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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에디터 노트] 가을, 길 위의 과학

    20대엔 이해 못 했습니다. 왜 다들 휴가를 7말 8초에 몰아서 가는지요. 사람 많고 비싸고…. 그런데, 
    요즘은 알 것 같아요. 회사나 학교를 오가는 것만으로 이미 지쳐버릴 만큼,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그래서 잠시 도망쳤습니다. 땡볕에 취재 나간 동료들을 뒤로하고 강원도 영월-태백 코스로요.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굽이쳐 지나는 아름다운 여행지입니다. 계곡이 사방으로 열려 있고, 밤이면 하늘이 더 가까워집니다. 별마로 천문대는 인기 폭발이라 입장 실패했지만, 인근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하늘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날 그곳이 바로 야외 관측소였어요. 


    평균 해발 900m의 고원 도시 태백에선 주민분이 말했습니다. “평생 열대야였던 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요. 그날 밤 숙소에서 이불을 끌어당기며, 열대야가 아닌 밤을 손에 꼽는 서울을 떠올렸습니다. ‘태백만큼은 기후 위기에서 비켜설 수 있을까?’ 폐탄광을 둘러보고,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는 물닭갈비로 영양을 보충하며 에너지의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니 이번 일정은 자연스레 ‘과학 여행’이었습니다. 강의 곡류, 별, 석회동굴, 해발고도, 석탄의 역사까지. 여행에는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제 취향은 역시나 과학이더군요. 


    독자 여러분이라면 일주일의 휴가, 어디로 떠나시겠어요? ‘나도 과학이 취향인데 당장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이번 호에선 ‘한국의 과학 여행지 40선’을 골랐습니다. 서울·경기부터 제주까지, 지역별로 추천을 받고 투표를 거쳐 목록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이번 달 표지에 담긴 환상적인 제주 청수리 반딧불이 서식지입니다.


    가을은 특히 걷기 좋은 계절이죠. 여행 가방에는 과학동아 한 권을 꼭 챙겨가시길 권합니다. 길 위에서 과학동아나 어린이과학동아를 든 사람을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취향이 통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니까요. 


    과학이라는 취향으로, 여행의 마음으로, 여유로운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5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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