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9월 19일,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에서 두 독일인 등산객이 알프스 산맥을 내려가고 있었어요. 이들은 꽁꽁 언 계곡을 지나가다가 상반신만 툭 튀어나와 있는 약 160cm의 시체를 발견했어요. 피부와 뼈가 모두 보존돼 있어 등산객들은 최근에 사고를 당한 현대인의 시신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지요. 그런데 시신은 훨씬 오래 전 사망한 사람이었어요.
1994년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지구과학과 연구팀 등이 시체의 뼈에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약 5200년 전 40대 나이에 사망한 시체라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은 원자번호가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소의 양을 측정해 유물의 연대를 확인하는 기술이에요. 시체는 5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추운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각종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패도 거의 되지 않은 상태였지요.
시체는 발견된 장소인 ‘외츠탈 계곡’의 이름을 따 ‘외치’라고 불리며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특히 고고학자들은 외치가 험난한 계곡에서 사망한 원인에 주목했어요. 2001년 이탈리아 볼차노병원의 연구팀이 외치를 엑스선●으로 촬영한 결과, 2cm 길이의 화살촉이 외치의 왼쪽 어깨에 박혀 있었고 가슴뼈를 찌르고 있었어요. 이를 토대로 고고학자들은 외치가 싸움 도중 사망했다고 추측했지요.
외치는 가장 오랫동안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미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외치가 착용한 장신구와 무기 등으로 외치가 살던 청동기 시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2015년 이탈리아 유럽아카데미미라및아이스맨연구소는 외치의 몸에 있는 문신 61개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연구팀은 “다른 모양 없이 선만 있는 것으로 보아 미용 목적의 문신이 아니라 당시 질병을 치료하다가 생긴 흔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