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다리를 치료하며 수의사를 꿈꾸던 15살 청소년은 수의사가 되어 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집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바로 ‘우동수비대' 대장인 마승애 수의사 이야기예요. 아직 우동수비대에 지원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우동수비대장님을 인터뷰로 만나 보세요!
수술 즐기던 수의사, ‘메스’를 놓다
지난해 12월 15일, 건국대학교 수의대학에서 우동수비대의 대장인 마승애 수의사를 만났어요. 마승애 수의사는 “15살에 비둘기를 구해주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어요. 한쪽 다리에 실이 묶인 비둘기를 발견했는데, 동네 동물병원의 수의사도 부상당한 다리를 치료하지 못했어요. 15살이던 마승애 수의사는 비둘기가 다리를 잃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요.
수의사로 일하며 가장 보람찼던 일을 묻자 마승애 수의사는 딱새를 구한 일을 꼽았어요. 4년 전 딱새 가족이 집에 둥지를 틀었는데, 엄마 딱새가 어디선가 날아온 실에 걸려 나무에 매달린 채 옴짝달싹 못하다 죽고 말았어요. 엄마가 주는 먹이를 먹지 못한 아기 딱새는 영양실조를 앓았죠. 마승애 수의사는 “위급 상황이라 치료약을 직접 만들었다”며, “비둘기는 못 구했지만 딱새는 구해서 이제 충분히 동물을 구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뿌듯해 했어요.
이처럼 야생동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마승애 수의사는 동물구조센터와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을 진료했어요. 그러다 돌연 동물원 속 동물의 집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생기더니, 5년 전에는 동물에게 필요한 동물원 환경을 연구하는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을 세우고 지금까지 이끌며 건국대학교 동물복지연구소에서 동물복지를 연구하고 있지요. “해부학이 재밌었고 수술이 잘 맞았다”는 마승애 수의사가 수술용 메스를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물사를 바꾸니 동물이 안 아파요”
Q요즘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동물원 속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해요. 현재 시행 중인 동물원수족관법*으로는 정부가 동물원을 거의 관리하지 못해, 열악한 동물원이 많이 생겼거든요. 이에 정부는 ‘동물원 허가제’를 도입하려고 해요. 일정한 동물 복지 수준을 만족하는 곳만 동물원으로 허가해주는 거죠. 저는 우리나라 동물원이 무엇을 지켜야 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를 했답니다.
Q동물행복연구소 공존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동물원의 각 동물이 사는 공간인 ‘동물사’를 새로 짓거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때 자문을 해요. 예를 들어 곰의 동물사를 짓는다면 곰이 올라타고 놀 수 있는 나무 구조물이 필요해요. 곰이 놀기 좋고, 안전하기도 하려면 구조물의 무게와 각도 등이 어때야 하는지 자문하지요. 한 동물사에 그치지 않고 동물원 전체에 대한 개선 계획을 짜주기도 하고요.
Q야생동물을 구조하려고 수의사가 되셨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동물구조센터에서 일했어요. 약 30년 전이라 환경이 열악했는데, 무엇보다 힘든 건 안락사였어요.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너무 많아 버티고 버티다 강아지 수십 마리를 한 번에 안락사시킨 날이 가장 슬펐죠. 야생동물을 치료할 약과 장비도 부족했고, 치료 기술을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어요. 가축병원 수의사님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야생동물의 몸은 가축동물과 달라 한계가 많았지요. 결국 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동물원에 입사했어요.
Q그때 에버랜드 수의사가 되신 거군요.
에버랜드에서 5년 동안 동물을 치료하다 보니, 동물들이 아픈 이유 중에 동물사가 큰 몫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침팬지가 살던 네모난 방은 한 면이 모두 유리로 돼 있었어요. 침팬지가 유리를 마구 두드려서 사람들이 도망을 간 일도 많았죠. 침팬지는 숨을 곳이 없어서 사람들이 오는 게 싫었을 거예요. 또, 스트레스로 털을 뽑기도 했고 시멘트 바닥 때문에 팔에 독이 올라 붓기도 했어요.
Q그래서 동물사를 바꾸셨나요?
2005년 에버랜드가 동물원을 전체적으로 다시 짓기 시작했어요. 이때 저와 사육사, 설계자, 교육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죠. 넓은 야외 공간에 바위와 나무를 많이 설치해 침팬지가 원할 땐 숨도록 했어요. 이렇게 몇 개 동물사를 바꾸니 동물들이 안 아프기 시작했어요. 동물에게 필요한 게 진료가 아니란 걸 깨달았죠. 이후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을 세워 동물사를 바꾸는 일을 시작했어요.
Q서울동물원이 AZA 인증을 받도록 도우셨죠?
‘AZA 인증’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가 복지 수준 등이 좋은 동물원을 인증하는 제도예요. 제가 개선 작업을 도운 서울동물원은 2019년 AZA 인증을 받았죠. 서울동물원의 가장 큰 문제는 ‘내실’이었어요. ‘내실’은 동물사에서 전시되지 않는 실내방이에요. 사자처럼 추위에 약한 동물은 겨울에 내실에서 지내죠. AZA는 사자처럼 한 달 이상 내실에서 지내는 동물이라면, 내실에도 풍부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해요. 이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공간’이라는 걸 인식하도록 요구해요. 서울동물원도 이런 기준을 따르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Q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어요. 동물이 다치는 것보다 슬픈 게 죽는 거고, 죽는 것보다 슬픈 게 멸종하는 거예요. 야생동물 한 마리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야생동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싶어요. 새를 몇 마리 구조해도 아파트가 하나 들어서면 수천 마리가 죽거든요. 멸종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좋은 동물원을 만들어 동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요.
어과동 독자 여러분도 우동수비대로 활동하며 동물원이 동물사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함께 지켜보면 좋겠어요. 동물사를 개선하는 건 보람찬 일이에요. 동물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동물원수족관법 :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의 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