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진출한 과정은 고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 중 하나다. 최근 약 4억 2000만년 전 고대 물고기 ‘폐어’가 기어간 흔적이 발견돼, 척추동물 육상 보행의 최초 시점을 1000만 년 가량 앞당겼다. 8월 6일, 폴란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연구 내용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doi: 10.1038/s41598-025-14541-8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제 이름은 폐어예요. 호주, 남미, 아프리카의 강과 호수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죠. 제 이름의 ‘폐’ 자는 여러분 몸속에도 있는 신체 기관, 폐에서 따왔어요. 다른 물고기처럼 아가미만 있는 게 아니라 폐 같은 호흡 기관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저보고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러요. 저는 무려 4억 년 전 고생대 데본기 이후부터 쭉 형태 변화 거의 없이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몸에 독특한 신체 구조가 있다고 들었어요.
바로 지느러미예요. 제게는 가슴과 배 쪽에 실 모양의 가늘고 긴 지느러미가 있는데, 이 지느러미를 활용해 물속을 헤엄칠 뿐만 아니라, 바닥을 밀거나 기어다니기도 해요. 제 DNA 연구에 따르면 저는 지금의 네발동물과 가장 가까운 현생 어류래요. 그래서 물고기와 인간까지 이어지는 진화를 연구할 때 자주 분석되는 동물이죠.
언제부터 기어다녔어요?
제가 기어다녔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데본기 중·후기의 것이었는데요. 폴란드 연구팀이 그보다 무려 1000만 년이나 앞선 데본기 초기에도 제가 기어간 흔적을 발견했대요. 지금으로부터 약 4억 2000만 년 전의 흔적이죠. 흔적은 몸통을 끌고 간 자국과 지느러미로 남긴 좁고 긴 홈, 그리고 주둥이를 바닥에 박은 자국 등이었어요. 또 제가 얕은 물이나 육상에서 기어다니다가 잠깐 쉬며 만들어진 흔적도 발견됐죠. 지느러미 자국이 대칭적으로 남아 있었거든요.
잠깐만요, 육상에서 기었다고요?
맞아요. 연구팀은 이번 흔적이 어류에서 육상 이동의 능력이 진화한 증거로 생각해요. 즉 척추동물이 육상에서 적응하는 과정은 하나의 계통에서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라, 다양한 먹이를 찾으려 물과 육지를 넘나들던 여러 어류 집단에서 점진적으로 시도된 과정이란 뜻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