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는 어린이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사용 과정에서 위험에 빠질까 봐 자녀 보호 앱을 사용하기도 해. 그런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앱이 가족의 갈등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니?

보호자가 내 스마트폰을 볼 수 있다?
숙제하려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가 시간제한이 걸려 화면이 꺼지는 경험을 해 본 적 있나요? 유튜브를 보던 중에 보호자한테 전화가 와서 “이제 그만 봐”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은요? 이는 모두 ‘자녀 보호 앱’을 사용하는 어린이들이 겪은 일이에요.
자녀 보호 앱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막고 더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앱이에요.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의 IT 기업 구글이 만든 ‘패밀리 링크’가 있어요. 이 앱을 쓰면 보호자의 스마트폰과 자녀의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보호자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살펴볼 수 있어요.
자녀 보호 앱의 기능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보호자는 하루 동안 자녀가 어떤 앱을 얼마나 오래 썼는지 확인하고, 보호자가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녀의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꺼지게 할 수 있어요. 자녀가 새로운 앱을 설치할 때는 보호자의 허락을 받도록 하고, 자녀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호자가 이런 앱을 설치하는 이유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어린이가 게임이나 유튜브에 과도하게 빠지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잠을 늦게 자고 공부하는 데도 방해가 될 수 있어요. 또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콘텐츠를 보고, 스마트폰을 통해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을 만날 위험도 있지요.
보호자들은 자녀 보호 앱을 사용해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의도를 담은 앱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는 점, 알고 있나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하는 관리더라도 지나치게 자녀 보호 앱을 사용하면 어린이는 사생활이 침해받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에게도 정보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려고 설치하는 자녀 보호 앱은 오히려 보호자와 자녀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기도 해요. 앱스토어 리뷰를 보면 자녀 보호 앱에 일부러 낮은 별점을 준 학생들이 있어요.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인권을 침해하는 보호 앱을 없애주세요’라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지요.
자녀 보호 앱이 어린이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는 법적 판단으로도 이어졌습니다. 2024년 9월 우리나라 법원은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패밀리 링크 앱이 14세 미만 아동의 동의 없이 아동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 보호자에게 제공한 것이 법을 위반한다는 판결을 내렸어요. 구글은 “보호자의 동의가 아동의 동의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법원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는 아동의 동의를 대신하는 예외로 활용되는 게 아니라, 아동의 권리를 한 번 더 보호하는 이중 보호 장치로 쓰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린이도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는 걸 분명히 알려준 사례예요.
국제사회에서도 어린이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는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어요. 아동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만든 조약인 UN 아동권리협약에는 어린이들에게도 사생활을 보호하고 의견을 표현하고, 정보에 접근할 중요한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어린이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게 아니에요. 보호자가 어린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할지 기준을 세워 나가야 해요. ZEM 앱을 이용해기준을 세우는 방법도 있어요. ZEM 앱에는 어린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시간을 제안하면 보호자가 이를 수락하는 '약속 모드' 기능이 있지요. 단순한 약속을 넘어서 서로의 걱정과 원하는 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디지털 소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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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연구하는 인천 신정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어린이들의 미디어 경험과 인식에 관심을 가지며, 이들의 경험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