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이 가려울 때 손이 닿지 않는다면? 친구의 손을 이용하면 된다. 유인원이나 코끼리처럼 인간 외엔 소수의 동물만 할 줄 아는 ‘친구 효자손’ 행동이 바다 생물에서도 포착됐다. 미국 센터포웨일리서치(CWR), 영국 엑시터대, 케임브리지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범고래가 해초를 ‘때수건’처럼 사용해 서로의 등을 문지르는 행동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해양 포유류가 도구를 제작하고 협동해 사용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6월 23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doi: 10.1016/j.cub.2025.04.021 연구 내용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는 북미 태평양 연안에서 살고 있는 범고래 아종(Orcinus orca ater) 집단이에요. 연구팀은 우리 중에서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 사이 세일리시해(Salish Sea)에 사는 범고래 집단을 집중적으로 관찰했어요. 2024년 4월 10일부터 7월 27일까지 전반적으로 관찰하면서 그중 2주간은 드론을 활용해 집중적으로 근접해서 살폈대요. 그렇게 저희들이 서로의 몸을 긁고 문지르는 모습을 들켜버렸죠.
Q.손이 없는데 등을 어떻게 긁어주나요?
우선 도구를 만들어요. 갈색 다시마(Nereocystis luetkeana)의 끝 부분을 입으로 잘라냅니다. 그리고 자른 다시마를 서로의 몸에 끼우고 밀거나 굴리듯 문지르는 거죠. 문지르는 과정은 최대 15분까지 합니다. 연구팀은 우리의 ‘그루밍’을 30회 촬영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 행동을 보고선 ‘알로켈핑(allokelping)’이라 이름 지었죠. 우리는 알로켈핑을 성별이나 연령 관계없이 하는데, 특히 동년배나 친족 개체 간에 더욱 자주 합니다.
Q.신기해요. 왜 서로의 등을 긁어주는 건가요?
알로켈핑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에요. 다시마에는 항균 효과를 지닌 화학 성분이 포함돼 있어 각질 제거나 피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서로의 몸을 돌보면서 서로 간에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도 긍정적이죠. 연구팀은 우리가 단순 도구 사용을 넘어, 도구를 제작하고 협동해 사용한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인간 외의 포유류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거든요.
Q.다른 범고래는 서로 등을 긁어주지 않나요?
저희와 종이 다른 범고래들은 도구를 만들지 않고 자갈 해변에 몸을 비비는 등, 혼자서 몸단장을 하는 편입니다. 연구팀은 알로켈핑이 북미 태평양 남부에 서식하는 범고래 개체군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문화라고 분석했어요. 연구에 참여한 대런 크로프트 영국 엑시터대 동물행동학과 교수는 “범고래의 공동 도구 사용은 개체군의 문화적 다양성까지 보여주는 독특한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저희 종 외에 다른 해양 포유류에서도 알로켈핑과 같은 유사한 문화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