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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내가 만난 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 고향 섬에서 새 생명을 품다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중에서 떠오르는 스타를 꼽는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뿔제비갈매기일 것이다. 63년간 사라졌다 돌아온, 세계에 겨우 150마리 남짓 남은 새. 
이 귀한 새가 한국에서 번식을 한다는 게 알려진 건 겨우 2016년이다. 과연 어떤 존재일까. 5월 21일과 22일, 뿔제비갈매기를 만나러 국립생태원의 연구자들을 따라갔다.

 

▲김종우

 

편집자 주
2025년, 이제는 한국의 멸종위기종을 다루는 새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미 성공적으로 복원된 멸종위기종, 기후변화로 새 위기를 맞은 멸종위기종 등 전과 다른 이야기들이 현장에 있기 때문이죠. 과학동아가 한국의 멸종위기종을 새로 만나봤습니다.

 

 

5월 21일 오후 4시, 전북 고창의 한 해변. 양옆으로 낮은 산이 둘러싼 이곳으로 세찬 바닷바람이 몰아쳐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썰물로 물이 빠졌지만 해루질 중인 사람 두어 명만 거니는 쓸쓸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해변은 왼편 산 너머로는 원자력발전소의 콘크리트 돔이, 오른편으로는 제31보병사단의 사격훈련장이 있는 애매한 장소기 때문이다.


바닷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K2 소총의 격발음이 간간이 들려오는 이 해변 끝자락에 황현수 국립생태원 전문위원이 서 있다. 언뜻 운동선수가 어울리는 체격에 과묵한 그는 단안렌즈 망원경으로 주변 해안선을 훑는 중이다. 이곳은 오늘 해변에서 진행한 해안선 조사의 마지막 장소다. 4시 26분, 바람에 섞여 들릴 듯 말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가 정적을 깼다.


“저기 있네요.”


그 말을 듣고 정신없이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쌍안경을 돌렸다. 왼편 해안선, 방파제 앞으로 난 작은 모래톱에 갈매기류 몇 마리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뾰족뾰족한 깃털이 난 머리를 가진, 마치 머리를 세운 펑크족 같은 모습의 새 한 마리가 보인다. 뿔제비갈매기다. 4년 동안 좇아왔던, ‘전설과 신화의 새’를 드디어 내 눈으로 보는 순간이다.


“뾱 뾱 뾱 하는 소리 들리시나요? 그게 뿔제비갈매기 소리예요. 발에 하늘색 가락지가 매인 걸 보니 2022년에 육산도에서 태어난 녀석입니다.” 황 전문위원이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설명한다. 육산도는 여기서 약 21km 정도 떨어진 무인도다. 그곳에 둥지를 튼 뿔제비갈매기는 여기로 날아와 깃을 다듬고, 먹이 활동을 한다. “다른 한 마리가 더 왔군요.”


이제 두 마리가 된 뿔제비갈매기는 날아올라 해변을 날아다닌다. 아스라이 보이는 거대한 해상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뿔제비갈매기들은 앞다퉈 해안가에 뛰어든다. 은색으로 빛나는 물고기들을 잡아 올리고 다시 하늘로 날아간다. 


나는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새들의 날갯짓을 바라봤다. 괭이갈매기나 재갈매기의 날갯짓이 힘차고 제비의 날갯짓이 잽싸다면, 뿔제비갈매기는 나풀나풀 날아다닌다. 뾱 뾱 뾱, 뾱 뾱 뾱. 금방이라도 바닷바람에 휩쓸려 갈 것만 같은, 그 우아하면서도 위태로워보이는 날갯짓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귀한 새 중 하나인 뿔제비갈매기의 현 상황을 유감없이 상징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멸종에서 살아돌아온 새

 

뿔제비갈매기라는 새가 그렇게 대단한 녀석일까. 굳이 비유하자면, 뿔제비갈매기는 멸종위기종 계의 슈퍼스타다. 이런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환경부에서 발표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이다. 대개 한국의 멸종위기종은 먼저 ‘관찰종’에 선정된다. 이 상태에서 조사를 거쳐 생물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II급이나 I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뿔제비갈매기는 2016년 국내 서식이 확인된 후, 2022년 개정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서 신규종임에도 바로 I급으로 지정됐다.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물론 절대로 좋은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심각한 멸종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의미하니까. 


