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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SF, 과학의 최전선에서 피어나는 상상력

    우주의 27%를 차지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까?
    138억 년 동안 1초도 틀리지 않는 시계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지상 도로 대신 하늘길을 달리는 택시가 일상이 된다면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들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한국의 연구자들이 실제로 도전하는 최전선의 과학이죠.
    올해 과학동아 SF 공모전은 이 과학적 모험을 상상으로 더 크게 펼쳐갈 창작자들을 기다립니다.

     

     

    과학동아 SF의 대표 축제, ‘제4회 SF스토리 공모전’이 지난 8월 25일 막을 올렸습니다. SF스토리 공모전은 소설과 웹툰은 물론, AI 영상까지 전례 없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공모전, 청소년 부문을 따로 시상하는 국내 유일의 공모전이죠. 올해도 작년에 이어 세 기관이 직접 특별상을 내걸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제시한 주제는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는 연구 성과이자, 미래 사회를 열어가는 씨앗입니다.

     

    암흑물질 정체를 밝혀라: IBS 액시온·윔프 탐색

     

    ▲NASA, ESA, M. J. Jee and H. Ford et al.

     

    ▲IBS
    암흑물질은 은하를 만들고 지탱한 주역이다. 오른쪽은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윔프’를 찾는 IBS 지하실험 연구단 코사인(COSINE) 검출기다.

     

    우주의 27%를 차지하는 미지의 물질, 암흑물질은 ‘발견만 하면 노벨상’으로 불리는 인류 궁극의 수수께끼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관측한 우주의 구성 비율은 암흑에너지가 68%, 암흑물질이 27%로 우리가 이해하는 물질은 고작 5% 미만입니다. 다시 말해, 인류는 우주의 대부분을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인 ‘액시온(Axion)’을 찾기 위해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 허브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나섰습니다. 액시온은 1978년 제안된 이론적 입자로, 현대 물리학의 두 난제인 암흑물질의 정체와 우주의 비대칭성(CP 문제)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후보입니다. IBS 연구팀은 초강력 자석으로 강한 전자기장을 만든 뒤, 특정 주파수(질량)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액시온이 광자로 바뀌어 방출하는 신호를 탐색합니다. 주파수를 조금씩 조정하며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듯’ 탐색 범위를 좁혀가는 방식입니다. 힉스 입자가 반세기 만에 발견돼 노벨상으로 이어졌듯, 액시온 역시 2030년 무렵에는 그 존재가 드러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한편 IBS는 또 다른 후보인 윔프(WIMP)도 탐색하고 있습니다.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로, 존재 여부를 두고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검증이 이어져 왔습니다. IBS 연구팀은 양양 지하실험실에서 아이오딘화나트륨 결정을 이용해 윔프 신호를 추적해 왔으며, 강원도 정선 지하 1000m에 조성된 예미랩으로 실험 무대를 옮겨 더 정밀한 검증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암흑물질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까요?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SF 아이디어 씨앗
    - 암흑물질을 제어해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삼는 인류의 미래
    - “우주 95%는 아직 미지”라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상상의 사회

    참고하면 좋을 SF 작품
    ➀ 그렉 이건, 《루미너스》(1995)
    우주를 지탱하는 근본 법칙이 변화하며 기존 우주를 잠식해 나가는 이야기. 하드 SF 작가 그렉 이건의 대표작
    ➁ 크리스토퍼 놀란, 《인터스텔라》(2014)
    블랙홀, 상대성 이론, 우주의 팽창, 그리고 미지의 힘을 다루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SF 영화

     

    시간을 다시 정의하다: KRISS 이터븀 광시계

     

