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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과동 키즈]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자로 성장하겠습니다”

▲GIB, NASA, 이형룡

 

어릴 때부터 과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고체물리를 연구하신 아버지를 따라 POSTECH 대학원 아파트에서 지낸 7살까지, 내 주 생활 공간은 POSTECH 캠퍼스였다. 이때 아버지 연구실에서 자주 놀았던 기억이 깊게 남았다. 연구실에서 본 실험 장비들부터 칠판의 복잡한 공식들, 연구자들 간의 어려운 대화까지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바로 과학자를 꿈꾸진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엔 인권 변호사, 사업가 등 꿈이 다양했고, 특히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좋아해 몇 년 동안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을 탐정으로 적었다.

 

더 넓고 깊은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으며 호기심을 넓혔다. 물리학자의 꿈을 꾼 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던 겨울방학부터였다. 이때 읽은 ‘니코의 양자세계 대모험’이란 책이 물리학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확신을 줬다. 양자역학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다양한 물리학 책과 과학 잡지를 읽으며 흥미를 키웠고, 과학 동아리 활동에서 이런 흥미를 구체화했다. 아버지가 물리학을 연구하셨기에 가족들도 물리를 향한 나의 애정을 흔쾌히 지지해주셨다.


과학 동아리 활동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경험은 천체 관측 도구인 망원경과 적도의 사용법을 배워 활용한 것이다. 이때부터 천체 관측에 큰 흥미를 가져서 지금도 취미가 천체 사진 촬영과 맨눈 천문 관측(안시 관측)이다. 환경과학 동아리 ‘나비효과’에선 인근 하천에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을 투여해 수질 개선 영향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과학이 우리 삶에 직접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과학 동아리 ‘과학특공대’에선 천문학, 지구과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실험과 활동을 경험하며 나만의 과학적 호기심을 심화시켰다.


그러다보니 더 넓은 환경에서 더 깊이 과학을 배우며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아버지는 처음에 우려하고 말리셨지만, 결국 허락해주셨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초반엔 영어 실력이 부족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평소엔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도 적어서 많이 친하지 않으면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어려워했다. 하지만 더듬거려도 무작정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끼리 대화할 때도 경청하면서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대학 선행 이수(AP) 교과를 수강해서 대학 신입생 수준의 과학과 수학을 공부했고, 다양한 클럽 활동에 참여해 과학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특히 고등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발표하는 콜로키움에서 미국 학생들의 연구와 발표 수준에 큰 자극을 받았다. 나도 얼른 그런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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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시절 책을 읽고 있는 필자의 모습.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호기심을 넓혀갔다.

 

달 탐사차 개발 과정에서 얻은 교훈

 

미국에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엔 11학년 때의 공학 집중(Engineering Concentration)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학기 동안 각자 자신이 원하는 공학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영상과 이미지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활용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컴퓨터 비전을 활용해, 복잡한 기하학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과학 연구에 활용될 컴퓨터과학의 가능성을 깨달았다. 이 공학 집중 수업의 경험이 미국 카네기멜론대로 진학하는 계기가 됐다.


카네기멜론대는 물리학, 천문학은 물론, 컴퓨터과학에서도 성과가 탁월한 대학이기에 내가 원하는 연구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리학과 컴퓨터과학 강의를 수강하며, 1학년 2학기부터 다양한 연구 기회를 찾아 지원했다. 그 결과로 학내 IRIS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IRIS는 카네기멜론대 학생들이 개발한 달 탐사차(로버) 프로젝트다. 나는 이 달 탐사차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처리 시스템을 설계했다. 


IRIS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었다. 하드웨어의 한계 탓에 배터리 수명이 제한적이어서, 원격 통신으로 내려받은 사진을 제한 시간 내에 분석해, 달 표면이 로버 운행에 적합한지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분석, 활용하는 로버 운행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노이즈가 많고 시야각이 좁은 사진들에서, 달의 로버 운행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방법을 찾긴 어려웠다. 여러 컴퓨터 처리 기술과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천문학 이론도 도입했지만, 기하학의 창의적 접근이 가장 유용했다. 정보 추출의 양을 늘리기보다 이미 확보한 정보만으로, 거칠고 경사가 다양한 달 표면에서 로버가 안정적, 효율적인 동작을 기하학적으로 도출하도록 했다. 로버 운행법은 이런 기하학적 접근을 토대로 컴퓨터 분석과 공학 이론을 보강해서 해결했다.

