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운 여름날에는 오이가 먹고 싶다. 어린 시절 더위를 먹고 고생할 때 엄마가 잘라준 오이를 먹고 회복한 이후로, 내게 오이는 여름을 이겨낼 음식이 됐다. 그런데 세상엔 나와 반대인 오이 혐오가도 있다. 오이 향 제품은 물론, 심지어는 참외와 수박까지 멀리하는 사람들이다.
오이의 향을 내는 주성분은 오이를 자를 때 나오는 여러 종류의 알데하이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분은 ‘2,6-노나디에날’로, 오이는 물론 수박과 참외에서도 발견된다. doi: 10.1111/j.1365-2621.1990.tb06050.x 이 물질은 여름용 향수에 청량함을 내기 위해 첨가되기도 하지만, 오이 혐오가에게는 그저 ‘녹조나 곰팡내, 혹은 물비린내’처럼 느껴진다.
오이 향에 관한 호불호는 왜 첨예하게 갈릴까. 오이의 맛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혀의 쓴맛 수용체 단백질 ‘TAS2R38’은 유전형에 따라 민감도에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유전학자들은 쓴맛에 민감할수록 오이를 포함한 채소를 즐기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고 예측한다(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쓴맛에 민감한 유전형을 가질수록 오이를 좋아한다는 정반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doi: 10.1007/s00394-025-03718-6). 비슷하게, 생물학자들은 유전적 차이로 민감한 향이 달라지면서 오이에 대한 호불호가 생긴다고 추측한다. 여기에 개인의 경험도 더해진다. 오이 맛을 역겹게 느끼는 사람이 오이 향을 좋아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아직 오이 향의 호불호를 좌우하는 정확한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 후각수용체의 종류는 추측되는 것만 400가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이 향은 누군가에겐 청량한 여름의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물비린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만큼 사람들은 서로 다른 후각의 우주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