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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무선 연맹

민간외교의 얼굴없는 일꾼

국내 아마추어무선국(햄) 인구는 6천여명.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단파로 대화를 나눈다.

공중에는 눈에 보이지않는 무수한 전파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TV파 라디오파 단파 중파 초단파 등등. 햄(HAM, 아마추어무선국)회원들은 단파를 이용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CQ CQ……'. 아마추어무선사들이 대화를 나눌 사람들을 찾는 소리다. 주파수가 서로 맞춰지면 모르스부호나 음성으로 싫증날 때까지 대화를 나눈다. 화제는 제한이 없다. 서울올림픽이 열렸을 때에는 올림픽에 관한 얘기와 한국에 대한 소개가 인기있었고, 최근 동구나 소련햄들과의 교신에는 동구개방과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았다. 사랑에 관한 얘기도, 스포츠나 학문에 관한 얘기도 교신내용에 포함된다. 교신이 끝나면 서로 상대방의 호출부호(콜사인)를 묻고 교신을 기념하는 QSL카드를 띄운다. 이 카드는 상대방과 교신했다는 증명이 되는 것이다. 햄은 취미활동의 하나이지만, 일단 무선국을 개설하면 자기나름의 '작은 방송국'을 갖는 것이나 진배없다.

전파로 만난다

현재 국내에는 3천여명의 개인햄과 1백 50여개의 클럽햄, 그리고 무선국허가를 받지 않고 수신설비만 갖춘 SWL(단파수신자)회원까지 포함하면 6천여명의 동호인이 있는 것으로 한국아마추어 무선연맹은 파악하고 있다. 일본의 80만국, 미국의 40만국에 비해 훨씬 뒤지고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이 모두 1만국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걸음마단계이지만 최근 회원수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올림픽을 계기로 무선통신인구가 늘고 해외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입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

햄을 개설하려면 체신부에서 매년 2회 실시하는 아마추어무선 자격시험에 응시해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자격시험은 1급 2급 3급이 있는데 통신장비의 송신출력에 따라 각각 5백W(와트) 1백W 50W로 나눠진다. 3급은 다시 전신과 전화 두종으로 구분된다. 시험자격은 연령 학력 성별 직업에 제한이 없다. 10대 소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직업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격을 획득하면 무선통신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한후 체신부에 아마추어무선국 허가신청을 내면 개인의 호출부호가 나온다. 우리나라 햄은 처음이 'HL'로 시작하는 여섯자리 호출부호를 갖는다.

무선국허가를 얻지않고 수신만 하는 SWL회원도 2천여명이나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자격시험을 치기 전의 햄회원들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각 대학의 햄서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 클럽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백여개의 각 대학 햄서클들은 대학햄연협회를 조직하고 있다. 그중 광운대 한양대 고려대 등은 전통이 있고 회원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대학햄의 선두인 광운대 햄서클은 이미 지난 86년 20만번 교신을 돌파했다.

햄회원중에는 2백여명의 여성회원들도 활동하고 있고, .83년 시각장애자들이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면서 50여명의 맹인회원들도 자격을 얻어 맹인아마무선사회를 조직하고 있다.

햄의 역사는 1895년 이탈리아의 마르코니가 무선전신기를 개발한후 대서양회단 무선통신에 성공한 19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는 1937년 햄활동을 처음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일본 호출부호를 이용했고 따라서 한국 햄의 효시는 1955년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KARL)의 창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서울 공대 문리대 학생들과 일반인 등 40여명이 모여 한국에도 햄인구가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후 독도무선국운용(1962년) 북극탐험(78년) 태평양횡단 무선국운용(80년)을 거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에는 올림픽 선수촌과 올림픽공원, 부산 요트센터 등 세군데에 특별기념국을 운영해 올림픽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89년말에는 남극의 세종기지와도 교신에 성공, 지구 어느 곳과도 전파를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을 더해 주었다.

아마추어무선연맹은 본부를 서울(영등포구 여의도동 46-1, 전화 782-0448)에 두고 전국에 9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현재의 회장은 공인회계사인 김실(호출부호 HL1AUX)씨.

작은 방송국

연맹의 김영배사무국장(HL1KYB)은 “최근 음성으로 교신하려는 회윈들이 많아졌지만 역시 햄의 진수는 모르스부호로 교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테랑일수록 모르스부호의 이해속도가 빠르며 약어 등이 많아 음성에 비해 결코 교신속도가 느리지 않다는 것. 그리고 교신의 정확도도 음성에 비해 무척 높다.

깊은 밤 주파수 다이얼을 천천히 돌려가면서 미지의 외국인과 끊일듯 말듯 교신이 이어질 때 햄회원들은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어떤 때는 밤새도록 다이얼을 맞추어도 한번도 교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실패의 경험들을 겪으면서 보다 능숙한 무선통신사로 변해간다고 김영배씨는 강조한다. 분단현실로 인해 햄활동도 그간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무선장비를 차에 싣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미국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동무선국을 개설할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나마도 지정된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개방화물결과 북방외교의 흐름을 타고 미수교공산국과의 교신자격은 대폭 완화됐다. 예전에는 2급이상이면서 7년이상 무선국을 운용한 경력자로 제한됐던 것이, 지난해 초부터 1년이상 햄을 운용한 사람이면 누구나 북한을 제외한 소련 중국 동구 등 29개 미수교국가의 햄과 교신이 가능해졌다. 실제 올림픽이후 한국햄의 인기가 높아 소련 동구 쪽으로부터 교신신청이나 QSL카드의 우송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각국의 특이한 QSL카드를 모으는 것도 대부분 햄회원들이 갖고 있는 취미. 지난해 8월 햄회원인 박진경씨와 김상일씨가 일본햄 1만국 이상과 교신하고 QSL카드를 받아 일본 요미 우리신문으로부터 '1만국 요미우리상'을 받기도 했다.

얼굴모르는 타인과 전파를 통해 우연히 만나는 아마추어무선통신은 첨단전자기술과 훈훈한 인간애가 기묘하게 어우러진 매력있는 과학의 세계다.

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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