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위에 신묘한 안개가 꼈다. 황금빛 광채를 고아하게 내뿜고 있는 이 작품은 사실 개 배설물을 광학현미경으로 촬영한 이미지 위에 금강전도를 오버랩한 결과물이다. 작품에 금강‘변’도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작가인 지호준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7월 2일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던 중, 키우던 강아지의 변을 광학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결과물을 봤더니 금강전도가 곧바로 떠오를 정도로 숭고한 데가 있는 이미지였다”면서 “이미지의 색이나 질감을 크게 건드리지 않고 합성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가장 비루한 물질이 가장 우아한 그림과 만났다.
따지고 보면 개 배설물이나 금강전도나 현미경 제물대 위에 올려놓으면 ‘관찰 대상’에 불과하다. 지 교수는 현미경,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과학 도구로 작품활동을 이어갈 계획 이다. 그가 과학의 눈으로 관찰할 발칙한 세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