먼저 뿔제비갈매기는 매우 귀한 새다. 현재 전 세계에 남은 개체가 많아봤자 약 150마리 내외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에는 50마리 미만으로 추산될 정도였다. 뿔제비갈매기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도 야생절멸 바로 전 단계인 ‘위급(CR)’ 상태로 등재됐다. 
뿔제비갈매기를 둘러싼 아우라(aura)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건 이들의 재발견에 얽힌 이야기다. 뿔제비갈매기는 1937년 중국 동물학자 쇼 첸황이 산둥성의 한 섬에서 마지막 표본을 채집한 이후 사라졌다. 조류학자들은 뿔제비갈매기가 멸종했다고 믿었다. 중국 연구자들이 붙인 별명이 ‘전설과 신화의 새’였다. 그러다 2000년, 대만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량지에더가 대만 마쭈 열도에서 제비갈매기에 관한 영화를 촬영하다 이상한 새를 발견했다. 문제가 생긴 필름을 확인하던 중, 노란 부리를 가진 수천 마리의 큰제비갈매기 사이에 부리 끝이 검은 색인 뿔제비갈매기를 발견한 것이다. 무려 63년 만의 귀환이었다.


현재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 단 세 나라의 해안가와 섬에서만 발견된다. 대만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이창욱
5월 21일, 황현수 국립생태원 전문위원이 전북 고창과 전남 영광의 해변에서 뿔제비갈매기 해안선 조사를 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 지점에서 뿔제비갈매기를 발견했다.

 

▲황현수

 

“발견 순간, 등골이 오싹했어요”

 

전남 영광군의 작은 항구인 계미항. 채 사라지지 않은 잿빛 안개가 오전 10시의 작은 항구를 둘러싸고 있었다. 5월 22일, 파출소에서 출항 신고 중인 세 명의 국립생태원 연구자들과 만났다. 


“오늘 섬 조사에서는 두 곳을 갑니다. 먼저 갈 무인도(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음)는 작년에 뿔제비갈매기가 둥지를 튼 곳이라 올해도 계속 살펴보고 있어요. 다음으로 뿔제비갈매기 번식지인 ‘육산도’를 갈 겁니다. 이곳은 법적으로 허가받은 연구자만 들어갈 수 있어요.”


이윤경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팀 전임연구원이 배에 짐을 실으며 나에게 설명했다. 그는 국립생태원 보호지역팀으로 발령받았던 2016년, ‘전국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 사업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새에게 ‘뿔제비갈매기’란 한글 이름을 지어준 연구자다. 이 전임연구원과 처음 이야기를 나눈 건 2021년, ‘어린이과학동아’에서 멸종위기종 특집 기사를 썼을 때였다. 그를 통해 뿔제비갈매기라는 새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연구 현장을 취재할 계획을 세웠다. 섬으로 향하는 바닷길에서 이 전임연구원은 뿔제비갈매기를 동정하던 순간을 들려줬다.


“‘전국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 사업’은 무인도에서 어떤 생물이 사는지 조사하는 국가사업입니다. 이때 무인도 조사를 나갔던 현장 연구자들이 저한테 사진을 가지고 왔어요. 처음 보는 새가 괭이갈매기 번식지에서 발견됐는데, 한국에 사는 종이 아닌 것 같다고요.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죠.”


이 전임연구원은 국외 조류도감과 사진 자료를 찾으며 처음 보는 새의 정체가 ‘Chinese Crested Tern’이라는 멸종위기종임을 파악했다. “국제 조류보전 기구인 ‘버드라이프 인터네셔널’ 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료를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어요. 이 새가 지구상에 50마리도 남아있지 않다는 문구를 보게 된거죠.”

한국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새가 눈에 띄었다면, 보통 태풍에 휩쓸리거나 길을 잘못 든 ‘길잃은새’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사 결과 뿔제비갈매기의 경우는 길잃은새가 아니었고, 육산도에 번식지를 꾸렸다는 게 드러났다. 심지어 중국 동해안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 발견된 번식지였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번식지가 새롭게 발견된다는 건 생태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거든요. 상황이 심각했어요. 이 일이 섣불리 알려지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거나, 번식지가 쑥대밭이 될 수 있으니까요. 새가 번식이 끝날 때까지, 새끼가 자라 섬을 떠날 때까지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건의했어요.”


다행히 환경부는 이 전임연구원과 국립생태원의 의견을 수용했다. 국립생태원 측은 뿔제비갈매기가 새끼 양육을 마치고 섬을 떠난 후에야 뿔제비갈매기 번식지 발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육산도는 ‘특정도서’로 지정돼 환경부 보호지역이자,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 지역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됐다. 2022년에는 뿔제비갈매기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 되며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가 이뤄졌다.

