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선조들은 꾸준히 전투용 배를 개발해 왔어.
나는 우리나라 전통 선박의 장점에 특별한 아이디어를 결합해서 생겨났지.
내가 무적의 배가 된 이유를 알려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배가 있어!
사면을 판옥(板屋)으로 꾸미고
형상은 거북 등 같으며,
쇠못을 옆과 양머리에 꽂았는데,
왜의 배와 만나면 부딪치는 것은
다 부서지니, 바다에서
전쟁하기에 이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선조실록 82권>(1596년)
판옥선과 일본 전선의 차이

길이: 약 32m.
너비: 8~9m.
높이: 5~6m.
재질: 소나무.

길이: 10~20m.
너비: 2.5~3m.
높이: 3~4m(추정).
재질: 삼나무 등.
튼튼한 판옥선, 거북선으로 진화했다
1555년, 조선은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려고 전투용 배 판옥선을 개발했어요. ‘판옥’은 판자로 집을 지었다는 뜻이에요. 배의 갑판 위에 판자로 방패를 세우고, 그 위에 갑판을 올려 만들었어요. 판옥선에서 노 젓는 군사는 갑판과 갑판 사이에서 안전하게 노를 젓고, 전투 군사들은 제일 높은 갑판에 있었어요. 적을 내려다보며 공격할 수 있어 전투 효율이 높았지요.
판옥선은 배 밑바닥이 평평한 평저선의 특징을 갖고 있어요. 뱃머리와 배 뒷부분은 부드럽게 휘어 올라와 파도의 저항을 줄였어요. 우리나라 전통 배엔 평저선이 많고, 서양과 일본 배는 바닥이 좁고 뾰족한 첨저선이 대부분이에요.
평저선은 첨저선보다 배가 물에 잠기는 깊이가 더 얕기 때문에, 더 빨리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어요. 밑바닥이 평평해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도 배를 대기 좋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앞바다에 적합했어요.
1592년, 판옥선을 개량한 거북선이 등장합니다. 튼튼한 덮개로 판옥선을 덮어 배에 탄 모든 군사를 안전하게 보호했지요. 대신 배 옆면에 6개씩 난 구멍으로 안쪽에서 활과 포를 쏘았어요.
당시 왜군은 작고 날렵한 배인 일본 전선을 타고 적군의 배에 뛰어올라 싸우는 전략을 썼어요. 거북선의 지붕과 철침은 이런 왜군의 접근을 차단했어요. 또 거북선은 소나무를 두껍게 잘라 만든 판옥선을 토대로 해서 무척 튼튼했어요. 소나무보다 무른 삼나무와 전나무로 만든 일본 전선은 판옥선과 부딪히면 부서지기 일쑤였습니다. 거북선이 적군의 배 사이로 돌격해 대열을 흐트러뜨리면, 이순신 장군의 지휘선을 비롯한 판옥선들이 뒤따라 진격해서 공격을 퍼부었지요.
이 때문에 판옥선에 대해 아는 것은 거북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해요.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홍순재 학예연구사는 “임진왜란의 승리와 거북선 개발에 판옥선이 큰 역할을 한 것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