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굴러가는 공 보여? 그저 평범한 공이 아니야.
미국 연구팀이 미래에 달과 화성 표면을 탐사하기 위해 만든 로봇이지. 어떤 로봇인지 살펴보자!

박동현
잠깐 멈추고 자기 소개 부탁해!
내 이름은 ‘로보볼(RoboBall)’, 말 그대로 로봇 공이야. 바퀴도, 다리도 없는 둥근 구 모양의 로봇이지. 작은 버전은 지름이 약 60cm, 큰 버전은 180cm로 사람만 해. 몸통은 튼튼한 섬유로 이뤄졌고, 마치 에어백처럼 공기가 들어 있어.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텍사스 A&M 대학교 로버트 앰브로스 교수는 우주에서 쓸 수 있는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는 로봇을 구상하다가 나를 설계했어. 4년간 연구 끝에 나를 개발하고 8월 15일 세상에 공개했지.
왜 공 모양으로 만든 거야?
우주에서 넘어지지 않고 움직이기 위해서야. 바퀴나 발이 달린 로봇은 방향을 바꾸다 넘어지는 일이 잦아. 우주처럼 사람이 손댈 수 없는 곳에선 바로 일으키기 힘들지. 나는 커다란 공 모양이라서 구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필요가 없어. 내 몸 안엔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회전축이 있어서 진자● 운동처럼 좌우로 움직여. 동시에 팽이처럼 빙글빙글 축을 돌려 굴러가지. 이 축 덕분에 내 몸은 앞뒤, 좌우로 방향을 바꾸며 자유자재로 구를 수 있어.
연구팀이 널 시험해 봤어?
나는 연구원들의 원격조정을 받아 잔디밭과 모래, 울퉁불퉁한 흙바닥 등을 막힘없이 굴러갔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움직이고, 내리막길에선 빨라지지 않게 속도를 조절했지. 물이 고인 곳에서도 몸을 굴려서 빠져나왔단다. 연구팀은 내가 바다에서 육지로 굴러 나올 수 있는지 해변에서 시험할 계획이야.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도 개발하고 있지. 나는 최고 속도로 한 시간에 32km를 갈 수 있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의 속도와 비슷하지.
앞으로 넌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연구팀은 내가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을 대신 탐사하길 기대해. 난 달 착륙선에서 굴러 나와 분화구 속을 살피고, 무인 드론에서 발사돼 지구의 재난 현장을 조사할 수도 있지. 가파른 분화구나 울퉁불퉁한 잔해 사이를 넘어지지 않고 다니려면 내 동그란 몸이 제격이니까. 내 몸속엔 센서, 카메라, 시료 채취 도구 등의 장비도 실을 수 있어. 나 같은 로보볼 여러 대가 함께 움직이면 낯선 지형을 조사하고, 재난 생존자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용어 설명
●진자: 줄 끝에 추를 매달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물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