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인이 우주에서 생활하는 공간, 우주정거장을 디자인하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어요.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서 일하는 이정환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죠.
2024년 12월, 이정환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우주인의 방을 디자인하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고도 300~400km의 지구 궤도에 있는 대형 구조물이에요. 7명가량의 우주인이 ISS에서 생활하며 실험이나 우주 관측을 하고 있지요. 1998년 설치된 ISS는 오는 2031년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에요. 액시엄 스페이스는 ISS를 대체하기 위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있어요.
이정환 디자이너는 액시엄 스페이스가 만들고 있는 우주정거장 중 우주인의 방인 크루 쿼터 공간의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실내 디자인과 크루 쿼터에 들어갈 제품들 모두 이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탄생하지요. 크루 쿼터는 가로와 세로가 각 91cm, 높이는 2m 29cm 정도로 아주 좁아요. 또 지구와 환경이 달라 크루 쿼터를 디자인하는 과정도 조금 특별해요.
우주정거장은 미세중력 상태에 있어요. 미세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와 지구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해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은 몸이 붕 떠 있어 손이나 발로 난간 같은 구조물을 붙잡고, 몸을 고정하고 있어야 해요. 물건들 역시 제자리에 잘 고정돼 있기 힘들어요. 그래서 이 디자이너는 우주인들이 한 손만 써도 되도록 문, 가방 등을 디자인했어요.
이 디자이너의 목표는 우주정거장 공간을 민간인도 편하게 생활하도록 디자인하는 거예요. 조만간 민간인도 우주에 자유롭게 갈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 디자이너는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해 보고 싶다”며 “디자인한 제품들을 우주에서 사용해 보면 다음에 디자인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답니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세요!”

Q.우주정거장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7년, 유아용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기업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우주정거장 디자이너를 뽑는 공고를 보게 됐지요. 미국에서도 우주정거장을 디자인하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에요. 지구와 생활 방식이 완전히 다른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 지원했답니다.
Q.우주정거장과 일상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다른 점은 디자인한 제품을 시험해 보는 과정이에요. 우주에서 쓰는 물건들은 미세중력 상태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지 봐야 하거든요. 직접 우주에 가볼 수도 없고, 매번 미세중력이 있는 공간에서 테스트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인들에게 피드백 과정도 거쳐야 해요. 그러면서 디자이너들이 흔히 쓰지 않는 공학자가 사용하는 재료를 활용하기도 하죠. 그래서 과학 공부를 꼭 해야 해요.



Q.우주정거장 디자인에서 중요한 점은 뭔가요?
편안함과 안전이요.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불편함이 많아요. 위아래 구별없이 우주인의 몸도, 각종 물건들도 모두 공중에 뜬 채로 돌아다니죠. 우주정거장 안에서는 방향을 잃기가 쉬워요. 그래서 크루 쿼터의 천장은 밝게, 바닥은 어두운 색깔의 바닥재를 만들도록 색을 디자인해서 위아래를 구별하도록 했죠. 또 우주인의 안전을 위해, 공기를 순환하는 시스템의 팬을 여러 개로 디자인해서 팬 하나가 고장나도 다른 팬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어요.
Q.우주정거장 디자인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태블릿 받침대를 디자인했을 때요. 지구에선 태블릿을 볼 때 고개를 숙이잖아요. 그런데 우주에서는 미세중력 때문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오히려 근육을 더 사용해 피곤하다는 거예요. 다리를 구부리고, 팔을 앞으로 뻗는 것이 편한 자세라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태블릿 받침대 높이를 높였던 게 기억에 남아요.
Q.우주정거장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요?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것은 정말 큰 프로젝트예요. 전 세계에서 온 800여 명의 사람들과 일하죠. 디자인 실력은 물론이고, 친화력과 소통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 하죠. 또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영어 공부도 필수랍니다.
Q.어린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 중에는 장난감 디자이너,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저 역시 VR 고글을 사서 게임을 자주 했는데, 미세중력 상태를 가정해 제품을 시험할 때 VR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VR 기술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죠. 지금은 제품을 시험하는 데 VR 기술이 요긴하게 쓰이고 있어요. 이러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릴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