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획] 화면 너머의 무감각한 살상 | 드 론 전 쟁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202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025년 이스라엘·미국-이란…. 전세계에서 전쟁이 잇따르는 2020년대, 전장의 중심에 선 드론은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바꿔놓고 있다. ‘무인’과 ‘원격’이라는 전제를 업은 드론은 전쟁을 가볍게 만들었다. 향후 표준이 될 무인 전쟁,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벌일 미래 전쟁이 인류를 위협하기 전, 우리가 마주할 문제를 직시해 봤다.

 

▲Midjourney, 이한철

 

드론은 어쩌다 
현대전의 ‘총알’이 됐나

 

2025년 6월 1일, 러시아 서부 이바노보 세베르니 공군기지에 벼락같은 굉음이 터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1000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폭발에 러시아 방공망은 속수무책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총 4곳의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41대의 전투기가 당시 폭발로 산산조각 났다.


작전의 주인공은 평균 무게 5kg의 자폭 드론 오사(Osa)였다. 소총 하나 무게인 오사의 최대 비행 시간은 15분이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일반 화물 트럭에 몰래 117기의 드론을 넣었다. 이들은 트럭이 목표 공군기지 근처를 지나갈 때를 노려 드론을 날리며 작전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기습 작전에 41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소실됐지만,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는 고작 소형 드론 120여 대 정도였다. 드론이 마치 총알처럼 소모된 이 작전은 현대전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이따금 한강변으로 산책 나가면 마주하는 드론이 언제 이렇게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된걸까. 드론은 지상에 있는 조종사가 무선 조종하는 경로에 따라 날아가는 소형 항공기다. 드론의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초기 드론은 적군 진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군용으로 개발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연이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선박과 다리 등을 파괴하기 위한 자폭 작전에도 이따금 활용됐지만, 주로 감시와 정찰에 쓰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 시대가 도래하자, 드론은 상대 진영을 정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이후 기술이 발달하며 드론에는 원격탐지장치, 위성제어장치 등 최첨단 장비가 탑재됐고 활동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전환점은 2001년 미국의 테러범 제거였다. 테러범을 찾아도 제거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자, 드론에 미사일을 달아 공격한 것이다. 통신 및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고 탑재 능력이 향상된 21세기 드론은 폭탄 같은 소형 무기를 싣고 지상군 대신 적을 공격하는 데 탁월함을 보였다. 살상용 ‘전투 드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진화한 드론은 2010~2020년대 중동과 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에서 주로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내 전쟁은 게릴라 활동과 테러, 비밀 작전 위주의 비정규전쟁이었다. 전투 드론은 은신한 요원을 찾고 죽이는 역할을 맡았다. 2022년 7월 31일,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를 암살하는 데 사용된 드론이 대표적이다. 자와히리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한 뒤 후계자로서 알카에다를 이끈 인물로, 과거 빈 라덴과 9.11 테러를 모의했다.


드론은 21세기 유럽 최대 전면전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또 한 번 위상이 달라졌다. 오늘날 드론은 표적 공격을 넘어 대규모 폭격 무기로 쓰인다. 드론은 전투에서 압도적인 효율을 보였다. 전투기나 전차에 비해 제작 비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원거리에서 조종하기에 조종사의 부상 위험도 없다. 드론은 저비용·무희생이란 강점으로 전쟁 필수품이 됐다. 드론을 총알처럼 쓰는 전쟁이 ‘뉴 노멀’이 된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5년 6월 “본격적인 전쟁 이후 러시아는 샤헤드 드론(자폭 드론) 2만 8743대를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말대로라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3년 반 동안 날마다 23대의 러시아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로 향한 것이다(기사 작성일 7월 8일 기준). 이제 전장의 군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소리는 드론 날갯짓이 내는 ‘윙’ 소리가 됐다.

 

▲동아 DB
2025년 6월 1일, 우크라이나군이 자폭 드론 117대를 이용해 러시아 서부의 공군기지 4곳에서 총 41대의 전투기를 파괴하기 전(위)과 후(아래)의 모습. 적진에 군인이 침투해야 하는 희생 없이, 드론만으로도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힌 해당 작전은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임을 입증했다.

 

총 대신 ‘컨트롤러’ 쥐어주는 
요즘 군대

 

2024년 11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군의 한 ‘전쟁 영웅’을 공개했다. 1년 반 동안 3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죽인 우크라이나군인의 정체는 29세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르 다크노였다. 복무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어린 시절 비디오 게임에 푹 빠져 보냈던 소년이었다. 그랬던 그가 러시아전에서 살상한 인원은, 이라크전 당시 미군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저격수였던 부사관 크리스 카일이 사살한 적군의 수(미 해군 기록 160명)보다 더 많은 숫자였다.


드론은 전장뿐만 아니라, 군대 풍경도 바꾸고 있다. 앳된 얼굴과 거북목, 가느다란 팔다리에 하얀 피부. 언뜻 군인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수식이지만 이는 현대전 핵심 병사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 7월 3일 서울에서 만난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다크노처럼 게임에 정통한 일반인 출신이 앞으로 군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 짚었다. “드론이 나타나며 마치 게임하듯이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모순적이게도 군인에게 체력보다는 ‘게임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 셈입니다. 요즘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의 드론병들을 보면 체격이 정말 왜소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력의 핵심이에요.”


최 교수는 15년간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군 사정에 정통한 그의 말처럼 이미 국군에서도 드론병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육군은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를 설치했다. 국군의 드론과 무인기 작전을 전담하는 부대로, 드론사는 드론병도 키워낸다.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의 장교로 복무 중인 장모(29) 씨는 “처음 임관한 5년 전(2019년)보다 점점 더 드론 운용 전술 과정이 늘어나고 있다”며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수천 년 동안 전쟁은 탄탄한 근육과 그을린 피부를 가진 군인이 이끌었다. 하지만 드론은 전쟁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최 교수는 여성 또한 전투 요원으로 점차 편입될 것이라 내다봤다. “앞으로 임무나 보직에 따라서 체력 단련이 꼭 절대적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여성도 전투 병력이 될 수 있겠죠.” 


최 교수는 과거 보병이 육군의 주 전력이었지만 앞으로는 드론병이 그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본다. “드론병을 적극 양성할수록 전쟁 참여자의 체력 커트라인은 계속 낮아질 것이고, 더욱 많은 인원이 전쟁에 쉽게 발을 들일 수 있게 될 겁니다.”


실제로 2023년 우크라이나군에는 전쟁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50대 여성이 입대했다. 6명의 손주를 둔 나탈리아 씨다. 그는 체력과 나이 등의 이유로 보병 입대가 거부당하자, 드론병으로 다시 지원해 입대에 끝내 성공했다. 그는 “내 나이에 다른 군인들처럼 달리고 뛰어오르는 것은 힘들지만 드론을 조종하는 데엔 연령 제한이 없었다”고 우크라이나 언론을 통해 전했다. 


이처럼 드론은 전장과 군대의 겉모습을 군데군데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드론이 전장에 가져온 변화는 겉모습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의 정신부터 전쟁을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까지, 전쟁과 관련한 모든 걸 급격히 변화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First Contact, 동아 DB
러시아 공군기지 폭격에 사용된 전투 드론 오사(Osa)와, 폭격 당시 드론 조종사가 보던 화면.

 

▲엑스(옛 트위터) 캡처

 

▲틱톡 캡처
인터넷에서 ‘러시아 최정예 드론병’이라고 떠도는 사진(위)과 우크라이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50대 여성 드론병 나탈리아 씨(아래).&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5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동현
  • 디자인

    이한철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