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최초의 아벨상 수상자 장 피에르 세르 교수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수학자를 만나다

최초의 아벨상 수상자 장 피에르 세르 교수



"존 밀너 교수의 아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올해 아벨상이 연구업적뿐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수학자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더욱 기쁩니다.”

2003년 최초의 아벨상을 수상한 장 피에르 세르 교수가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수학동아는 봄기운이 완연한 경북 포항 포스텍에서 그를 만났다. 85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빛나는 그의 눈동자에서 여전히 식지 않은,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아벨상을 받은 밀너 교수는 수학을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의 책은 수학자라면 글을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세르 교수 역시, 수학을 엄밀하고 간결하게 나타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비슷한 꿈을 꾸던 프랑스수학자들의 비밀결사조직‘부르바키’에 몸담으며, 현대수학을 가장 일반적인 원리에서 통일성 있게 설명하는 책을 함께 펴냈다. 그는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콜라주 드 프랑스의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현대 대수기하학 발전의 기초가 되는 ‘대수다양체’를 처음으로 정의해, 대수기하학과 정수론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를 만든 업적을 남겼다. 2003년에 아벨상을 받기 전, 27세에 필즈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노벨상에 비견되는 울프상을 수상했다. 이같이 수학계의 최고 상을 모두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딱 3명뿐이다. 포스텍 수학과 박형주 교수는“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수학자가 독일의 다비트 힐베르트라면, 20세기 후반은 세르 교수가 대표한다”고 설명한다.

그처럼 위대한 수학자도 어릴 때부터 수학자의 꿈을 꿨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저는 평생 수학을 연구하면서 살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수학을 곧잘 했으니까 고등학교 수학 교사가 돼야겠다는 생각만 했죠. 하지만 대학 시절 수학을 전공한 뒤로 수학자의 길을 선택한 제 삶에 만족합니다.”

수학계에서 세르 교수는 업적 못지않게 악명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수학자가 발표할 때 작은 오류라도 발견하면 매섭게 지적하는 악역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강연이나 논문 중에 발견되는 실수는 제게 ‘오염 물질’처럼 보입니다. 저는 언제나 그걸 깨끗하게하려는 노력을 할 뿐입니다. 수학 문제 하나를 여러 방법으로 풀 수 있다고 합시다. 각각의 방법은 정확한 과정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수학을 대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입니다.”

이처럼 수학에 대한 엄격한 자세로 인해 세르 교수는 오해를 사기 일쑤였다. 그를 한국에 초청한 박형주 교수 역시 선입견 탓에, 세르 교수와 처음 며칠 동안은 말을 걸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과 탁구 치는 것을 즐기며, 학문 외의 생활에서는 관대하다.

“며칠 전 경주로 가야 할 일이 생겼어요. 잘 가던 차가 갑자기 길 위에 멈춰 서더군요. 결국 견인차를 타고 경주까지 갔어요. 함께 있던 사람이 무척 미안해했지만 제겐 둘도 없는 추억이었습니다.”

해결하기 힘든 수학 문제 앞에서는 다른 사람처럼 고민하기도 한다.

“저는 수학 문제를 생각할 때 눈을 감고 집중합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는 침대에 누워서 해결합니다. 반쯤 졸면서 생각할 때 멋진 해결책이 떠오르곤 하죠.”

세르 교수에게 ‘어려운 문제’를 하나 냈다. 2012년 국제수학교육대회와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처럼 세계적인 행사 준비에 바쁜 한국 수학계에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국 수학계는 국제수학자대회와 같이 큰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한국의 수학자들이 이 행사를 통해 다른 나라의 수학자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학동아 독자와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수학과 사랑에 빠지세요. 수학을 사랑하는 것이 수학을 연구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고 이것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세르 교수는 포스텍의 '아운강좌'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아운강좌는 기초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을 초빙해 지혜를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공개 강연을 통해 과학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제 11회 아운강좌에서는 세르 교수가 '소수와 점의 개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2011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철학·윤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