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민자 부부의 딸로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작가 에이미 탄은 데뷔작인 소설 ‘조이럭 클럽’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래, 40여 년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나온 ‘뒷마당 탐조 클럽’은 이 노년의 소설가가 글과 그림 모두에 애정을 담은 새 관찰 일지다. 물론 장소는 그의 집 뒷마당이고 주인공은 이곳에 깃든 새들이다.
노랑정수리북미멧새
2019년 10월 13일: 욕실 창턱에 반복해서 찾아오는 노랑정수리북미맷새 한 마리가 있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매일 아침 같은 창턱에 씨앗을 놓는 줄 아는 걸까? 그 새는 가끔 내 눈을 바라본다.
주황정수리솔새
2022년 12월 15일: 새를 지켜본 지난 6년 동안 내가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모든 새가 저마다 그 자체로 놀랍고 황홀하게 아름답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토히
2021년 2월 8일: 얼마 전에 알게 된 바, 거의 모든 새가 흰목참새에게 복종한다. 단, 캘리포니아토히는 예외다. 이 새는 덩치부터 우람하다.
검은눈방울새
2019년 12월 21일: 대결이 시작됐다. 검은눈방울새가 모이통 스탠드에서 훌쩍 뛰어 내려오더니 태연히 씨앗 하나를 먹었다. 노랑정수리북미멧새가 깜짝 놀랄 점프 실력으로 측면에서 발차기 공격을 시도했고 놀란 검은눈방울새가 황급히 날아갔다.
캘리포니아덤불어치(독립 20일째)
2021년 7월 15일: 오른쪽 홍코너에서 어린 캘리포니아덤불어치가 등장했다. 28cm의 뻔뻔하고 배짱 좋고 시끄럽고 영리하고, 무엇보다 항상 배가 고픈 새다. 음식을 두고 하는 싸움이라면 덤불어치에게 돈을 거는 편이 현명하다.
‘뒷마당 탐조 클럽’의 에이미 탄 인터뷰
“소설을 관찰하듯 새들의 개성을 포착했죠”
편집자 주
조은영(조): 안녕하세요. 저는 ‘뒷마당 탐조 클럽’을 옮긴 번역가 조은영입니다. 선생님께선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가까이 했지만 새에 관심이 간 건 비교적 최근이라고 하셨어요. 새를 관찰하며 겪은 좋은 변화는 무엇이죠?
에이미 탄(탄): 저는 강박적 성향이 있는데 최근 몇 년은 탐조에 집착했어요. 본업인 소설 집필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지만, 모처럼 근심걱정을 버리고 즐겁게 지냈죠. 생애 처음으로 종일 아무 생각 없이 탐조만 했어요. 매 순간이 다르게 다가왔어요. 탐조란 참 짜릿하고 생각할 지점이 많아서 그만 푹 빠졌죠.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배워야 했던 유용한 기술들과는 달랐습니다. 나이가 들며 이렇게 의미 있는 것들이 제게 더 중요해졌어요.
조: 여러 생물학 저서로 알려진 생태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뛰는 사람’을 번역한 까닭에, 그의 이름을 이 책에서 보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인리히 교수를 비롯해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선생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마추어 탐조가로서 새를 어떻게 공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탄: 탐조를 시작하기 전에 베른트 하인리히의 ‘까마귀의 마음’을 읽었죠. 그 후로 새에 관한 그의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하인리히는 심오한 통찰력을 지녔고 새들의 사회생활은 물론, 그들의 감정까지 관찰해요. 운 좋게 메인주 숲속에 있는 하인리히의 집에서 그와 5일 동안 자연을 공부한 적이 있어요. 모든 생물을 배울 땐 긴 시간 공들이며 그 서식지와 생태계까지 함께 관찰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저는 자연과 관련된 책을 읽고, 다른 탐조인들과 하이킹을 다니며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반면 그저 자신의 관찰 조류 목록을 늘리는 게 목적인 이른바 ‘전문가’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새를 일단 보면 그곳에 더 머물지 않지만 저는 하나의 새를 몇 시간씩 바라볼 수 있거든요. 제가 사랑에 빠진 건 개성 넘치는 그 각각의 새들이니까요. 지금까지 우리 집을 찾은 새는 총 71종입니다.
조: 지금까지 선생님의 소설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였는데, ‘뒷마당 탐조 클럽’은 인간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하게 새 자체를 바라보고 새와의 관계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연 일지를 쓰는 건 소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탄: 인간의 관점이 새를 관찰한 내용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뒀지만,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또 이 일지는 원래 출판할 의도가 없었기에 자유롭게 쓰기도 했죠. 하인리히와 마크 모펫 등의 생물학자들과 생물을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의인화가 예전만큼 금기시되진 않는다더군요. 예를 들어 새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편안할 때 인간처럼 호르몬 수치가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다만 새들의 감정과 의도, 그리고 그 표현 방식이 인간과 같다는 생각은 위험하죠. 동료에게 소심하게 복수하는 빈정 상한 새에 관한 만화를 제 개인 일기장에 그릴 수는 있지만요.
조: 뒷마당에 깃든 새들을 그들의 종이 아닌, 개체로 대하신다는 부분이 감동적이었어요. 선생님께서 돼보고 싶은 새가 있는지, 뒷마당의 소중한 새들 중에서도 특별히 더 마음을 준 새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탄: 유독 애착이 가는 새들이 많아요. 볏이 멋진 작은 참나무관박새는 작은데도 어찌나 뻔뻔한지 보노라면 정말 재밌죠. 저를 웃겨주는 새들이 좋거든요. 벌새도 제 사랑을 듬뿍 받았죠. 세상에서 가장 작고 빠른 새인 데다 가장 당차죠. 제 손바닥 위까지 와서 꿀물을 먹는다니까요!
최근엔 큰뿔부엉이 모자에 푹 빠졌더랬어요. 어미가 아들에게 사냥하는 법, 위협을 물리치는 법을 가르쳐줬죠. 어미는 우리 집에서 7~10월, 아들은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살았어요. 창을 내다본 남편의 “엄마랑 아들이 왔어”라는 말로 잠을 깼죠. 그 모자는 옆집 담쟁이덩굴에 사는 쥐들도 잡아줬답니다. 되고 싶은 새도 큰뿔부엉이예요. 최상위 포식자여서 잡아먹힐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지금은 제가 채식주의자여서 곤란하군요.
조: 한국은 고층 아파트에 사는 도시인들이 많아요. 이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탐조 활동이 있을까요? 최근 한국도 자연 일지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처음 일지를 쓸 때의 팁은 무엇일까요?
탄: 저도 한 해의 일부는 미국 뉴욕시에서 지냅니다. 그래서 갈매기와 비둘기가 전부인 도심 생활을 잘 알죠. 하지만 그 새들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비둘기가 티렉스 같은 공룡의 후손이란 사실은 매우 흥미롭고요. 공원이나 열린 공간에서 더 다양한 새를 볼 수도 있죠.
보전 활동에 힘쓰는 탐조 단체에 가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제 경험상 탐조인은 거의 대부분 친절하고, 또 새로운 동지를 환영합니다. 자연 일지를 쓴다면 WildWonder.org를 추천할게요. 온라인 워크숍, 가상 컨퍼런스, 국제 자연 일지 단체가 있고 자연 일지 클럽을 직접 시작하는 걸 도와줍니다. 관찰 그림을 다룬 책은 저도 읽은 존 뮤어 로스의 ‘로스의 새 그리는 법’을 추천합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새를 향한 작가의 애정을 가장 따뜻하게 지지하는 그의 남편 루 드마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