 

▲이창욱
1 국립생태원 연구자들이 뿔제비갈매기 섬 생태 조사를 위해 배에 올라 짐을 챙기고 있다. 새똥 세례를 피하려면 방호복과 모자는 필수다.

 

▲김지영
2 기자(왼쪽)가 이윤경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을 인터뷰 중이다.

 

무인도에서 새똥비를 맞으며

 

배가 계미항을 떠난 지 30분여, 잿빛 안개 너머로 무인도가 나타났다. 작은 돌언덕보다 크지 않은 모양새. 깎아지르는듯한 절벽 위로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가득 둥지를 차린 곳이다. 저 괭이갈매기들 사이로 2024년에 뿔제비갈매기가 둥지를 차렸다고 했다. 국내에서 육산도 이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뿔제비갈매기 둥지였다. 


“오늘은 설치된 원격 카메라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역단위 조사를 할 겁니다.” 김지영 전문위원이 조사 장비를 챙기며 일정을 설명했다. 만약 올해도 뿔제비갈매기가 이곳에 둥지를 차렸다면, 직접 뿔제비갈매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원들 옆에서 기자도 하얀색 방호복을 입고 장갑까지 꼈다. 뒤늦게 복장을 챙기느라 허둥대는 기자를 보면서 김 전문위원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모자 없으세요? 모자 안 쓰면 진짜 위험해요.” 다행히 챙이 넓은 모자까지 얻어 쓴 후, 뱃머리에서 섬으로 뛰어올랐다. 


김 전문위원의 말뜻은 섬에 오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사방에서 축축한 무언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쏟아지는 게 비는 아니죠?” 기자의 질문에 연구원들이 웃는다. 당연히 새똥이다. 희고 검은 새똥은 화강암 절벽부터, 괭이갈매기들이 둥지를 튼 흙 둔덕, 연구원들이 설치한 카메라 위까지 온천지에 묻어있다. 이미 기자와 연구원들의 가방과 방호복도 새똥투성이다. 왜 온몸을 가려야 하는지 이해됐다. 거기다 세상에, 외할머니댁 닭장에 들어가야 맡을 수 있는 강렬한 새똥 냄새가 바다 냄새와 뒤섞여 올라왔다. 사방이 새똥 냄새였다.
놀라운 광경은 새똥뿐만 아니다. 한 발짝을 내디딜 때마다 괭이갈매기들이 새된 경고음을 내지른다. 고양이 울음소리 비슷한 새 소리가 섬 전체를 뒤덮는다. 서울보다 시끄럽다. 무인도가 아니라 흡사 록 페스티벌 콘서트장에 온 듯한 시끄러움이었다. 


“새들의 번식지입니다. 놀라지 않게 최대한 천천히, 몸을 낮춰서 움직여주세요.” 김 전문위원의 말에 따라 발밑을 보니 여기저기 숨은 괭이갈매기 새끼와 알이 보였다. 혹여나 밟을까 조심조심 발을 디디는데 누군가 뒤에서 기자의 뒤통수를 툭툭 쳤다. “부르셨나요?” “아니요. 제가 아니라….” 뒤를 따라오던 김 전문위원이 방금 지나간 괭이갈매기를 가리켰다. 새들의 경고는 소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흥분한 괭이갈매기들이 머리를 치고 심지어는 쪼아댔다. 새끼를 지키려는 괭이갈매기의 입장은 알겠다만, 머리를 맞는 기분이 그닥 좋진 않다. 심지어 두피를 피가 나도록 쪼기도 한다니, 왜 모자가 필요한지 너무나 잘 알겠다.


적응이 되자 새들의 섬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대다수는 괭이갈매기지만, 큰 수풀이 우거진 곳에는 흰색의 하늘하늘한 깃털을 가진 늘씬한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노랑부리백로(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다. 해안 절벽 위로는 괴상한 붉은 눈을 지닌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가 날아다닌다. 냄새부터 소리, 촉각까지, 오감 모두에서 새들의 존재에 완전하게 압도됐다. 여기서 인간은 불청객, 완전한 이방인이다.


그러나 이 섬에 뿔제비갈매기는 없었다. 이 전임연구원이 카메라가 설치된 주변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여기가 작년에 뿔제비갈매기가 둥지를 튼 곳인데 올해는 없네요. 시기가 5월 말인 만큼 올해는 여기에 둥지를 틀지 않을 것 같아요. 육산도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창욱
무인도에 상륙 중인 국립생태원 연구자들. 위에서부터 김내영 연구원, 이윤경 전임연구원, 김지영 전문위원.

