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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한국 경제는 불황? 호황?

[어서와, 경제는 처음이지?]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76달러(약 8만5600원) 선을 돌파했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약 9만 원)를 상회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 경제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7년이다. 당시 유가가 역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지만,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함께 호황을 누린 바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최근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2001년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과 WTI의 관계를 살펴보면 오히려 유가가 상승할 때 우리 경제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일한 예외가 2014~2015년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이 때 한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했고, 한 달에 50만 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이른바 긍정적 외부충격이 발생했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기가 유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왜 유가 급등 국면에 한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까. 먼저 WTI와 중국 수입 증가율의 관계를 살펴보자(아래 그래프). 한 눈에도 두 변수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높아질 때에는 유가가 급등하며 반대로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혹은 감소할 때에는 유가도 하락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유가가 상승해서 중국의 전체 수입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중국 전체 수입액 1조8438억 달러 중 원유 수입은 1608억 달러로,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불과하다. 
결국 중국과 같은 산업국가의 수요가 늘어날 때 원유가격이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2012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투자가 1% 감소할 때 세계경제 성장률은 0.1% 줄어들며 더 나아가 금속제품 등 주요 상품가격은 0.8~2.2% 하락하는 등 중국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중국의 수입이 증가하는 시기는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때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중국은 세계 1위의 수출 대국으로, 내수보다는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 성장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석탄을 제외하고는 부존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다시 원자재 수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중국의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세계의 수요’가 왕성할 때, 한국 경제도 그 수혜를 누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전쟁·경제 제재 리스크로 요동치는 원유가격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1970년대 같은 강력한 ‘석유위기(oil crisis)’가 발생할 때에도 한국이나 중국 경제가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나 혁명 등으로 국제유가가 이상급등하고 또 이 과정에서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 유가 상승의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1990년 발발한 걸프전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 빚어진 1990년의 국제유가 급등 사태 당시, 유가는 배럴당 15달러에서 36달러로 2.5배 상승했고,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 급등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저축대부조합(Saving & Loan)이라는중소 은행들이 부동산시장 침체로 연쇄 파산하는 등 이미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중이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연준)는 경기가 이미 나빠지고 있었기에 1989년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걸프전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연준은 정책금리를 인하하지 못한 채 8.0% 수준에서 계속 동결하고 만다. 경제가 이미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8.0%의 정책금리는 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결국 미국은 1990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불황을 경험했다.

1990년 걸프전의 피해가 가장 컸던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989년을 고비로 주식가격이 폭락하고, 1990년부터는 주택가격마저 무너지는 중이었건만 중앙은행은 금리를 오히려 6.0%까지 인상했다. 물론 당시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판단을 잘못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걸프전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이유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유가 상승 자체보다 원인에 주목해야  
이상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원유가격 상승 그 자체가 아니라, 유가 변동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2007년이나 혹은 2017년처럼 중국 등 주요 산업국가의 원유 수요 증가로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라면 한국 경제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난 1990년처럼 전쟁이나 혹은 혁명 같은 ‘공급측’ 요인으로 유가가 상승한다면 이는 경제에 오히려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수요 요인과 공급 요인 중 어떤 것이 더 우세할까.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중국 등 산업국가의 원유 수요가 강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 더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클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홍춘욱

1993년 12월부터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환율의 미래’ ‘인구와 투자의 미래’ 등 다양한 책을 통해 경제 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며, 블로그(blog.naver.com/hong8706)를 통해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hong8706@naver.com

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홍춘욱
  • 에디터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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