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보고서를 쓰기 위해 도서관에 보관된 희귀 원서를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귀중한 자료이므로 쉽게 대출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방법은 그 책을 복사하거나 스캔한 파일을 활용하는 겁니다. 원본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스캔본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동일한 원서를 참고해 쓴 보고서가 모두 같은 내용일까요? 아닐 겁니다. 어떤 부분을 인용했는지, 어떻게 번역하고 해석했는지에 따라 보고서의 내용은 모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명체에서 유전 정보가 저장되고 활용되는 방식도 이와 매우 유사합니다. 세포로 이뤄진 생물들은 유전 정보를 DNA라는 비교적 안정된 분자에 보관합니다. DNA는 수많은 뉴클레오타이드가 길게 이어져 만들어진, 폴리뉴클레오타이드 두 가닥이 서로 마주 보며 꼬여 있는 이중 나선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염기 아데닌(A)은 타이민(T)과, 구아닌(G)은 사이토신(C)과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해 내부에 배치되는데, 이러한 구조 덕분에 염기서열이라는 중요한 정보가 안정적으로 보존될 수 있습니다.
김태영 쌤의 통합과학,
이것만은 꼭!
DNA 중 한 가닥의 염기서열을 제시하고 반대쪽 가닥의 염기서열이나 전사된 RNA의 염기서열 및 번역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묻는 문제가 자주 출제됩니다. 따라서 DNA의 염기 A는 T, U와 G는 C와 각각 상보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을 잘 알아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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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원본과 RNA 복사본
DNA는 훼손되면 안 되는 희귀 원서와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세포는 이 귀중한 원본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그 내용을 옮겨 적은 RNA를 활용합니다. RNA는 마치 스캔된 파일처럼, 원본을 대신해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복사본의 역할을 합니다. 원본(DNA)은 안전하게 보존되고, 복사본(RNA)은 다양한 생리적 상황에서 활용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RNA를 토대로 합성된 단백질은 마치 ‘보고서’와 같습니다. 같은 책을 참고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보고서를 쓰듯이, 세포도 어떤 유전자를 어떻게 발현했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합성해 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지는 한 개체의 세포들인데도 형태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DNA의 유전정보가 RNA로 전달되고, RNA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며, 이러한 유전 정보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는 원리를 ‘생명중심원리(central dogma)’라고 합니다. DNA의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타이드는 인산기, 5탄당인 디옥시리보스, 그리고 하나의 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때 인산기와 디옥시리보스는 모든 뉴클레오타이드에 공통으로 존재하지만, 염기의 종류는 A, G, C, T의 4가지로 구분됩니다. 염기의 종류는 4가지뿐이지만 이 염기들이 3개씩 모여서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암호인 ‘3염기 조합(triplet code)’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총 64가지의 유전부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DNA의 유전 정보가 RNA로 전달되는 것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합니다. DNA는 유전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이중나선 구조를 가지므로, 전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DNA의 이중나선이 풀리면서 염기와 염기 사이의 수소결합이 끊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풀어진 두 가닥 중 한 가닥이 주형 가닥으로 작용해, DNA의 염기와 상보적인 염기를 가진 RNA 뉴클레오타이드가 결합합니다. RNA의 기본단위 역시 인산기, 5탄당인 리보스 그리고 하나의 염기로 구성되는데, RNA는 DNA와는 달리 ‘U(유라실)’을 가지며, ‘T’는 갖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사 과정 중 DNA의 주형 가닥에 A가 나타나면, U를 가진 RNA 뉴클레오타이드가 상보적으로 결합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RNA 가닥은 A, G, C, U 4가지 염기로 이뤄진 염기서열을 갖게 됩니다.
세 글자 암호가 단백질을 만든다
DNA의 트리플렛 코드는 전사를 통해 RNA의 ‘코돈’으로 전환됩니다. 64종류의 코돈 중 61종류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며, 그 중 메싸이오닌을 지정하는 ‘AUG’는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는 신호로 작용하는 ‘개시코돈’입니다. 나머지 3종류의 코돈(UAA, UAG, UGA)은 특정 아미노산을 지정하지 않고, 단백질 합성의 종료 신호로 작용하므로 ‘종결코돈’이라고 부릅니다.
핵이 있는 진핵 세포에서 DNA는 핵 안에 존재하므로 전사는 핵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전사를 통해 합성된 RNA는 핵막에 있는 구멍(핵공)을 통해 핵 밖의 세포질로 이동합니다. 이동한 RNA는 라이보솜과 결합해 단백질 합성에 참여하게 됩니다. 라이보솜에서는 RNA에 기록된 코돈이 지정하는 아미노산들이 차례대로 연결됩니다. 아미노산과 아미노산은 서로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 연결되며, 이렇게 형성된 긴 아미노산 사슬은 특정한 구조로 접히면서 단백질이 됩니다. 그리고 특정 입체 구조를 가지는 단백질은 각각 특정한 기능을 가집니다.
