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획] 민간인·조종사는 안전하다는 변명

▲Shutterstock

 

현대전은 ‘사냥’이 돼 가고 있어요. 마치 게임 속 화면에서 적을 사냥하듯이, 실제 전쟁에서도 드론을 날려 버튼만 조작하면서 상대를 섬멸하는 거죠

 

2023년 10월 5일, 시리아 홈스군사사관학교에서 열린 시리아군 졸업식은 축하가 아닌 비극의 장이 됐다. 오후 졸업식이 끝난 직후 날아든 드론 때문이었다. 웃음 대신 비명으로 가득 찬 졸업식에선 민간인이 다수 희생됐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31명의 여성과 5명의 어린이 외에도 졸업생을 포함한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누가 공격을 주도했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전쟁에서 드론 사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드론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쟁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희생자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정말 드론은 민간인 피해를 줄여왔을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았다. 드론은 민간인 사망자의 수를 늘리고 있었다.


2025년 3월, 영국 비영리기구 ‘드론 워즈 UK’는 아프리카 일대의 무장 드론 사용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 ‘죽음의 배달(Death on Delivery)’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3년간 에티오피아, 부르키나파소, 말리, 수단,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에서 최소 943명의 민간인이 무장 드론을 사용한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이들 나라들은 터키, 중국, 이란 등지에서 수입한 무장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6월, UN 인권감시단 또한 2022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단거리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395명이 사망하고 263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한편 드론 옹호자들은 드론 덕분에 전쟁을 수행하는 병사가 보호받는다고 주장한다. 드론 조종사는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공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론 조종사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실전에서 겪는 여러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연구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2023년 세스 데이빈 노홀름 미국 디트로이트웨인주립대 정신및행동의학과 교수팀은 현장에서 격리된 무인 항공기 조종사가 직접 항공기에 탑승한 군인들보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doi: 10.29245/2578-2959/2023/3.1289 연구에 따르면, 원격 조종 항공기 조종사 중 절반에 달하는 48%가 직장 생활과 일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과적 증상을 겪었다. 적어도 드론 조종사는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결국 드론은 옹호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민간인과 조종사 모두를 지키지 못한다. 고피 교수는 “군 지도자의 주장을 정치 지도자의 주장처럼 무조건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이들은 드론 사용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판매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드론이 나온 뒤로 전보다 정밀 타격이 가능해지면서 부수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그게 국제법을 충족한다거나 드론 사용을 결코 정당화할 순 없다”고 말했다.

 

▲US Army
미국 국방부는 2020년 적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로봇 개’를 공개했다. 이어 2024년에는 인공지능(AI) 소총을 탑재한 로봇 개를 공개하는 등 자율적으로 전투할 수 있는 AI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터미네이터’ 도래할 미래···
놓쳐선 안 될 마지노선은

 

드론이 주인공인 전쟁은 무인 전쟁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4족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이 무인 전쟁의 중심에 설 날도 머지 않았다. 최 교수는 “미래 전투는 영화 터미네이터 속 모습처럼 완전히 자율화될 것”이라고 섬뜩한 경고를 남겼다. 그는 드론이 야기한 전쟁의 무인화·게임화가 다음 세기엔 극에 달할 것으로 점쳤다. “드론은 미래 로봇 전쟁의 시작입니다. 22세기엔 ‘킬러 로봇’ 같은 게 인간 대신해서 전투를 벌일 거예요. 로봇이 전투에 투입되는 전투 부대가 만들어지면서 사람을 공격하는 최첨단 무인 전력 시대가 올 겁니다.” 


202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인간형 로봇이 자아를 갖고 사람들을 ‘사냥’한다. 드론 너머의 더욱 섬뜩한 미래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모든 판단을 스스로 내리며 전투하는 모습이다. 사람과 마주한 로봇이 적인지 아군인지부터 살상 여부까지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 2025년 7월 3일 열린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에서 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장은 “군사 분야에 한해서 다수의 국가가 AI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고 있다”고 현실을 알렸다. 실제로 챗GPT를 만든 미국의 오픈AI는 2024년 1월 사용 정책을 업데이트하면서 “군사 및 전쟁 목적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킬러 로봇과 관련한 연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 AI 및 로봇 연구 분야 학자 50명가량이 KAIST가 한화시스템과 개소한 ‘국방 AI 융합연구센터’에 항의하며 KAIST와의 협업 중단을 예고했다. 킬러 로봇 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신성철 KAIST 총장은 “킬러 로봇 개발 의사가 없다”며 해명했다.


최 교수는 그들처럼 지금부터 모두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세기에 핵무기가 개발되며 군비 경쟁에 돌입하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드론과 로봇에도 합의가 필요합니다. 다들 전쟁 로봇의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현재는 드론에게조차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칙과 약속이 전혀 없어요. 드론만 해도 전쟁을 쉽고 가볍게 만들었는데, 완전히 자율화된 AI 로봇은 분명 22세기를 불바다로 만들 겁니다. 별다른 협약 없이 이대로 무분별한 개발 경쟁만 계속된다면, 핵무기처럼 막대한 희생자를 안길 거고요.”


그의 말처럼 AI 로봇 전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전투의 주도권’이다. 최 교수는 “인명 살상 영역만큼은 로봇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면 안 된다고”강조했다. 자율화된 로봇이 스스로 전투를 무분별하게 수행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로봇에 의존한 전쟁이 불러올 미래를 경고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AI 로봇이 머지않아 무인 전력으로 활용될 거예요. 이때 최소한 기계가 자체적으로 인간을 살상하는 행동은 없어야 합니다. 위협 요소를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살상까지 한다면 기계적 오류가 생기거나 기계에 자의식 생겨 인류를 위협 요소라고 생각했을 때 인간을 역으로 공격할 겁니다. SF 영화가 단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단 게 정말 끔찍한 거죠. 그래서 드론이 아무리 전투에서 정밀하고 빠르게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첨단 무인 전력은 인류에게 딜레마예요. 그저 보고만 있는다면, 대가가 인류에게 부메랑처럼 날아올 겁니다.” 

 

▲Shutterstock
2019년 6월 태국에서 전시된 영화 ‘터미네이터’ 속 킬러 로봇의 미래 모델.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22세기 전쟁은 터미네이터처럼 AI를 탑재한 살상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전쟁이 될 것”이라 경고하며 “드론과 로봇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같은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5년 8월 과학동아 정보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