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로부터 124광년 떨어진 곳, 바다로 뒤덮인 외계행성 K2-18b의 대기에서 생명 현상의 징후로 꼽히는 화학물질을 포착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4월 17일 국제학술지 ‘더 아스트로피지컬 저널 레터스’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K2-18b의 대기에 실제로 생명현상을 암시하는 특정 화학물질이 존재할 확률은 99.7%다. doi: 10.3847/2041-8213/adc1c8
니쿠 마두수단 영국 케임브리지대 천문학 연구소 교수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얻은 K2-18b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행성의 지름은 지구보다 2.6배 크다. 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 자연스레 별빛을 일부 가린다. 그리고 별빛의 파장 중 일부는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대기 중 화학성분에 흡수된다. 이 원리로, K2-18b의 대기를 통과해 전해진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이 행성의 대기에 어떤 화학물질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같은 방법을 통해 K2-18b의 대기에 디메틸설파이드(DMS)와 디메틸디설파이드(DMDS)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 DMS와 DMDS를 만드는 자연현상은 지구에선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만드는 경우밖에 없다. 따라서 외계행성에서 DMS와 DMDS를 발견했다는 건 그 행성에도 생명체가 활동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관측오류가 아니라 실제 DMS와 DMDS에 의해 발생했을 확률이 99.7%라고 발표했다. 높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믿음직한 증거로 받아들여지려면, 이 확률이 적어도 99.99994%(5시그마)까지 높아져야 한다. 이에 과학계에선 나탈리 캐브롤 미국 세티연구소 칼 세이건 센터장이 영국 언론사 ‘가디언’에 “이 논문이 흥미롭긴 하지만, 아직 DMS와 DMDS를 확실히 발견했다고 해석해선 안된다”고 지적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의견이 많다.
마두수단 교수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스스로도 연구결과를 의심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이 연구 결과는 ‘우리가 우주의 유일한 생명체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K2-18b의 별빛 흡수 스펙트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