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움 구경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에게도 적용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7월 9일 국제학술지 ‘애니멀 코그니션’에 엘리자베스 스터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동물행동 및 인지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원숭이에게 여러 종류의 영상을 시청하게 했을 때, 다투는 영상에 가장 집중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doi: 10.1007/s10071-025-01970-1
연구팀은 ‘긴꼬리마카크’로도 불리는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우선 네덜란드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생활하는 필리핀원숭이가 다투는 모습, 털을 고르는 모습(그루밍), 달리는 모습,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을 촬영해 4개 유형의 8개 영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28마리의 필리핀원숭이에게 4개 유형 영상을 모두 담은 2분 길이의 영상을 무작위로 보여주며 반응을 기록했다.
영상 속의 원숭이가 얼마나 친숙한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원숭이의 집중도와 반응이 달랐다. 연구팀은 원숭이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자기지향 행동’을 포착했다. 입을 만지거나, 몸을 긁거나 털을 고르는 등의 행동이다. 원숭이는 갈등 장면을 시청할 때 가장 집중했다. 그 다음으로, 달리기에 집중했으며 털 고르기와 앉아 있는 모습은 원숭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브래드 부시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들이 생존을 위해 공격적인 모습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설계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는 원숭이의 등장도 실험에 참여한 원숭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원숭이들은 자기 무리 구성원이 등장하는 영상을 더 주의 깊게 시청했다. 반면 낯선 이의 등장은 원숭이들을 경계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원숭이일수록 낯선 원숭이 영상을 볼 때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스터크 교수는 “지위가 낮은 원숭이는 공격 대상이 되기 쉬워 다른 원숭이들의 행동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