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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유학일기] 여름방학이라 쓰고 '인턴십'이라 읽는다

미국 대학생들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한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여름방학에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여름방학은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두 달 반 정도인데, 이때 대다수가 10~12주 동안 인턴십을 하거나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캘리포니아공대는 대학원 중심의 학교여서 대학원 인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자연과학 분야 학부생은 졸업 후 대다수가 대학원으로 진학하기 때문에, 이들을 인턴으로 받아주는 연구실은 매우 많다.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SURF(Summer Undergraduate Research Fellowship)’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여름방학 동안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는 학생들에게 6420달러(약 770만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전공하는 컴퓨터과학과는 자연과학 분야와 상황이 다르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보다 곧바로 취업하길 원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컴퓨터과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기업 인턴십에 지원한다. 


하지만 1학년을 갓 마쳤을 때는 경험과 실력이 부족해 인턴십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방학을 보낸다. 2학년 여름방학부터는 본격적으로 작은 기업에서라도 일할 기회를 노린다. 


특히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캘리포니아공대가 연방정부의 기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연구소이기 때문에 인턴십 기회가 꽤 많다. 나도 1학년 여름방학 때 JPL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그러나 영주권이 없어 비자에 문제가 생겼고, 아쉽게도 인턴십이 취소됐다. 


그러다 입대 일정도 맞출 겸 한국에 돌아왔는데, 때마침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건축 설계를 하는 한국 스타트업에서 인턴십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입대 당일 새벽 2시까지 일할 만큼 열정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을 했던 기억이 있다. 전역 후 복학 전까지 3개월 동안은 클래식 음악에 쓰인 악기가 무엇인지 가려내는 인공지능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2학년 여름방학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타트업 온클루시브(Onclusive)에서 인턴십을 했다. 온클루시브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크롤링(crawling·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 수집하는 기술)해 고객의 반응과 마케팅 효과를 분석하는 회사다. 


이곳에서 나는 불필요한 크롤링을 줄이기 위해 웹사이트 주소로 스팸 링크를 필터링하고, 사이트별로 크롤링이 잘 됐는지 확인해 다른 개발자들에게 전달하는 데이터 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접목된 프로젝트 2개를 맡은 덕에 3개월이지만 프로그래밍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그래도 방학인데, 일만 한 건 아니다. 주말에는 열심히 돌아다녔다. 온라인 모임으로 만난 사람들과 샌프란시스코 항구에서 출발해 금문교를 넘어가는 16km 도심 하이킹을 했고, 고등학교 동문들과 함께 해안 도시인 샌타크루즈로 놀러 가서 서핑도 했다. 이 외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팔로알토, 마운틴뷰 등 주변 도시에 있는 친구들 집으로 놀러 가곤 했다. 


물론 다음 해 인턴십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는 보통 채용 10개월 전부터 지원을 받고 면접을 진행한다.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네트워킹 행사는 1년 전부터 열린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이런 행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녔고, 평소에는 면접 준비를 했다.


2학년 여름방학 후반부터는 면접을 봤다. 대개 온라인 코딩 테스트로 1차 면접을 본 뒤, 전화 면접이 수차례 이어졌다. 면접관과 전화하며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코딩 플랫폼에서 문제를 풀고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3학년이 된 올해 여름방학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개발자로 인턴십을 할 예정이었다. IT 업계는 경험해봤기 때문에 전혀 다른 분야인 금융 업계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서였다. 솔직히 말하면 세계적인 도시인 뉴욕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인턴십으로 바뀌었다. 뉴욕에서 살아볼 수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IT 업계와는 다른 서비스를 개발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인턴십이 충분히 좋다.


나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여름방학을 보낸다. 인턴십을 하는 회사는 다르지만,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개인 공부, 프로젝트, 대회 준비를 한다. 물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며 머리도 식히지만 말이다. 


미국 대학생들은 인턴십을 본인의 커리어에 매우 중요한 단계로 여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려고 노력하고, 인턴이라도 회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고 한다. 그러니 미국의 회사나 연구실도 인턴을 정직원처럼 생각하고, 인턴들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학부생이 누릴만한 좋은 기회가 더 많은 것 같다. 

202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용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및 경영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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