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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장벽 뛰어넘는 호기로 삼아야

급진전되는 한·소 과학기술교류

최근 소련측은 한국과 협력가능한 과학기술과제 8백여 품목을 제시했다.

과학기술분야에서 한국과 소련의 협력관계는 어디까지 진전될 것이다.

노-고르비 회담이후 양국간 수교가능성과 함께 과학기술의 협력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소련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비교적 일관성 있게 이 문제를 제의해오고 있는데 반해 우리측은 소련의 실상에 대한 극심한 정보부족으로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샌프란시스코회담 직후 고르바초프가 노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주로 경제문제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힌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소련측은 한국의 자본과 산업기술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방한했던 소련 과학관계자들도 "소련의 첨단·기초과학 성과를 한국의 생산기술과 접목시키면 양국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역설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소련의 상용화 되지 않은 과학기술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최근 첨단기술분야에서 미일의 지나친 견제로 기술이전이 쉽지 않은데다 자동차 전자분야의 경우 매출액의 10% 가량을 로열티 명목으로 뺏기는 등 선진국의 '기술장벽'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던 참이었다. 소련은 기초과학과 우주항공 및 군사과학에서 단연 세계 최강이다. 더군다나 이 기술들을 미일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대가를 받고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극력 꺼리는 원천기술까지 내놓겠다고 제의해 우리측 관계자들을 놀라게하고 있다.
 

지난 2월 KIST를 방문한 소련 과학아카데미 플로로프 수석부원장


산업기술도 세계수준

한소 과학기술교류는 서울 올림픽직후 88년 10월 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와 소련 도핑센터 사이에 맺은 'IOC의 추가금지약물과 인종별 대사물질 비교연구' 프로젝트가 시초. 그후 민간기업들의 소련진출과 더불어 민간차원에서 몇 건의 산발적인 교류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연세대가 모스크바대와 연구협력협정을 맺었고 건설기술연구원이 소련동토연구소와 극한지 건설기술 공동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한소 과학기술교류가 본격화된 것을 역시 올해부터. 지난 2월 소련 과학아카데미 수석부원장인 콘스탄틴 플로로프씨가 방한해 과학재단과 과학협력 및 과학자교류의정서를 교환했고, KIST 기계연구부장 권오관 박사가 두차례에 걸쳐 소련을 방문, 과학아카데미 산하의 연구소들과 협력관계를 다졌다.

또 지난 3월 한소경제인 합동회의에서는 소련측이 자국에서 추진중인 14개분야 첨단기술개발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해왔다. 이어 노-고르비회담 직전에 서울에서 열렸던 소련주간행사 참가를 위해 내한했던 소련과학기술위원회 알렉산더 카멘스키 대외협력국장은 소련의 1백개 첨단기술목록을 과기처에 제시했다.

한소 과학기술교류가 이처럼 급진전되자 과기처는 6월초에 서둘러 KIST 등의 전문가 2백여명을 동원해 연구팀을 구성하고 철야로 자료를 분석, '소련첨단기술분석보고서'를 만들어 냈다.

이 보고서는 △소련의 14개 국책과제 △소련측이 제시한 기술이전희망 1백개 목록 △소련 특허청이 제공한 라이선스인토르그사의 보유기술 6백86종 △소련 기술투자회사 테크노인베스트사가 최근 무역진흥공사에 보내온 7개 기술품목을 개괄적으로 분석한 것. 분석결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소련은 군사기술 기초과학 항공우주 등 '거대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기계 전자 생명공학 화공 등 일반 산업기술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들 기술이 민간기업의 생산기술과 연결되고 있지 못할 뿐이라는 것.

특히 소련이 추진중인 14개 국책과제중 화성탐사를 제외한 13개 과제는 우리 국책연구과제와 공통분야로 신소재 고온초전도 생산자동화 인공지능 자기부상열차 주택기술 등 57개 세부과제에서 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련과학기술위원회가 내놓은 1백개 기술이전희망 목록은 그중 43개 품목에 대해 당장 국내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레이저를 이용한 원격진동측정기술이나 세라믹엔진의 가스터빈기술, 이온플라즈 마코팅기술 등은 국내기업들이 도저히 다른 곳에서 사올 수 없는 첨단기술들이다.

라이선스인토르그사가 제시한 6백86개 특허기술도 91개 정도가 국내기업의 관심이 높아 당장 기술이전을 희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창구일원화가 과제

그러나 이번 분석작업을 맡았던 과기처의 한 관계자는 "소련측의 기술목록만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 6월말경 기술사절단을 파견, 분야별 기술수준과 협력가능성을 파악하기로 했다"고 밝혀 아직 소련 과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을 드러냈다. 이는 소련측이 우리나라에 기술이전이 가능한 품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답변을 요구하는 치밀함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더구나 오는 8월경 한소 과기장관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다 체계적인 소련 과학기술에 대한 분석·평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소련붐에 편승해 정부 기관간에 경쟁적으로 과학기술교류의 공을 세우려는 풍토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기처가 '소련첨단기술분석보고서'를 발표하자 며칠후 상공부와 생산기술연구원이 비슷한 분석내용을 내놓고 소련과의 과학기술교류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련 과학기술의 대외교류창구는 과학아카데미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두군데로 통일돼있고 두 기관도 아보로예브스키라는 인물에 의해 일원화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통로로 들어오는 한국과의 과학기술협력제의도 일관된 체계와 내용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 부처간에 경쟁적으로 과학기술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측의 입지만 불리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KIST 기계연구부장 권오관박사는 대소(對蘇) 과학기술교류 창구는 반드시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련측이 현재 8백여개의 구체적인 기술교류품목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지만 노-고르바회담에서 보여준 저들의 치밀함을 생각하면 막상 협력단계에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들떠있기 보다는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199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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