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주요기사][지구 사랑 탐사대] 생명을 품은 바닷가, 야쿠시마에 가다

지구사랑탐사대 캠프는 일본에서도 열렸답니다.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고, 다채로운 해양생물이 숨 쉬는 섬 야쿠시마로 떠났지요. 지사탐 대원들과 야쿠시마의 신비를 풀러 출발~!

 

※지구사랑탐사대는 개미와 나비, 매미, 박쥐, 민물고기 등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을 탐사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입니다.

 

조수 웅덩이 속 다채로운 생물들


10년 전쯤, 한 다큐멘터리에서 야쿠시마를 알게 됐어요. 바다거북의 산란지를 보호하는 일본 야쿠시마 섬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죠. 바다거북은 생애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살다 성체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모래사장으로 돌아와 알을 낳아요. 그 무렵 바다거북은 매우 예민한데, 야쿠시마는 주민들이 해변을 깨끗이 유지하고 인공조명도 최소화 해서 바다거북들이 꾸준히 알을 낳으러 돌아와요. ‘저 섬에 꼭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올해 야쿠시마 바다거북 탐사대에 연구자로 동행했습니다.


6월 1일 야쿠시마에 도착하니 섬을 에워싸고 있는 바다가 궁금해졌어요. 야쿠시마는 제주도처럼 화산섬으로 오해도 받지만 화강암으로 이뤄진 섬이에요. 넓은 모래사장을 예상했는데, 대원들과 찾은 안보강 근처 해안은 암석들이 갈라져 단층이 나타나고 여기저기 웅덩이에 커다란 돌멩이가 잔뜩 있었죠. 밀물엔 잠기고 썰물엔 드러나는 바닷가 구역인 조간대 또한 바위로 이뤄진 암반 조간대였어요. 


암반 조간대의 움푹 파인 곳에 바닷물이 고여 ‘조수 웅덩이’가 만들어져요. 썰물이 빠져나가면 고립된 조수 웅덩이는 마치 시간이 멈춘 장소 같습니다. 수온은 한낮의 태양빛에도 적당히 시원하게 느껴졌죠. 아열대 지역인 야쿠시마의 조수 웅덩이에서 독특한 색과 무늬를 지닌 어린 해양 어류들을 관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어요.


웅덩이에서 가장 먼저 만난 해양생물은 빠르게 헤엄치며 도망다니는 어린 물고기들이었어요. 너무 작아 종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숭어류, 망둑류, 작은 담셀피쉬류의 어린 유어들로 보였습니다. 바위에 흔한 총알고둥은 많지 않았고, 우리나라 남해안에 흔한 갈고둥류가 서너 종류 있었어요. 갑각류 중 대표적인 소형 바위게류는 잘 보이지 않았어요. 바위 틈에 숨은 소형 해삼이 입에서 촉수를 뻗어 먹이를 포획하려는 모습도 가까이서 봤죠.


약 1시간 동안 조수 웅덩이에 시선을 고정하고 나니 시간이 금방 사라져 버렸습니다. ‘조수 웅덩이는 시간이 멈춰 있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훔치는 마법의 장소 같다’고 생각하며 다음 장소로 향했어요.  

 

▲동아사이언스, 황학빈
대원들이 야쿠시마의 조수 웅덩이를 탐사하고 있다. 아열대 지역인 야쿠시마 해안에는 거미불가사리 등 다양한 온대와 열대 해양생물이 산다.

 

▲나가타 바다거북 협의회
야쿠시마의 해변은 모래 입자가 굵어서 바다거북이 산란하기에 알맞다.

 

▲나가타 바다거북 협의회

 

▲김원섭
새벽녘에 아직 산란지를 떠나지 않은 바다거북의 모습.

 

▲동아사이언스

 

해변을 거슬러 오르는 바다거북을 보다


야쿠시마에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바다거북의 95%는 붉은바다거북이에요. 이 바다거북들은 어떤 모래를 좋아할까요? 바다거북 산란지는 모래사장이 기본인데 섬에서 쉽게 볼 수 없었어요. 바다거북 관찰회에 참여하기 위해 대원들과 야쿠시마 서북쪽 끝 나가타 마을을 찾아가자 모래사장이 나타났죠.


산란지의 모래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입자가 굵었어요. 바다지질학자가 지름 2mm 이상인 ‘자갈’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알갱이가 컸죠. 모래가 너무 고우면 어미 바다거북이 알 낳을 구덩이를 파기 힘듭니다. 입자 사이 틈이 촘촘해 같은 부피여도 굵은 모래보다 무겁기 때문이에요. 바다거북 같은 파충류의 알껍데기는 딱딱하지 않아서 쉽게 깨지지 않고, 껍데기를 통해 숨도 쉬어야 해요. 그래서 알을 겹겹이 쌓고 모래로 덮었을 때 바닷물이 고이지 않고 모든 알에 신선한 공기가 전달돼야 해요. 나가타 마을 해변의 모래는 알갱이가 커서 공기와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죠. 어미 바다거북은 알을 낳기 좋은 곳을 찾아 여러 번 장소를 옮기다가, 적당한 자리가 나타나면 그제야 구덩이를 파기 시작해요. 


바다거북은 산란하러 올라올 때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관찰하는 사람들도 바다거북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으려고 하면 거북이와 얼굴이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히 뒤쪽으로 가서 관찰하죠. 그런데 이날은 파도가 높아 바다거북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파도가 거세지면 물속 생물들은 더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가 출렁이는 바다를 피해요. 산란을 준비하던 어미 바다거북들도 안전하게 깊은 바다로 몸을 피한 듯했어요.


나가타 마을에선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만 산란 관찰을 진행하고 11시 이후에는 거북이 보호를 위해서 관찰회를 종료해요. 밤 10시가 넘어 포기해야 하나 싶던 그때, 바다거북 한 마리가 겨우 해안가로 올라왔습니다. 원래는 보면 안 되는 장면이지만, 마을에서 허용해 주어 어미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해변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부터 자리 잡는 것까지 볼 수 있었죠. 별빛 아래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8월엔 알에서 깨어난 새끼 바다거북들이 모래를 뚫고 나와 바다로 향했을 겁니다. 바다에서 20~30년 동안 건강하게 자란 다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야쿠시마 해변으로 돌아오겠죠. 저도 야쿠시마에 다시 찾아가려고 합니다. 알을 낳는 바다거북도 만나고, 조수 웅덩이에 머리를 담그고 해조류와 산호, 작은 물고기와 불가사리들을 다시 관찰하고 싶어졌거든요. 언젠가 야쿠시마 해안가에서 여러분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대원들은 야쿠시마 바다거북 전시관에서 바다거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동아사이언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5년 9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17호) 정보

  • 황학빈(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사)
  • 에디터

    박수빈
  • 사진

    동아사이언스
  • 디자인

    박한결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