배아를 만든다. 그런데 세포핵 바깥에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도 자신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배아를 제공한 개체, 즉 난자 공여자의 유전자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난자의 핵을 아무리 다이어울프와 비슷하게 바꿔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개의 것 그대로 남아있게 되죠.”
나아가 생물이 나타내는 형태적, 생리적 성질인 ‘표현형’에는 유전자만 관여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 생물의 서식 조건, 특유의 행동 문화 등 다양한 환경이 하나의 종이라는 특별한 형태를 이룬다. 유전적으로 다이어울프와 거의 똑같다 하더라도 다이어울프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무리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그래서 멸종된 다이어울프와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면, 진정한 다이어울프 복원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학이 멸종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절멸종의 복원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들을 분석하다 보면, ‘절멸종 복원’이라는 도전은 종이 무엇인지, ‘종’의 정의 자체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과학동아가 만나본 다른 연구자들의 의견도 동일했다. 절멸종의 부활은 단지 한 생물의 유전자를 그대로 복원한다고 성취되지 않는다. 유전자는 물론, 기후, 지형, 양육 방식 등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을 둘러싼 자연환경까지 인간이 알 수 없고 조절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한 생물종의 표현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원된 절멸종은 인간의 지식과 사회 내에서 구성된 창조물의 범주에 머무를 것이다.
즉, 어떤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아예 사라져 버린 종을 완벽히 복원할 수 없다면, 어쩌면 로물루스와 레무스, 그리고 칼리시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아직 지구상에 남아있는,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23년부터 ‘생체시료은행’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표범부터 수원청개구리까지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체세포를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추후에 이 생물들이 멸종하면 체세포를 통해 복원을 시작할 수 있어요. 또한 멸종위기종이 접하는 큰 문제 중 하나는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생체시료은행에 다양한 개체의 세포를 모아놓으면 유전적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문 팀장은 절멸종 복원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에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시도는 나름대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콜로설이 공개한 동물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최전선을 보여준다는 기술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 멸종위기에 다다른 동물들 또한 유전적 다양성을 얻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그 응용 범위가 엄청나다. 인간의 희귀 유전병 치료가 한 예시다. 콜로설이 보유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어쩌면 절멸종 복원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훨씬 더 큰 경제적 가치를 발할지도 모른다. “사실 다이어울프는 홍보용 곡예인 거죠. 절멸종 복원에 관해 발표할 때마다 당신과 같은 언론에서 엄청난 관심을 가져주니까요.” 조르당 회장의 의견이다. “동시에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를 주도하는 조지 처치는 매우 훌륭하고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과학자예요. 그가 절멸종 복원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 중인 여러 기술은 다른 분야에도 유용할 것이며, 특허와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앞으로 매머드는 물론, 모리셔스섬에 살던 도도와 태즈메이니아섬의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까지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매머드가 시베리아 초원을 거닐고, 도도가 모리셔스섬의 어두운 숲속을 헤집는 날이 올까. 절멸종들이 정말로 돌아온다면 지구는 어떻게 변할까. 그들이 알아보지 못할 만큼 바뀐 환경에는 적응할 수 있을까. 파트 2에서 알아본다.


어쩌면 다이어울프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아직 지구상에 남아있는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