 

1 2024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243회 미국천문학회(AAS) 총회에 참석한 필자.

 

2 제243회 AAS 총회에서 빠른 전파 폭발(FRB) 관측 편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 중인 필자. 이 논문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3 네이처에 게재된 FRB 논문의 공동저자인 모힛 바드와즈 박사와 필자.

 

처음 쓴 논문, ‘네이처’에 오르다

 

카네기멜론대에 입학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2024년 10월, 전파망원경의 ‘빠른 전파 폭발(FRB·Fast Radio Burst)’ 관측 편향을 다룬 논문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것이다. doi: 10.1038/s41586-024-08065-w 분 단위로 지구에 도달하는 신호인 FRB는 천문학, 우주론 연구의 중요한 단서다. 처음에 맡은 작업은 카네기멜론대의 모힛 바드와즈 박사에게 FRB 데이터의 수집 방법을 배우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이 사진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FRB가 발생한 은하들의 분포에 의문을 갖고, 바드와즈 박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은하의 이미지를 분석해 지구에서 관측한 이 은하들의 경사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은하 밝기와 같은 다른 정보와 결합시켰다. 이렇게 FRB가 지구에 온 은하들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정면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은하의 FRB가 지구에서 더 많이 관측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측면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은하의 FRB는 지구의 관측에서 누락돼 FRB 관측 편향이 발생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FRB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머신러닝을 활용하는 연구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머신러닝 연구 중에선,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집적 반도체인 FPGA 기반의 머신러닝 연산 최적화에 주력하고 있다. 양자화 기술로 하드웨어의 연산 속도를 향상시킴으로써 다양한 산학 분야의 효율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연구 활동과 함께 과학 교육과 연구의 융합을 목표로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인 ESC를 운영하고 있다. ESC에선 청소년을 위한 융합교육(STEM)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봉사 활동을 병행 중이다. 아이들과 소형 뻥튀기 기계로 압력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뻥튀기를 만들어 먹으며 함께 웃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신이 난다. 


아직은 학부 과정에 있는 만큼, 관심 분야가 넓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양자정보처리와 양자물질에 깊은 관심이 생겼다. 양자정보처리와 양자컴퓨터가 일으키는 혁신의 규모는 AI를 능가할 것이다. 현재는 그동안 고체물리학에 기울였던 관심을 양자물질 연구로 넓혀가는 중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다양한 연구팀, 프로젝트팀과 협력해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융합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런 연구에 투자하는 밴처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다. 연구와 창업을 넘나들며 과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다. 

 

필자가 찍은 달 사진. 중학생 시절에 망원경 사용법을 배운 필자의  취미는 천체 사진 촬영이다.

 

나만의 과학동아 활용법
Q.과학동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요?

과학동아와의 인연은 매우 깊다. 어릴 때 어머니가 과학동아를 권해주셨고, 꾸준히 구독하면서 다양한 과학적 사고 방식을 익힐 수 있었다. 특히, 쿼크에 대한 기사를 과학동아에서 처음 접한 것이 양자역학에 흥미를 갖는 계기가 됐다.

Q.과학동아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과학동아에서 여러 분야의 과학적 성과를 정리해 설명해주는 기사들을 항상 잘 보고 있다.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파악하면서 현재 내가 진행 중인 연구에 도움을 줄 단서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최고의 매체다.

Q.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학동아를 구독하며 여러 과학적 개념을 접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되겠다는 꿈을 자연스럽게 키웠다. 그동안 과학동아에서 여러 과학 분야의 기사와 실험을 접하면서 관점을 계속 넓혀 왔다. 앞으로도 과학동아와 같은 플랫폼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적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란다.

2025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지민 미국 카네기멜론대 물리학과 학부생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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