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8월호 기획회의는 폭염 경보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최근 심각해지는 ‘드론 전쟁’을 기사로 다룰지를 두고 편집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거든요. 전쟁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과학잡지에 싣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써보기로 한 건, 이제는 드론 없이 전쟁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데 뜻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드론은 전장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세계면을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집니다. 드론이 전쟁의 핵심이 된 겁니다. 그 와중에 북한군이 러시아 전장에서 드론 운용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있다는 영국 외신 보도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고글을 쓰고 화면을 보며 버튼만 누르는 드론 전쟁은, 전투를 점점 게임처럼 만듭니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을 지낸 필립 알스턴 미국 뉴욕대 교수는 2010년 ‘플레이스테이션 사고방식’이라는 표현으로 이 위험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드러난 더 깊은 문제는 전쟁의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드론을 쓰면 병력을 직접 파견할 필요가 없어, 가족을 전장에 보내야 한다는 대중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드론을 조종하는 이는 복무 경험이 전무한 평범한 청년이거나 손주가 여섯인 할머니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전쟁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을 놓치면, 드론이 민간인과 조종사의 희생을 줄이는 ‘효율적인 기술’이라는 이미지에만 기대게 될지 모릅니다. ‘드론 전쟁을 게임처럼 즐기는 비윤리적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가볍게 넘기는 경우도 있겠죠.
글쎄요. 끊임없이 의식하지 않으면, 누구든 무뎌질 수 있습니다.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 3 예고편을 보며 스스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어떤 게임이 나올까, 어떤 룰이 적용될까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처음 시즌 1을 보며 느꼈던 그 당혹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단지 움직였다는 이유로 사람이 쓰러지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은 어느새 흐릿해진 겁니다.
생존과 죽음을 게임의 규칙 안에 넣는 것에 우리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달 과학동아는 전장의 기술을 넘어 우리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함께 묻고 싶었습니다. 이번 호가 독자 여러분 안에 남아,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유사과학’을 SF로 상상하라! 제7회 SF숏포머블 공모전 오픈(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