 

알을 딱 하나만 낳는 새

 

무인도에서 배로 약 20분 떨어진 영광군 앞바다에는 일곱 개의 무인도가 있다.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인 육산도는 그 일곱 섬 중 여섯 번째로, 오산도와 칠산도 사이에 자리한다(섬 이름이 숫자 순서대로다). 연구원만 들어갈 수 있어 실시간 화상통화로 취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섬의 첫인상은 ‘갈매기 아파트’다. 아까 무인도처럼, 새들이 섬 전체에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 괭이갈매기 동네 한가운데, 뿔제비갈매기가 외딴섬처럼 둥지를 틀었다. 매년 한국을 찾는 뿔제비갈매기는 7마리. 그중 약 4마리가 이 섬에서 번식한다. 이 새들이 잘 번식하는지 조사하고 앞으로의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하는 일이다. 새들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미 설치된 카메라의 배터리를 갈아준다. 섬 중간에 설치한 통신 장비와 태양전지판도 관리의 대상이다. “한 달에 한 번 와보면 태양전지판이 새똥투성이가 돼 있어요. 이걸 닦는 일까지 해야 하죠.”


뿔제비갈매기 한 쌍은 육산도를 둘러싼 언덕 능선 부근에 둥지를 틀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자세하게 이 새를 본다. 부리는 완전히 샛노랗고 끝은 검다. 오늘처럼 흐린 날, 멀리서 봐도 오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강렬한 노란색이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머리와 목뒤로 튀어나온 검은색 머리깃이다. 펑크 가수처럼 반항적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정말로 잘생긴 새다.


“어머, 저기 뒤에 보이세요? 새끼가 나왔네!” 이 전임연구원이 둥지의 뒤쪽을 가리켰다. 과연 보송보송한 흰 털옷을 입은 새끼가 보였다. 뿔제비갈매기에게 5월 말은 한창 육아로 바쁠 시기다. 뿔제비갈매기 부부는 둥지와 새끼를 지키느라 정신이 없다. 바로 옆 괭이갈매기가 영역을 침범할 때마다 경고음을 내지른다. 


멸종위기종을 취재하다 보면, 이 생물이 어쩌다 멸종위기에 몰렸는지 이해가 될 때가 있다. 그 섬세한 생활사가 자연을 개발하는 인간의 우악스러움이랑은 맞지 않는 경우다. 반달가슴곰과 장수하늘소는 좁은 한반도에서 인간과 부대끼며 살기엔 너무 덩치가 컸다. 두루미는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이제는 한반도에서 찾기 거의 힘든 장소를 서식지로 택했다. 뿔제비갈매기의 경우, 동아시아의 해안 서식지 파괴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높은 번식 실패 확률이었다.


“다른 조류와 달리 뿔제비갈매기는 1년에 알을 딱 하나만 낳아요. 알이 깨지거나 새끼가 죽어버리면 그해는 번식에 실패하는 거죠.” 실제로 중국 뿔제비갈매기 개체군은 해안가에서 물새알을 채집하는 사람들이 다른 물새와 함께 뿔제비갈매기 둥지의 알을 털어가 버리면서 번식 확률이 엄청나게 낮아지기도 했다(다행히 물새알 채집이 금지되자 번식 성공률이 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발견된 한국 번식지는 뿔제비갈매기 종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만에 하나 전염병이 돌아 한 번식지의 새들이 몰살당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생겼다. 연구자들이 육산도의 뿔제비갈매기를 계속해 지켜보는 이유다.


이 전임연구원은 사진을 찍는 중간중간 뿔제비갈매기를 한참, 그저 들여다본다. 방호복과 마스크로 몸의 대부분을 가렸지만 연구원의 눈빛은 숨길 수 없다.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애정이 가득한 시선이다. 

 

▲이창욱
1 국립생태원 연구자들이 무인도에서 구역단위 조사를 수행 중이다. 일정 구역 내에 새 개체와 둥지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세는 작업이다.  2 뿔제비갈매기를 찾기 위해 무인도에 설치한 카메라의 배터리를 갈아주고 있다.

