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사랑탐사대는 개미와 나비, 매미, 박쥐, 민물고기 등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을 탐사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입니다.
7월 19일, 벚꽃도 다 진 한여름의 왕벚나무 아래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모였어요. 왕벚나무에 발생하는 해충을 찾기 위해서예요.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오래 보기 위해 꼭 필요한 해충 조사, 함께해 볼까요?
잎과 줄기 등에 다양한 피해를 입힌다
7월 19일, 서울 관악산 산책로에 길다란 포충망●을 든 사람들이 등장했어요.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함께 하는 시민과학풀씨 프로젝트 중, ‘원정운’ 팀의 현장교육에 참가한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었죠.
원정운 팀은 원광대학교 곤충분류학 및 생태학 실험실에 재학 중인 원정운 연구원이 결성했어요. 원정운 팀은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전국 15곳의 왕벚나무 군락지를 조사하고, 왕벚나무에 발생하는 해충의 종 목록을 만들어요. 2023년 민간 자격 나무의사가 전국의 가로수를 치료한 기록에 따르면, 소나무가 969건의 벌레 피해를 진단받았고 그 다음으로 벚나무가 601건의 벌레 피해를 기록했어요.
이날 모인 대원 17명은 먼저 왕벚나무를 다른 나무와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왕벚나무의 나무 몸체는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형태예요. 잎은 줄기에 어긋나게 피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에요.
왕벚나무 해충은 나무에 피해를 입히는 가해 방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어요. 나비목 유충은 잎을 갉거나 말아서 고사시키는 식엽성 해충입니다. 노린재류, 진딧물류 등은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는 흡즙성 해충이죠. 벚나무사향하늘소처럼 나무에 구멍을 뚫어 피해를 주는 천공성 해충도 있어요.
대원들은 왕벚나무의 잎과 줄기, 몸통 등을 관찰하다가 곤충을 발견하면 포충망으로 채집해 투명한 통에 담았어요. 그리고 원정운 연구원과 함께 어떤 종인지 식별했죠. 이때 곤충이 잎과 줄기 등에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도 함께 살폈어요. 잎을 갉아먹는 독나방 애벌레와 뒷검은푸른쐐기나방 애벌레가 발견됐어요. 현장에서 식별이 어려운 유충은 원정운 연구원이 성충으로 우화시키기 위해 가져갔어요.
“연구원 님! 잎에 이상한 무늬가 있어요.”
얼룩처럼 검은 선이 구불구불하게 난 왕벚나무 잎을 대원들이 가져왔어요. 원정운 연구원은 “굴나방 애벌레 등 잎 속에 굴을 파고 숨어 사는 잠엽성 해충의 흔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선은 벌레가 얇은 잎맥 틈에 들어가서 식물의 조직을 먹은 흔적이죠. 곤충이 안 보이더라도 나뭇잎 등을 유심히 보면 해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요.
계절별로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
이날 현장에서는 배나무방패벌레도 발견되었어요. 왕벚나무 잎에서 즙액을 빨아먹는 흡즙성 해충으로, 배나무방패벌레가 먹은 잎은 영양분이 빠져나가 노랗게 색이 변해요. 또 다른 흡즙성 해충으로 외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잎을 말리는 왕벚나무혹진딧물도 찾을 수 있었지요.
같은 해충도 시기에 따라 나무를 해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원정운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배나무방패벌레와 외점애매미충은 4월까지만 해도 나뭇잎당 한두 개체 정도만 발견됐어요. 이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7월 무렵 한 차례 번식을 마치고 나뭇잎당 7~12개체로 성충 수가 늘어나면서 왕벚나무에 심한 피해를 입히게 됐죠.
월별로 왕벚나무에 나타나는 해충의 종류도 달라져요. 4~5월엔 왕벚나무에서 식엽성 곤충인 흰눈까마귀밤나방 등 밤나방류가 많이 발견됐어요. 6~7월부터는 뒷검은푸른쐐기나방이 자주 나타났죠. 원정운 연구원은 “어떤 해충이 어느 시기에 피해를 주는지 정확히 알려면 주기적인 조사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심 공원에 심는 가로수는 나무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종 다양성이 낮고, 매연처럼 식물에 해로운 환경에 자주 노출돼요. 그만큼 산이나 숲속의 나무들보다 생태계가 불안정하죠. 이런 가로수들을 꾸준히 관리하려면 나무가 병들거나 해충 피해는 없는지 가로수 관리자가 사전에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나무 수가 워낙 많아서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시민과학자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시민과학자들이 꾸준히 해충을 관찰하면 어떤 시기에 어느 해충이 나타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이런 정보는 가로수의 해충 피해를 더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불필요하게 살충제를 뿌려 예산이 낭비되는 일도 없어지고, 하천이 오염되는 일도 줄일 수 있죠. 원정운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왕벚나무의 해충 피해를 비교해 볼 계획입니다.
이날 여섯발자국 팀의 김은서 대원은 “왕벚나무에 해충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찰해 보니까 꽤 많아서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어요. 또 “오늘 지네 등 다양한 곤충을 봤는데, 이 중에서 왕벚나무에 해를 입히는 곤충을 잘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정운
왕벚나무에서 발견된 왕벚나무혹진딧물(왼쪽), 왕벚나무혹진딧물로 인해 말려들어간 잎의 모습(오른쪽).
용어 설명
포충망: 긴 막대 끝에 그물주머니를 달아 곤충을 잡는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