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아마도 주변에 전선이 하나쯤은 눈에 들어올 겁니다. 핸드폰 충전선, 컴퓨터나 TV 등 다양한 전자 기기에 연결된 전선들 말이죠.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전선들을 손으로 만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히 전류가 흐르고 있는 전선을 손으로 만지는데도 우리는 감전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선의 구조에 있습니다. 전선 내부에는 전류가 잘 흐르는 금속, 즉 도체가 들어 있고, 그 바깥을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 즉 부도체로 단단히 감싸 놓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질이 서로 다른 역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물질은 전류가 잘 흐르고, 또 어떤 물질은 전류가 잘 흐르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원자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로 구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원자핵 속 양전하의 수와 그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의 수가 같으므로 원자들을 전기적으로 중성입니다.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들 중 일부는 원자핵의 전기적 인력에 강하게 묶여 있어 쉽게 원자핵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전자들은 적당한 에너지를 얻으면 원자핵을 벗어나 물질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자들을 ‘자유 전자’라고 부릅니다. 이 자유 전자들이 많은 물질은 전류가 잘 흐르는 도체가 되고, 자유 전자가 거의 없는 물질은 전류가 잘 흐르지 않는 부도체가 됩니다.
구리, 알루미늄, 금, 은 철과 같은 대부분의 금속, 그리고 물 속에 전하를 띤 이온들이 녹아있는 전해질은 전류가 잘 흐르는 도체입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몸 속에는 물과 함께 다양한 이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류가 흐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고무 장갑이나 면장갑을 낀 손으로도 똑같이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을까요? 고무나 면은 부도체이기 때문에, 고무 장갑이나 면장갑을 낀 상태에서는 터치 스크린이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스마트폰 터치 장갑입니다. 이 장갑의 손가락 끝 부분에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전도성 실이 섞여 있어, 장갑을 낀 손으로도 터치 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처럼 도체와 부도체는 가까운 일상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피뢰침의 끝은 전류가 잘 흐르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번개의 칠 때 번개의 전류가 건물 내부로 침투하지 않고 곧바로 땅으로 안전하게 흘러가도록 돕습니다. 반대로 전기 스위치의 외부는 플라스틱 같은 부도체로 감싸져 있어, 우리가 손으로 만져도 감전되지 않도록 보호해 줍니다. 이처럼 도체와 부도체의 적절한 활용은 우리의 일상을 조금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면 모든 물질은 도체 아니면 부도체로 나눌 수 있을까요? 혹시 자유 전자의 수가 도체 보다는 적고 부도체 보다는 많은 물질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물질을 우리는 ‘반도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반도체야말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 기술의 핵심, 디지털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반도체에는 전류가 흐를까요? 아니면 흐르지 않을까요? 반도체는 특정한 조건에서만 전류가 흐르는 특이한 물질입니다. 주기율표를 살펴보면, 1족이나 2족 원소들은 원자가 전자 수가 적고, 이 전자들이 자유 전자가 되기 쉬워서 전류가 잘 흐르는 도체가 됩니다.
반면, 17족 원소들은 공유결합을 형성하여 안정적인 이원자 분자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자유 전자가 거의 없고, 18족 원소들은 원자가 전자가 0개이므로 역시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는 부도체에 해당합니다. 그 중간에 해당하는 것이 14족 원소입니다. 이들은 원자가 전자를 4개 가지고 있어서, 쉽게 전자를 잃어 양이온이 되지도 않고, 17족 원소들만큼 강한 공유결합으로 전자를 꽉 묶어 두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전류가 흐를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중간 성질 덕분에, 14족 원소, 예를 들어 규소(Si)나 제마늄(Ge)만으로 이루어진 물질은 특정 조건에서 전류가 흐르는 순수 반도체가 됩니다. 여기에 약간의 불순물을 첨가하면 전류가 좀 더 쉽게 흐르는 불순물 반도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전자 부품에 들어 있는 반도체는 대부분 이런 불순물 반도체입니다.
불순물 반도체에는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순수 반도체에 원자가 전자가 5개인 인(P), 비소(As) 등을 넣으면 4개의 전자는 주변의 원자들과 공유 결합을 형성하지만, 나머지 1개의 전자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전압을 걸어주면 이 전자가 (+)극 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르게 되고, 이러한 반도체를 n형 반도체라고 합니다. 순수 반도체에 원자가 전자가 3개인 붕소(B), 알루미늄(Al) 등을 첨가하면 3개의 전자는 공유 결합을 하지만 공유 결합에 필요한 나머지 1개의 전자가 부족하여 빈 자리인 ‘양공’이 생깁니다. 전압을 걸어주면 주변에 있던 전자가 이 양공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러한 반도체를 p형 반도체라고 합니다.


