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은 대구 경북대학교 연못 다리에 모였어요. 이들이 찾으려고 한 건 바로 남생이의 서식지를 빼앗는 외래거북이에요. 외래거북이 경북대학교에 산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재단법인 숲과나눔 - 동아사이언스가 운영하는 시민과학풀씨는 환경·안전·보건 분야의 연구자들이 시민과 함께 연구하며 성과를 도출하는 연구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도심에 더 많은 외래거북
“어, 올라왔다! 나랑 눈 마주쳤어.”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목을 쭉 빼고 연꽃이 가득한 연못을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연꽃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거북을 찾으려고 했지요. 7월 26일 지구사랑탐사대 대원 18명은 시민과학풀씨 프로젝트 팀인 ‘리버쉘’ 팀의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경북대학교 연못에 모였어요.
시민과학풀씨는 환경과 안전, 보건 분야 연구자들이 시민과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예요. ‘리버쉘’ 팀은 그중에서도 외래거북의 생태를 연구하는 팀이에요. 경북대학교 생물학과 이원재 연구원이 팀을 만들었지요. 이원재 연구원은 강을 의미하는 ‘리버(river)’와 거북의 등딱지를 의미하는 ‘쉘(shell)’을 결합해 팀 이름을 지었어요.
외래거북은 인간이 다른 지역에서 데려온 거북이에요.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등이 있지요. 외래거북은 남생이 등 해당 지역에 살던 토착 거북과 먹이 경쟁을 하고, 토착 거북의 서식지를 빼앗아요. 우리나라에 외래거북은 15~16종이 있는데 그중 법적으로 포획해도 되는 종은 6종에 불과해요. 우리나라에 등록되지 않은 외래거북 종은 포획이 불법이지만, 발견하면 풀어 줘서도 안 돼요.
외래거북은 도심에 많이 살아요. 경북대학교 연못뿐 아니라 대구 수성못, 진주 금호지와 서울 청계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이원재 연구원은 외래거북이 시골보다 도심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를 알아내고자 이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원재 연구원은 도심에서 외래거북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로 2가지를 꼽았어요. 사람들이 해외에서 외래거북을 수입한 뒤 도심 하천에 많이 방생하는데다 하천을 깨끗하게 관리하다 보니 외래거북이 지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이원재 연구원은 “외래거북이 아무리 영양분을 과도하게 내뿜어 수질을 더럽혀도 인간이 다시 정화한다”고 설명했어요. 리버쉘 팀은 이 원인을 바탕으로 도심과 시골에 사는 외래거북의 종 수 차이를 분석하고, 외래거북이 주로 분포하는 서식지와 외래거북의 행동 특성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외래거북의 도망 시작 거리를 찾다
경북대학교 연못에서 이원재 연구원이 손바닥만 한 새끼 붉은귀거북을 발견했어요. 슬금슬금 다가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던 새끼 붉은귀거북은 더 가까워지자 물속으로 풍덩 빠졌습니다. “방금 본 거북의 FID는 무엇이냐”는 대원들의 질문에 이원재 연구원은 “1m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FID는 ‘Flight Initiation Distance(도망 시작 거리)’를 줄인 말이에요. 사람이 다가올 때 거북이 피하기 시작하는 거리를 의미하지요. FID는 사람이 거북에게 접근하는 정도와 거북이 사람에게 익숙한 정도에 따라 달라져요. 사람이 자주 오는 연못에 살아 사람과 친숙한 거북일수록 FID가 짧고,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연못에 살거나 사람을 낯설고 위험하게 느끼는 거북일수록 FID가 길어요. 이원재 연구원은 “FID가 너무 길어도 거북이 극단적으로 예민함을 느끼는 거고, 너무 짧아도 지나치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라서 거북의 행동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어요.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연못에서 외래거북의 얼굴을 찍고, 주변을 15~20분간 180°로 촬영해 지구사랑탐사대 앱에 기록할 예정이에요. 그러면 이원재 연구원이 앱에 올라온 기록을 활용해 외래거북의 종을 찾고, FID를 계산합니다. 이날 발견한 외래거북 중에서는 멀찌감치 사람들이 모여들기만 해도 물 안으로 숨어버리는 리버쿠터도 있었고, 코앞까지 갔는데 도망가지 않는 붉은귀거북도 있었어요. 물 위를 헤엄치면서 고개를 내미는 중국줄무늬목거북도 볼 수 있었습니다.
탐사를 마치며 이원재 연구원은 “외래거북 종의 분포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내 외래거북 수입과 방생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어요. 이어서 “외래거북뿐 아니라 황소개구리와 들고양이 등 다른 외래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어요.
쭌카 팀 김준서 대원은 “그동안 거북의 생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외래거북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외래거북을 함부로 포획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고 말했어요. 이어 “붉은귀거북 등 다양한 외래거북의 행동 특성을 파악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지요. 조아조아 팀 신채연 대원은 “이번 탐사로 도심에서도 외래거북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학교 친구들과 함께 외래거북을 찾아보고 생태를 기록해 봐야겠다”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