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진위를 둘러싼 칼 세이건과 존 맥의 팽팽한 접전.저명한 과학자인 이들은 왜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것일까.UFO의 본질에 대한 이들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UFO와 피랍 현상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1960년대 초 칼 세이건은 UFO 이야기가 주로 종교적인 상징성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근대 이후 대두된 과학적 세계관과 기존의 전통종교가 표방하던 세계관이 서로 부딪히면서 사람들은 신을 대치할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았고, UFO와 외계인이 바로 신을 대치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접촉자들이 묘사하는 UFO 외계인들은 종종 현명하고 권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우호적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가끔 흰색 긴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들은 신이나 천사들과 매우 흡사한데 날개 대신 우주선을 타고 오며, 천국이 아닌 미지의 행성에서 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피랍체험은 종교적 메시지인가
칼 세이건의 주장은 민속학자인 마스 E. 블라드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 그는 1989년에 쓴 논문에서 “오늘날 과학이 우리 삶에서 유령과 마녀를 축출해냈는지 모르지만, 그들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외계인들이 즉시 그 공백을 메우게 됐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UFO 연구가인 쟈크 발레 역시 최근 부각된 UFO 외계인에 의한 피랍 체험이 마녀나 요정 체험에 가깝다고 말한다.
칼 세이건은 UFO 피랍 체험에서도 인류 구원에 대한 고전적인 종교적 메시지가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이런 전통이 지구에 내려와 인간과 교류한 신들의 이야기나 중세 때의 성인과 성모 마리아 현시에 대한 기록과 그 본질적인 측면에서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존 맥은 지난 수천년 동안 인간과 타계로부터 온 존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에 잘 나타나 있다고 설명한다. 시대를 거치면서 인류는 여러 종류의 신과 정령, 천사, 요정, 또는 마귀들과 실제로 접촉해 왔다는 것이다. 신화나 전설에서 이런 존재들은 인간과 긴밀한 접촉을 갖고 그들을 별세계로 끌고 간다. 따라서 오늘날 UFO를 타고 나타난 외계인과 접촉하고 종종 그들에 의해 납치됐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기존에 이미 잘 알려진 초인간들(superhumans)에 의한 인간의 접촉이나 피랍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존 맥의 주장이다.
그는 UFO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은 현대적 문화에 걸맞는 독특함이 있다고 말한다. UFO 피랍 체험사례와 과거의 초인간들과의 접촉사례를 조사해보면, 모든 배후에는 어떤 지성이나 에너지, 또는 의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패러다임
이처럼 칼 세이건과 존 맥은 UFO를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문제는 인류가 지난 수천년 동안 끊임없이 고민했던 물음, 즉 종교 현상이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로 환원된다. 이 시점에서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그의 저서 ‘비행접시들’에서 UFO 현상을 종교적인 체험으로 연관시켰던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종교현상에서 “인간은 자신을 심령적으로 압도하는 타자(The Other)와 직면하게 된다. 이런 힘의 존재에 대해 우리는 다만 그것을 받아들일 뿐 물리적, 논리적 증거를 내세울 수 없다”고 말한다. 칼 세이건이나 존 맥의 견해에 따르면 UFO 외계인은 바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이상 UFO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물리적, 논리적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존 맥은 융이 언급한 물리적, 논리적 증거가 현재 우리 과학 패러다임 안에서 정의되는 한 융의 표현이 옳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UFO 현상이 현재 우리가 머물러 있는 서구과학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주장한다. UFO 현상은 서구의 과학관 테두리 안에서 불가능한 현상을 다루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존 맥은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과학 철학자 토마스 쿤과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그와 상의했고, 그에게서 얻은 갖가지 충고가 스스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특히 서구 과학 패러다임은 현실적-비현실적, 존재-비존재, 객관-주관, 내적인 것-외적인 것, 발생하다-발생하지 않다 등과 같은 언어의 양극성 구조에 기초해 적절히 유지되고 있다는 쿤의 연구결과는 존 맥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존 맥은 UFO 현상을 연구하는 동안 이런 이분화된 언어 구조의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말고,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원래의 자료만을 충실하게 모아야 한다는 법을 토마스 쿤에게 배웠다. 즉 새로운 자료가 스스로 알고 있는 어느 한가지 세계관에 맞아 떨어지는지 개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 만일 쿤의 이런 충고가 없었다면 존맥은 UFO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의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사실 존 맥과 같이 서구사회에서 훈련받은 전형적인 의사가 UFO 납치사건을 조사한다는 일은 특별한 도전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서 얻어지는 상당한 정보가 서구 사회에서 ‘실재’한다고 인정하는 개념과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시·공간 패러다임 내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경험만 인정하고 그 이외의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하면서 그냥 무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존 맥은 그런 차별을 두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체 현상 자체가 서구사회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겉으로 우리에게 친숙해보이는 일부 경험만 인정하고 친숙해보이지 않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 존 맥의 얘기다. 그가 피랍 체험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진실성을 인정하는 기준은 ‘체험자들이 그 일을 얼마나 실제처럼 느꼈는가’와 ‘그것이 자신에게 제대로 전달됐는가’ 하는 사실 뿐이다.
구체적인 단서 못찾아
이 문제에 대해 칼 세이건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토마스 쿤의 정의대로라면 칼 세이건은 오늘날 서구 과학 패러다임을 지키는 대표적인 과학자다. 칼 세이건은 현 패러다임을 고수하기 위해 과학적인 새로운 사실에 대해 비교적 열린 마음으로 임하려는 인물이다. 1976년 화성에서 발견됐다는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 조각에 대한 논란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는 존 맥의 의견에 대해 우리는 언젠가 현재의 서구과학 패러다임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믿음은 외계인과 인간의 접촉을 그린 그의 SF 소설 ‘접촉’에서 실감나게 묘사된다. 칼 세이건은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을 자기 자신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칼 세이건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 공군의 자문으로 있으면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는 어떤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현재의 과학 패러다임에서 설명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칼 세이건이 UFO 문제를 종교적인 전통과 연관시킨 것은 현재의 과학 패러다임이 지난 중세 때의 과학 패러다임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는 확신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난날 종교적 환상이라는 것이 매우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보이는 환각이었다고 정의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런 환각들은 종종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는 하늘로부터 날아온 이상한 존재들이 한밤중 벽을 뚫고 침실로 찾아드는 식으로 정형화됐는데, 구체적인 스토리는 그때그때 문화적 수준에 발맞춰 변형돼 왔다. 칼 세이건은 이런 체험을 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신기한 얘기들이 여기저기 퍼뜨려졌을 것이고, 이것이 자신들의 환시나 환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민담이나 신화, 전설로서 그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간단히 정리해 보자.칼 세이건은 UFO현상이 일종의 환시나 환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부정해야 한다고 말한다.이에 반해 존 맥은 이 문제가 텔레파시,투시,염력등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현상으로 해석되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두사람의 깊숙한 사고를 접해봐도 어떻게 결론지어야 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UFO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고 지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