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팀이 우주에서 올빼미를 발견했어. 깜깜한 어둠 속에 빛나는 눈동자, 조그만 부리까지! 영락없이 올빼미 같은 이것의 정체는 뭘까? 일리가 만나고 왔어!
박동현
Li et al.
망원경으로 관측한 우주 올빼미의 모습.
안녕, 너는 누구니?
나는 우주 올빼미! 이름 때문에 새인 줄 알았지? 난 충돌하는 두 개의 은하야. 은하는 별과 가스, 먼지 등의 무리로, 질량이 있는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인 중력을 가졌어. 이 중력으로 가까운 은하를 끌어당기면 충돌이 발생하기도 해. 6월 11일,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팀은 나를 발견했어. 나는 무려 1초에 30만 km 거리를 이동하는 빛이 지구로부터 80억 년 동안 가야 나올 정도로 먼 곳에 있었단다. 충돌하는 두 은하가 마치 올빼미의 얼굴처럼 보여서 연구팀은 나를 ‘우주 올빼미’라고 불러.
연구팀은 어떻게 널 발견했어?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알마 전파망원경(ALMA), 칼 G. 잰스키 초대형배열(VLA)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나를 관측했어. 제임스 웹 망원경으론 각 은하의 중심에서 나오는 강한 빛을 포착했어. ALMA로는 두 은하 안에서 가스의 분포와 움직임을, VLA로는 은하 중심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입자의 흐름인 제트를 분석했지. 이렇게 여러 망원경 자료를 합쳐서 나의 구조를 자세히 밝혀냈어.
왜 올빼미 얼굴처럼 보이는 거야?
은하가 충돌한 방식 때문이야. 두 은하는 서로의 중심을 관통하면서 정면충돌했어. 이 충격으로 은하 안의 가스가 바깥쪽으로 밀려나 고리 모양을 만들었지. 대부분의 은하 중심엔 블랙홀과 가스가 모인 은하핵이 있어. 충돌로 인해 두 은하 안의 가스가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 몰려들면서 빛과 열을 냈어. 이로 인해 두 은하핵이 활성화되어 올빼미의 두 눈처럼 빛이 난 거야. 또, 충돌로 인해 은하의 가스가 압축되면서 수많은 별이 만들어졌는데, 이 지역에서 푸른 빛이 나와 부리처럼 보이게 됐지.
너를 연구하면 무엇을 알 수 있어?
나처럼 두 은하가 동시에 고리 모양이 되려면 질량과 구조가 비슷한 두 은하가 서로의 중심을 정확히 관통해야 해. 이런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일은 매우 드문데, 별이 태어난 모습까지 확인한 거야. 나 하나로 은하 충돌과 고리 모양 은하의 형성 과정, 별의 탄생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연구팀은 나를 두고 “은하 진화 과정의 다양한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완벽한 실험실 같다”고 표현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