반도체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전자 부품에는 다이오드가 있습니다.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를 접합하면 n형 반도체에 있는 자유 전자가 p형 반도체로 이동하여 양공을 채웁니다. 그 결과 접합부 근처의 n형 반도체 쪽에서는 자유 전자의 수가 감소하고, p형 반도체 쪽에서는 양공의 수가 감소합니다. 이처럼 전자나 양공과 같은 전류를 운반하는 입자들이 부족해진 영역이 생기는데, 이 부분을 공핍층이라고 합니다. 공핍층은 전하 운반자가 거의 없어서 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장벽 역할을 합니다. 이 때 p형 반도체 쪽에 (+)극을, n형 반도체 쪽에 (-)극을 연결하면 (-)극에서 n형 반도체 쪽으로 전자가 유입되고, 이 전자는 공핍층을 지나 p형 반도체 쪽의 양공을 채우면서 전자의 흐름과 양공의 흐름이 동시에 일어나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p형 반도체 쪽에 (-)극을, n형 반도체 쪽에 (+)극을 연결하면 p형 반도체 쪽으로 전자가 유입되어 양공을 더 채워버리고 n형 반도체 쪽의 전자들은 (+)극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다이오드는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류 작용이라고 하며, 발전소에서 만든 교류 전류를 다이오드를 통해 직류 전류로 바꾸어 다양한 전자 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외에도 반도체가 가진 전기적 성질을 이용한 전자 부품들을 반도체 소자라고 부르며, 트랜지스터나 집적 회로 등과 같은 소자는 정보 통신, 자동차,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사용됩니다. 이 뿐 아니라 최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주 항공 기술,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서도 반도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반도체는 현재를 움직이는 작은 힘이자,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통합과학 개념 실전 탐구
Q.다음은 도체, 부도체, 반도체에 대한 설명이다. 옳은 설명에는 ‘○’를, 옳지 않은 설명에는 ‘×’를 표시하시오.
②전기 전도성은 부도체가 도체보다 높다. (○, ×)
③순수 반도체의 원자가 전자는 3개이다. (○, ×)
④전류의 흐름을 차단해야 하는 곳에는 부도체를 사용한다. (○, ×)
⑤규소(Si)나 저마늄(Ge)은 부도체에 해당한다. (○, ×)
A.○, ×, ×, ○, ×

Q.그림은 다이오드에 전구, 전지를 연결하여 구성한 회로를 나타낸 것이다. X와 Y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순서 없이 나타낸 것이고, 스위치를 a에 연결하면 전구에 불이 켜진다. 이에 대한 옳은 설명에는 ‘○’를, 옳지 않은 설명에는 ‘×’를 표시하시오.
②X는 순수 반도체에 원자가 전자가 5개인 불순물을 첨가한 반도체이다. (○, ×)
③Y는 n형 반도체이다. (○, ×)
④스위치를 a에 연결하면 X에 있는 자유 전자가 Y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 ×)
⑤다이오드는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데 이용될 수 있다. (○, ×)
A.×, ×, ○, ×, ○
(2) X를 (+)극에 연결하면 전류가 흐르므로 X는 p형 반도체이며, p형 반도체는 순수 반도체에 원자가 전자가 3개인 불순물을 첨가한 반도체이다.
(3) Y는 순수 반도체에 원자가 전자가 5개인 불순물을 첨가한 n형 반도체이다.
(4) 스위치를 a에 연결하면 Y(n형 반도체)에 있는 자유 전자가 X(p형 반도체)에 있는 양공 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5) 다이오드는 전류를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정류 작용을 한다. 따라서 전류의 방향이 바뀌는 교류 전압이 입력되었을 때, 한 방향의 전류는 다이오드를 통과하지만 반대 방향의 전류는 다이오드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로 전환이 가능하다.
①촉촉하면 도체, 마르면 절연체(기사클릭)
과학동아 2012년 10월호
"전류가 흐르는 액체, 전해질 용액"
해설: 컬러점토와 고무찰흙의 전기적 차이를 통해 도체와 부도체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으며, 금속 외에도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물질로 전해질 용액이나 이온이 포함된 점토 등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②흔하지만 소중한 땅속의 보물 반도체의 아이콘, 규소(기사클릭)
과학동아 2019년 10월호
"네 이름이 뭐니? silicon vs. silicone"
해설: 이 글을 통해 같은 14족 원소인 탄소와는 달리, 규소가 반도체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또한 규소에 불순물을 첨가해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과, 각각에서 전류가 흐르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전기 전도성은 전류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성질이며, 도체가 부도체보다 높다.
(3) 순수 반도체의 원자가 전자는 4개이다.
(4) 전류의 흐름을 차단해야 하는 곳에는 전류가 잘 흐르진 않는 물질인 부도체를 사용한다.
(5) 규소(Si)나 저마늄(Ge)은 반도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