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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C, 왜 멈췄나

헬륨 2t 새나와 100℃까지 온도 치솟아

지난 9월 10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가동을 시작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Large Hardron Collider)가 열흘 만에 멈췄다.

CERN은 9월 19일 성명을 내고 “LHC의 냉각 시스템에서 액체 헬륨이 다량 새어나온다는 사실이 감지돼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주의 비밀을 풀 ‘신의 입자’인 힉스를 찾겠다며 지난 14년간 야심차게 추진해온 LHC 실험의 이후 일정은 불가피하게 차질이 빚어졌다.

높은 전류 못 견디고 초전도자석 연결 부위 녹아
문제가 생긴 부분은 LHC에 설치된 초전도자석 2개의 전기 연결 부위.
CERN에서 7년째 연구 중인 한국인 과학자 노상률 박사는 지난 9월 26일 전화 통화에서 “양성자 빔 에너지를 5TeV(1TeV=1012eV)까지 올리기 위해 전류를 높이는 과정에서 초전도자석 사이의 전기 연결 부위가 높은 전류를 감당하지 못해 녹았다”고 설명했다. LHC가 아주 거대한 냉장고라면 LHC의 전력 공급 부분이 고장 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고로 액체 헬륨이 대량 새어나왔다는 점. 사고 당시 액체 헬륨이 1t가량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박사는 “액체 헬륨 2t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액체 헬륨이 유출되면 LHC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1.9K(영하 271.1℃)을 유지해야 하는 LHC 내부 온도는 100℃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 박사는 “녹은 전선을 보수하는 작업은 간단하지만 온도가 올라간 LHC 내부를 실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냉각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23일 CERN 대변인인 제임스 질리스는 “과학자들이 LHC로 내려가 고장 난 부위를 수리할 수 있도록 0K에 가깝게 냉각된 가속기의 온도를 올리고 있다”며 “이를 위해 수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온도를 높인 뒤 LHC를 수리하고 다시 온도를 낮추는 데 한 달 가량 걸릴 예정이다. 결국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데 적어도 두 달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11월 말 LHC를 다시 가동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질리스 대변인은 “LHC를 내년 봄에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겨울철 정비기간을 고려한 일정이다.

노 박사는 “유럽은 겨울철 전력 수요가 많아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기기 가동을 중단한다”며 “내년 3~4월이 돼야 LHC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CERN은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CERN의 로버트 아이머 소장은 지난 9월 2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실험 중단으로 심리적 충격이 크다”면서 “정밀 조사로 이번 난관을 이겨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인간이 만든 가장 크고 복잡한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면서 “전반적으로는 충격을 받은 상태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크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LHC 실험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LHC를 가동한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초전도자석 냉각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30t 규모의 변압기를 교체하는 사고도 있었기 때문이다. 즉 엄밀히 말해 이번이 LHC 가동 이후 두 번째 사고라는 것.

한편 CERN은 이번 사고와는 별도로 지난 10월 21일 전세계 국빈들을 초청해 LHC 완공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내에서는 최영일 CMS사업단장(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이 초청돼 CERN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다녀왔다.

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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