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난자는 다른 세포에 비해 유전물질을 절반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인공적으로 성숙시켜야 유전물질이 절반으로 나눠진다. 쥐의 정소나 난소가 이를 위한 인큐베이터로 사용된다.
지난 3월 17일 이탈리아의 서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쥐 인간’이 태어났다고 밝힌 내용이 보도돼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런데 사실 ‘쥐 인간’이란 말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미성숙한 정자를 쥐의 정소에서 길러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 ‘실험’에 참여한 남성은 정소에 결함이 있어 자체적으로 성숙한 정자를 만들지 못했다. 만일 원형정세포까지 만들 수 있다면 ROSI를 통해 임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훨씬 이전 단계인 정원세포나 제1정모세포에 머물고 있는 남성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아직 염색체수가 절반으로 줄지 않은 탓에 생식세포로서의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유전자 자격미달’인 세포를 난자와 수정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티노리 박사는 바로 이 생식세포에 자격을 부여하는 실험을 수행한 것이다(아직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아 사용한 세포가 정원세포인지 제1정모세포인지 확실치 않다). 즉 쥐의 정소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고, 여기에 미성숙한 생식세포를 넣고 키웠다. 이 가운데 성공적으로 성숙한 생식세포를 골라 난자와 수정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의 정소 세포가 아닌 쥐의 세포를 사용했을까. 안티노리 박사는 “만일 정상적인 다른 사람의 정소 세포에서 배양했다면 여기서 발생한 정자와 불임남성의 정자가 섞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누구의 정자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린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쥐의 정자는 사람의 것과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불임남성의 정자만을 골라낼 수 있다.
안티노리 박사는 이 과정을 거쳐 자라난 정자가 정상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는 “이 방법이 임신에 대한 높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며, 태아에 대해 어떤 위험도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마치 시험관에서 미성숙한 난자를 성숙시키는 것처럼, 미성숙한 정자를 ‘쥐 정소 세포’라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웠을 뿐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에 태어난 아기들은 ‘쥐 인간’이 아니라 그냥 인간일 뿐이다.
인큐베이터일 뿐
하지만 안티노리 박사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사실 사람의 정원세포를 쥐의 정소 세포에서 길러 성숙시킨 사례는 이미 보고돼 있다. 그러나 이때 생성된 정자가 과연 정상 기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없다. 즉 정자가 자라는 동안 쥐 정소 세포로부터 어떤 유독한 영향을 받지는 않았는지, 이 정자로 태어난 아기가 제대로 성장할 것인지(예를 들어 임신능력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티노리 박사는 곧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에 돌입한 것이다. 안티노리 박사에 따르면 이미 4명이 태어나 자라고 있다고 하니,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여성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즉 염색체수가 절반으로 줄지 않은 제1난모세포를 쥐의 난소 세포 속에서 길러 성숙한 난자로 발생시킨다는 의미다. 현재 생쥐를 대상으로 이런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쥐의 난소에서 자란 난자’를 이용해 태어난 아기가 조만간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