사라지는 존재와 함께 살기, 희망은 있다

 

2000년의 재발견 이후, 뿔제비갈매기의 상황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먼저, 전체 개체 수가 2010년 50마리 미만에서 현재 100마리를 넘어섰다. 여전히 매우 위급한 상태지만, 일말의 희망을 갖게 만드는 추세다. 한국에서 번식하는 뿔제비갈매기들도 이 추세에 힘을 불어넣는다.  


앞으로 밝혀야 할 사항도 많다. “당장 우리는 이 새가 몇살까지 사는지도 제대로 모릅니다. 보통 제비갈매기류의 자연 수명을 15~30년 사이로 보거든요. 그 사이에 개체수를 더 회복해야 멸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른 국가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월동지의 위치가 이제야 조금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뿔제비갈매기들은 8월 초면 한국을 떠나기 시작해 10월까지 중국 칭다오에 모여요. 그리고 겨울에는 남중국해 해안이나 큰제비갈매기가 월동하는 인도네시아에 머무르지 않을까 추측 중입니다.” 채 밝혀지지 않은 채로 뿔제비갈매기의 월동지가 파괴된다면 뿔제비갈매기 개체군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다. 다행히 인도네시아는 최근 뿔제비갈매기 조사를 시작했다.


뿔제비갈매기와의 만남은 육지로 돌아와서도,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도, 한참이 지난 후에도 초현실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그것이 초현실적이었던 이유는 워낙에 희귀한 존재를 만나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희귀한 존재가 보통은 ‘야생’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인간과 매우 가까운 곳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멸종위기종은 응당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야생에 있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 인간이 간 적 없는 원시림, 아무도 오르지 못하는 절벽틈, 깊고 깊은 바닷속 말이다. 하지만 뿔제비갈매기는 우리 바로 곁에 있었다. 그 새는 원자력발전소와 사격연습장 옆에서, 방조제와 해상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날아다녔다. 육산도에서 업무용 메신저로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그 사실을 너무나 실감했다. 멸종위기종은 우리 바로 곁에서 살고 있다는 걸.


멸종은 기후위기 시대, 혹은 인류세를 구성하는 일종의 시대정신으로서 받아들여진다. 멸종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다양한 담론들이 나온다. 한편에는 인간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자성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타버린 숲에서 새 식물이 싹을 틔우듯 생물의 찬란한 적응력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멸종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지질학적 증거를 살피면 대멸종은 이미 지질 시대를 통틀어 다섯 번이나 있어왔고, 생명은 매 고비를 잘 넘기며 지구를 새롭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21세기 한국인에게 있어, 멸종은 찬란한 비실재의 방법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편리, 인간이 추구하는 세련됨과 문명은 한두 세대 전만 해도 친숙했던 비인간 존재들을 이땅에서 지워가고 있다. 우리가 이 존재들을 완전히 밀어낸 터에서 문명을 성취한다면 그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8월이 되면 뿔제비갈매기는 새끼와 함께 육산도를 떠날 것이다. 현 상태로는 당장 내년에 뿔제비갈매기가 무사히 돌아온다는 장담을 하기 힘들다. 인간 때문에 10년 후에 뿔제비갈매기가 멸종한다면 나는, 우리는 그 부재를 견딜 수 있을까. 무엇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고민할 시간은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 

 

파노라마로 촬영한 육산도의 전경. 괭이갈매기 번식지 한 중간에 뿔제비갈매기 두 쌍의 둥지가 있다. 원 안은 뿔제비갈매기의 둥지를 확대한 모습. 뿔제비갈매기 성체와 새끼가 보인다.

 

공존을 위한 Tip!
1 한국에서 번식하는 제비갈매기류는 쇠제비갈매기, 뿔제비갈매기의 두 종입니다. 해안가에 서식하는 뿔제비 갈매기와 달리 쇠제비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는 내륙의 하구변에 서식해서 헷갈릴 일은 적습니다.
2 뿔제비갈매기는 법으로 매우 엄격하게 보호받는 멸종위기종입니다.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는 관계자와 연구자 외에는 법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3 뿔제비갈매기는 섭식 활동 등을 위해 인근 고창과 영광 해변으로 날아오기도 합니다. 4월 말 열리는 고창 빅버드 레이스에 참가하면 뿔제비갈매기를 볼 수도 있죠. 운좋게 뿔제비갈매기를 만나도 너무 가까이 다가간다거나,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고 멀리서 관찰해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스트레스도 멸종위기종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립생태원

"인간 때문에 10년 후에 뿔제비갈매기가 멸종한다면 나는, 우리는 그 부재를 견딜 수 있을까. 무엇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고민할 시간은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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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 디자인

    박주현,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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