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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류츠신의 SF 장편소설 ‘삼체’를 처음 읽었을 때 영상 작품으로 만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생각은 이런 작품은 영상에 옮기기가 너무 어렵다는 판단을 이미 전제한 것이었다. 영상으로는 도저히 구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탁월한 SF를 만났다는 나름의 감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어느새 시대와 기술은 말 그대로 SF처럼 격변해서, ‘삼체’ 영화를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감상하고 그 탁월한 영상미에 모두가 감탄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삼체’의 생생한 미래 세계를 보다 과학적으로 살펴볼 차례다. SF는 직관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일 때 그 과학적 가능성을 이해하기도 훨씬 쉬워진다. 김세정 호주 멜버른대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영화를 사랑한 물리학자’에서 삼체의 제목인 물리학의 ‘삼체 문제’부터, 지구인을 위협하는 외계 문명의 핵심 기술인 나노섬유까지 독자들이 이 작품에서 찾아낼 수 있는 과학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우리가 ‘삼체’를 영상으로 보며 느꼈던 설득력과 쾌감의 이유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

‘영화를 사랑한 물리학자’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영상물 자체의 인기는 물론, 현재 과학계의 핵심 이슈까지 잘 담아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대혼돈에 빠진 인류상을 다룬 ‘2050: 벼랑 끝 인류’에서 달아오른 지구를 식힐 신기술을 모색하거나, 중년의 이민자 아시아 여성이 주인공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다중우주를 구현할 수 있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명쾌하게 풀어준다. 전문가와 함께 같은 영화를 관람하고서 그와 대화하며 영화를 더 깊고 넓게 음미하는 GV에 함께한 듯한 뿌듯함을 ‘영화를 사랑한 물리학자’에서 느낄 수 있다.

-최신 개봉작은 꼭 챙겨보는 영화 마니아
-과학을 주제로 활용한 영화들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영상물을 창작, 제작하고 싶으신 분