    만약 우주의 나이 138억 년 동안 오차가 단 1초밖에 나지 않는 시계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개발 중인 광시계가 바로 그런 시계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시간은 1967년부터 세슘 원자의 진동을 기준으로 정의돼 왔습니다. 세슘 원자는 1초 동안 약 92억 번 진동하는데, 이를 세어 ‘1초’를 정한 것이죠. 하지만 KRISS 연구팀이 개발한 이터븀(Yb) 광시계는 무려 1초 동안 518조 번이나 진동합니다. 자의 눈금이 촘촘할수록 길이를 더 정확히 재듯, 더 많은 진동을 세면 시간을 훨씬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정밀함은 단순한 과학적 자랑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GPS, 인터넷 뱅킹, 통신망, 전력망 같은 현대 사회의 기반 시스템은 모두 정확한 시간에 의존합니다. 더 정밀한 시계는 곧 더 안전한 교통, 더 빠른 통신, 더 정교한 우주 탐사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KRISS의 광시계는 이미 세계협정시(UTC) 생성에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은 프랑스·미국·일본·이탈리아에 이어 광시계로 세계 표준시를 만드는 5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연구팀은 현재 차세대 시계 KRISS-Yb2를 개발 중입니다. 목표는 ‘우주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도 오차가 1초가량인 시계’. 2030년경 ‘1초’의 정의가 세슘에서 광시계로 바뀔 가능성이 큰데, 그 순간 한국의 연구진이 세계 표준을 주도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은 여기서 더 이어집니다. 시간을 이렇게까지 정밀하게 다루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혹은 그 끝에서, 정말로 시간여행의 문이 열리게 되지는 않을까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전선의 과학, 바로 그곳에서 SF의 씨앗을 틔워 보세요!

     

    ▲Shutterstock

     

    ▲남윤중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개발한 이터븀(Yb) 광시계.
    KRISS의 다음 목표는 우주의 나이 동안 오차가 1초 미만인 광시계다.

     

    SF 아이디어 씨앗
    - ‘시간을 새로 정의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 정밀한 시계가 시간여행의 문을 여는 단서가 된다면?

     

    참고하면 좋을 SF 작품
    ➀ 아이작 아시모프, 《영원의 끝》(1955)
    시간을 관리하는 조직이 인류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
    ➁ 테드 창,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2007)
    고전적이면서도 논리적 정합성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시간여행 SF

     

     

    하늘길을 여는 실험: KARI 오파브(OPPAV)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도심항공교통(UAM) 실증사업에 사용되는 미래형 개인 항공기 OPPAV(오파브). 8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해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한다.

     

    올림픽에서 에어택시가 실제로 날아오를 뻔한 시대,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전남 고흥의 K-UAM 실증단지에서 차세대 에어택시 ‘오파브(OPPAV)’를 시험 비행하며 이 미래를 현실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오파브는 항우연이 주관해 개발한 유·무인 겸용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입니다. 길이 6m, 순항속도 시속 170km로 활주로 없이 이착륙할 수 있고, 소음도 헬리콥터보다 훨씬 적습니다. 특히 전기동력 분산 추진 시스템을 적용해 모터 일부가 고장 나더라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 기반 추진으로 탄소 배출도 없습니다.


    고흥 실증단지는 단순한 활주로가 아닙니다. 공항과 같이 이착륙장, 격납고, 승객 터미널, 통합관제실까지 갖춰 실제 UAM 운항 환경을 재현합니다. 비행 중 새 떼와의 충돌, 항로 침범 같은 돌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통해 기체가 안전하게 회피하고 착륙할 수 있는 운용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상상력은 여기서 더 멀리 뻗어 나갑니다. 도심 하늘을 가득 메운 에어택시, 응급 환자를 실은 구조 비행, 공중에서 벌어지는 실시간 교통 통제…. 지상과 하늘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과학이 열어가는 가까운 미래이자 SF가 탐험하기에 가장 매혹적인 무대를 직접 그려보세요.

     

    SF 아이디어 씨앗
    - 도심 하늘을 가득 메운 에어택시가 만드는 새로운 공중 교통 사회
    - 돌발 상황 속 드론 경찰의 추격전이나 공중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나리오

     

    참고하면 좋을 SF 작품
    ➀ 시로  마사무네, 《공각기동대》 시리즈(1989~1990)
    드론과 항공 모빌리티가 일상화된 초연결 사회의 리얼리티
    ➁ 필립 K. 딕 원작, 《토탈 리콜》(1990/2012)
    공중 교통 시스템이 일상화된 복합 도시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는 작품

     

     

    당신의 상상력이 완성할 미래
    암흑물질을 완벽히 이해한 인류, 시간을 새로 정의한 세계, 하늘 위를 달리는 도시. 이 모든 이야기가 당신의 펜 끝에서 탄생할 수 있습니다. 2025년 ‘제4회 SF스토리 공모전’은 오는 11월 9일까지 작품을 접수받습니다. 주제는 자유롭게 응모 가능하며, 특별상은 IBS, KRISS, KARI의 제시 주제를 활용한 작품 중 우수작에 수여됩니다. 자세한 응모 방법과 요강은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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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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