DNA에서 RNA로의 정보 전달은 뉴클레오타이드라는 동일한 물질 단위와 염기서열이라는 같은 정보 체계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RNA에 저장된 정보가 단백질로 전환될 때는 아미노산이라는 전혀 다른 물질이 사용되며, 염기서열이 아미노산 서열로 전환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RNA의 염기 정보라는 하나의 ‘언어’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바뀌는 것과 같으므로 ‘번역(trans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똑같은 DNA, 왜 다른 세포가 될까?
한 개체가 가지는 모든 세포는 핵 안에 동일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세포들에서 모든 유전자가 동시에 전사되고 번역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한 개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똑같은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결국 똑같은 모양과 기능을 가지는 세포로만 구성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각각의 세포들은 필요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전사, 번역합니다. 즉, 세포는 핵 속에 들어있는 모든 유전자 중 그 세포가 필요로 하는 부분만 활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적정량 합성합니다. 그 결과, 동일한 유전 정보를 공유하는 세포라도 발현되는 단백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집니다. 바로 이 차이가 세포의 모양과 기능을 결정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했지만, 발생 과정에서 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자 조절 프로그램을 따르며 다양한 세포로 분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포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조직이 모여 기관을 형성하며, 결국 고도로 체계적인 개체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일정한 질서를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그 안에서 지속성을 유지하는 체계인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생명체 역시 다양한 규모의 시스템 안에서 생명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세포 내 정보의 적절한 흐름은 생명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태영
통합과학 개념 실전 탐구
Q.위 그림은 사람의 세포 내 유전 정보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고, 표는 일부 코돈이 지정하는 아미노산이다. (가)~(다)는 단백질, DNA, RNA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다. 옳은 설명에는 ‘O’를, 옳지 않은 설명에는 ‘X’를 표시하시오.

② 핵 안에서 (나)의 정보를 이용해 (다)가 합성된다. ( ○, × )
③ 전사에 사용된 DNA 가닥은 Ⅱ이다. ( ○, × )
④ ⓐ에 들어갈 염기서열은 GUU이다. ( ○, × )
⑤ ㉠이 C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아미노산 2가 알라닌이 된다. ( ○, × )
⑥ ㉡ 부분에 염기 A가 1개 삽입되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아미노산 3과 4가 다른 종류로 바뀐다. ( ○, × )
A.정답 : ×, ×, ×, ○, ×, ○
과학기사로 개념 확장하기
① 당신이 알던 DNA(기사 클릭)
과학동아 2013년 1월호
“DNA는 놀라운 정확도로 복제 과정을 수행해 후손에게 전달한다. 신비롭게도 이 과정에서 다양성이 생긴다. 아주 미세한 유전자의 차이가 생물마다 차이를 낳는다. 때론 이
차이가 생물이 처한 환경에서 생사를 가른다.”
염색체와 DNA의 정교한 구조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과 DNA 복제 과정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기사다.
② 생명의 기원과 유전자 비밀 밝혀줄 핵심분자 RNA(기사 클릭)
과학동아 2003년 4월호
“RNA는 DNA의 활동을 돕는 ‘수행비서’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의 생명과학은 RNA가 각종 생명현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생명을 주관하는 핵심 분자라는 사실을
하나씩 밝히고 있다.”
RNA가 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분자임을 알 수 있다. 스스로 화학 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 라이보자임은 생명의 기원 물질 후보로 주목받고 있으며, 마이크로 RNA나 간섭 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암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③ 발생학 강의-피부세포가 근육세포가 될 수 없는 이유(기사 클릭)
과학동아 2018년 6월호
“한 번 선택한 결과(분화한 결과)가 이후에 바뀔 수 없다는 점은 개체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장세포가 되기로 한 세포들이 갑자기 근육세포로 변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피부세포가 혈관세포로 바뀌어버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니까요.”
수정란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한 번 분화된 세포가 다른 종류의 세포로 변화할 수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DNA 메틸화에 의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돼 필요 없는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2) 핵 안에서 합성된 RNA(나)는 핵에 있는 구멍을 통해 핵 밖으로 빠져나와 세포질에서 단백질 합성에 참여한다.
(3) 전사에 사용된 DNA 가닥은 합성된 RNA와 상보적인 염기 서열을 가지고 있는 가닥 Ⅰ이다.
(4) ⓐ에 들어갈 염기서열은 CAA와 상보적인 GUU이다.
(5) ㉠이 C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코돈 GGU가 번역되어 아미노산 2가 글라이신이 된다.
(6) ㉡ 부분에 염기 A가 1개 삽입되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아미노산 3은 류신에서 페닐알라닌으로, 아미노산 4는 아스파라진에서 라이신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